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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퀴’는 실제로 존재했을까?
‘책 바퀴’는 실제로 존재했을까?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01.0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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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_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홍성욱 지음┃책세상┃276쪽┃15,000원

‘과학혁명, 인간의 역사, 이미지의 비밀’이란 부제를 단 이 책은 과연 누가 필요로 할까?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과학사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 이 책은 과학과 예술, 예술과 기술, 과학과 미학,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담긴 인간적인 요소들과 얽혀 있다. 그리고 이 책은 한 장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르네상스기에 활동한 이탈리아 엔지니어 아고스티노 라멜리의 「책 바퀴(독서기계)」(그림 참조)다. 그림 속 독서 기계가 당시에 실제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 기계가 세상에 선보인 것은 198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였다. 르네상스기에 그려진 한 장의 그림이 현대의 과학기술로 세계적인 건축가 리베스킨드의 손을 빌려 실현된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 그림 한 장을 계기로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들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그의 관심사는 이렇게 과학-예술로 확장됐는데, 이 책이 서 있는 자리도 정확히 이쯤이다. 이 책은 과학과 관련된 또는 과학에서 사용해온 이미지 자료들(회화·조각 작품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이 펴낸 책의 표지 그림, 권두화, 스케치 등)을 매개로 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독해한다. 이것은 연대기식 설명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전혀 다른 독서의 즐거움과 지적 향유의 기쁨을 제공하기에 충분한 방식이기도 하다. 또는 저자가 강조해왔던 ‘인문적·융합적 과학사’ 독해로의 초대가 될 것이다.

과학의 역사를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고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미지들, 이런 이미지들을 읽는 것은 과학을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파악하는 작업이다. 특히 과학자들의 저술에서 볼 수 있는 책 표지 그림, 권두화 등을 소재로 이성과 근대성으로 대표되는 근대과학 이면에 숨겨진 상상력, 여성성, 주변성을 복원한 2부는 이 책의 묘미를 가득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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