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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거나 혹은 추억이 되거나
달콤하거나 혹은 추억이 되거나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1.1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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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봉 기다리는 헐리우드 진출 3인 감독

헐리우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단어다. 스타가 살고 있는 곳, 영화인들에게는 “한 번 가 볼 수만 있다면”이란 꿈을 꾸게 하는 욕망의 원천. 마침내 꿈이 현실이 돼 스타들과 함께 별이 되는 그곳.

수많은 한국 배우와 감독들이 헐리우드의 문을 두드려왔다. 배우의 역사가 더 긴 것은 물어 입 아픈 얘기. 그러나 헐리우드 진출 한국감독들의 성과는 썩 신통치 않았다. 1970~1980년대의 액션 감독 이두용의 「침묵의 암살자」(1988)가 그 시발점으로 미국에서 비디오 영화로 개봉됐다. 이후 「쉬리」(1998)의 강제규 감독,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이명세 감독 등이 헐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는 실정. 이후 영화 제목도 여러 번 바뀌고, 스태프들과 제작진의 잦은 교체로 구설수에 올랐던 한국·호주 합작 프로젝트 「워리어스 웨이」(2010)가 신인 이승무 감독에 의해 헐리우드에 배급됐다(엄밀히 말하면 헐리우드 제작은 아니다). 「무극」(2005)을 통해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을 타진했던 배우 장동건은 「워리어스 웨이」까지의 잇단 실패로 입지가 줄어들었다. 1999년 정부로부터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됐던 심형래 감독은 「D-War」와 「라스트 갓파더」로 이미 미국 배우들과의 작업, 미국시장의 배급을 경험했다(그는 지난 16일 영구아트무비 직원에 대한 임금, 퇴직금 체불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특수효과에 비해 엉성한 플롯,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

「라스트 스탠드」 스틸컷. 사진출처 : 「라스트 스탠드」 공식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laststandkr

2013년, 이런 분위기는 반전될 전망이다. 한국 영화가 헐리우드에 진출하는 해로써 한 획을 그을 것임이 분명한 이유는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세 편의 작품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 편의 감독 중 두 명은 헐리우드 시스템 속에서 당당히 감독(김지운, 박찬욱 감독)으로 데뷔한 케이스고, 나머지 한 편(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은 미국의 배급망을 타는 다국적 프로젝트다.

 액션 레전드와 천재 감독의 만남

첫 스타트는 김지운 감독이 끊는다. 「달콤한 인생」(2005)으로 액션 느와르 부문에서 그만의 세련된 스타일을 각인시켰던 김지운 감독은 「놈놈놈」(2008)에서는 서부극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1966)를 확실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헐리우드를 놀라게 했다. 이후, 두 캐릭터의 맞대결을 궁극까지 몰아붙였던「악마를 보았다」(2010)를 국내 마지막 작품으로 선언하고 헐리우드 진출을 모색했다.

김지운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는 슈퍼 튜닝카를 타고 미국 전역을 질주하는 마약왕 패거리와 그를 막으려는 뉴멕시코 국경의 작은 마을의 늙은 보안관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올해 65세인 왕년의 액션 전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의 정치 외도를 끝내고 본격적인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했다는 점도 흥행의 한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레일러를 통해 엿본 「라스트 스탠드」는 1980년대 분위기의 컨트리 액션씬으로 서부극에 대한 오마쥬를 보여주고, 세련된 편집기술로 오늘날의 관객을 만족시킬 예정이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토커」 스틸컷. 사진출처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두 번째 타자는 박찬욱 감독이다. 세 감독 중 헐리우드 진출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논의됐고, 현재도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박 감독. 미술사를 좋아해 서강대 철학과에 진학했던 그가 영화계로 오게 된 구구절절한 사연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데뷔작(「달은 해가 꾸는 꿈」(1992))의 참패, 재기작의 실패(「삼인조」(1997))에 이어 자신이 시나리오를 썼던 작품(「테러리스트」(1995))마저 다른 감독에게 넘긴, 정성일 평론가 표현을 빌리면, ‘충무로에서 피를 토하고 죽을 만한 일’을 겪은 박찬욱 감독. 10년을 버텨온 그는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를 만나 「공동공비구역 JSA」(2000)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고, 이후 「올드보이」(2003)로 깐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로의 도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후 복수 3부작을 통해 세계인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주고 「박쥐」(2009)를 통해 뱀파이어 영화의 새로운 영역(죄에 대해 고민하는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간의 사랑에 대한)을 개척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바쁜 감독 중의 한 명인 그는 그런 와중에도 동생 박찬경 작가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저예산 영화를 찍는 실험도 병행했다.

한 우물 판 씨네키드, 세계적인 감독으로

그가 헐리우드에서 감독으로 데뷔하는 작품은 「스토커」. 스토커 씨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아버지가 죽은 뒤 남은 모녀에게 나타난 삼촌과 얽혀지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심리스릴러라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플롯의 전부다. 트레일러에서도 「올드보이」의 장도리씬처럼 유려한 컷의 흐름보다, 복수 3부작에서 봐왔던 심리, 반전에 대한 기대가 큰 영화로 보인다. 미망인 역에 호주의 대표 여배우 니콜 키드먼이, 그녀의 딸에는 미아 바시코브스카, 수상한 삼촌 역할에는 매튜 구드가 연기한다. 충격적 반전이 있을 지, 서서히 신경을 죄어오는 심리 스릴러물일 지 섣부른 예측은 어렵지만, 리들리 스콧, 토니 스콧 형제가 제작을 맡았다는 데서 박감독의 헐리우드에서의 입지를 느낄 수 있다. 제42회 로테르담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고, 오는 2월 28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로 개봉된다.

「설국열차」포스터. 사진출처 : 「설국열차」 공식 홈페이지 http://snowpiercer2013.interest.me

영화아카데미 시절부터 발군의 실력을 뽐냈던 봉준호 감독. 그가 졸업작품으로 제출했던 「지리멸렬」(1994)은 그 탁월한 영화적 구성력과 학생답지 않은 영상미의 구현으로 당시 영화학도들에게도 회자되던 작품이었다. 「살인의 추억」(2003)과 「괴물」(2006)로 일약 한국 최고의 흥행성적을 세운 그가 이번에 헐리우드에서 배급할 영화는 「설국열차」. 개봉일은 미확정이지만 상반기로 알려져 있다.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가 원작이다. 인류의 전쟁 중에 등장한 기후 무기로 인해 지구에 갑작스레 빙하기가 도래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구 반대쪽을 향해 달리는 설국열차에 몸을 싣는다. 1호부터 1001호까지 연결된 설국열차는, 그 숫자가 바로 계급을 상징하고 있다. 1호에는 최상류층이, 1001호에는 최하류층이 타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가장 낮은 곳에 사는 1001호 사람들이 한 칸 한 칸 앞 열차를 점령해가면서 사투를 벌여가는 내용이다. 그간의 봉 감독 행보로 미뤄보건대, 틀림없이 매력적인 요소다. 역시나 봉 감독은 설국열차 원작의 큰 얼개만 가져오고, 구체적인 전개 및 설정은 직접 각색했다고 한다. 순제작비만 450억에, 크리스 에반스, 애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일본과 프랑스 배우들도 참여하는 다국적 프로젝트. 반가운 소식은 이제 세계적인 배우 대열에 합류한 송강호도 캐스팅됐다는 것이다.

1억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던 2012년. 박신양의 ‘힘’을 보여주며 현재 예매 1위를 기록중인 「박수무당」이나 「남쪽으로 튀어」 같은 코메디 영화, 「베를린」, 「신세계」같은 액션 대작들도 줄줄이 개봉 대기중이다. 그중에 헐리우드에서 데뷔를 앞둔 세 편의 영화들. 이 영화들이 성공할지 실패할 지는 시간만이 대답해 줄 것이다. 성공한다고 해서 섣부르게 한국 감독들이 헐리우드행에 청신호가 켜졌다거나,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손 내민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먼저 시장성을 알아보고 적극 투자했다는 점은 평가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만, 어렵게 찾아온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세 감독의 순조로운 헐리우드 차기작 진행 소식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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