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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목적은 ‘내면의 변화’… 두 사상가의 공부법은 어떻게 같고 다를까
근본 목적은 ‘내면의 변화’… 두 사상가의 공부법은 어떻게 같고 다를까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2.18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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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자들, 퇴계와 듀이 통해 현대 지식공부론 모색하다

‘어떻게 지식을 공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그 대답으로 수많은 방법론을 수반한다. 근대산업사회와 달리 지식과 정보를 생산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지금까지의 지식공부는 새로운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퇴계와 듀이의 지식공부론 비교를 통한 현대 지식공부의 방향탐색」(<대동철학> 제61집)에서 박선영 부산교대 강사(교육학)김회용 부산대 교수(교육학과)는 현대 지식공부가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사상의 典範으로 퇴계와 듀이의 지식공부론에 주목했다.

왜 퇴계와 듀이인가. 두 학자를 비교한 선행연구도 희박하고 동서양 사상은 애초에 문화적 설계가 다르다는 한계에도 두 저자는 두 학자의 이론이 ‘지식공부’라는 공통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서 퇴계와 듀이의 지식공부론 비교의 적절성을 찾았다. 이들은 ‘공부’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언어지만, ‘학습자-지식’의 범위 내에서 듀이의 교육론을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이들은 퇴계와 듀이의 이론이 지식공부에서 주목하는 점으로‘학습자 내면의 변화’를 꼽고 그들의 지식공부론을 지식의 성격과 지식공부의 법칙에 한정해 비교·대조한다. 이들은 퇴계 공부철학의 핵심을 大學格物致知장에서‘명덕을 천하에 밝히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행동은 사물과 관계를 맺어 앎에 이르는 것’이라고 찾아냈다. 퇴계에게 있어 物은 존재하는 객관적인 대상, 즉 지식이고 인간의 마음을 바꿔 학문하도록 만드는 온갖 物의 근원은 초월적인 理이다. 리의 실체가 진정 존재함을 알 수 있는 것은 일상 속의 지식에서 드러나게 된다. 두 논자는 이치를 전달하는 지식의 형태가 일상체험과 문자지식이며, 이는 최종적으로 經, 즉 마음을 주도하는 선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퇴계의 공부 목적임을 밝힌다.

그렇다면 일상적 체험에서 발견되는 이치로서의 지식, 문자화된 지식, 그리고 경을 지향하는 지식이 학습자의 마음에 어떻게 새겨지며 또 어떻게 학습자의 마음을 바꾸는가. 두 저자들은 퇴계가 격물활동이 필요치 않다던 입장의 양명학과는 대조를 보였다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퇴계는 경과 의, 지와 행을 함께 추구하며 지식이 한 사람의 마음에서 내면화, 변형되는 공부과정에서 거경함양, 성찰궁리의 법칙을 사용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퇴계의 지식공부는 마음의 도덕적 변화를 불러 오는데 목적을 뒀고, 지식의 초월적 실체는 현실에서의 실현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을 갖는다.

한편 세상과 마음을 잇는 불변의 질서 체계가 존재하며, 지식은 바로 이 질서를 깨우쳐주는 각종 사실과 규칙 그리고 상황이라고 보는 퇴계의 지식론과는 완연히 다른 방식으로 듀이는 지식의 성격을 설명한다. 듀이는 현실을 단순히 불완전한 외양으로 여길 수 없다고 반박한다. 두 논자는 듀이가 보는 지식의 성격은 인간이 현실에 긴밀하게 참여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참여의 방식’이자‘정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듀이는 과거의 지식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학습자의 관심과 동떨어진 상태의 지식을 공부하는 간접교육)를 비판한다. 논자들은 이 지점에서 듀이에게 지식은 진리로서의 절대적 보편성보다는 확실성이 보장된 언명이어야 한다는 명제를 이끌어낸다.

듀이의 지식공부 과정은‘탐구’(교호작용, 계속성)이다. 교호작용을 통해 의미화된 지식은 탐구의 논리를 따라 계속적으로 경험의 일부를 이룬다. 이때 지식은 한 사람이 접한 경험속에서 다양한 맥락으로 연결돼 이해되며, 연역이나 귀납 같이 이원론적으로 분리해서는 보편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두 논자는 듀이의 탐구 과정이 지식획득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들은 “첫째로 곤란한 상황에 부딪혀 예전 경험을 떠올리는 암시(suggestion) 과정에서 지식은 사람의 관심을 이끄는 대상으로 작용한다. 관심은 사건 해결을 위해 상황에 이끌리는(attracting) 몰입의 태도이다. 과거의 지식, 간접 경험, 역사적 사실등은 학습자의 관심 속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탐구 대상으로 선별된다. 이 지식들은 학습자 내면에서 의미를 형성하고 탐구의 마지막에는 실행을 통해 가설을 확인, 검증한다”라고 말하며 탐구 활동이 듀이의 도구적 실용주의 지식론을 새롭게 해석하는 틀임을 설명한다.

이들은 유학 지식공부론의 전통이 개화기와 식민지기를 거치는 동안 듀이를 대표적으로 한 서구 교육론으로 전환됐으며, 이 과정에서 지식의 근본과 지식공부론에 대한 관점이 내재적인 개연성을 놓친 채 교체된 것으로 본다. 두 논자는 이 점이 현재 우리가 지식공부에 대해 갖고 있는 모종의 가치관을 다소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라고 추정했다.

‘지식을 통해 한 개인의 내적 특성이 변화되는 일’은 지식공부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이다. 퇴계는 지식의 근원을 초월적인 이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지식을 알게 됨으로써 마음에는 도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듀이는 한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논자는 이들 두 사상가의 공부론을 간결하게 비교·대조했지만, 이를 통해 21세기에 강조되는 창의성과 인성의 융합적 계발을 이끌어내는 지식공부론의 필요성만을 역설하는 데 그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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