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勝者獨食의 대통령제를 넘어서려면
勝者獨食의 대통령제를 넘어서려면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01.0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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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_ <철학과현실>, ‘정치개혁과 헌법개정’을 말하다

 

다소 늦게 발행된 계간 <철학과현실>(발행인 이명현)이 눈길 끄는 주제를 들고 나왔다. 제철에 맞춰 나오진 못했지만, 이 특별좌담 ‘정치개혁과 헌법개정’ 하나만으로 <철학과현실>은 제값을 다한 셈이다. 이 특별좌담은 분명 18대 대선을 앞두고 기획된 것이지만, 이를 떠나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짚어줬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실제 이 좌담은 2012년 10월 15일 철학문화연구소에서 이뤄졌다). 사회 일각에서 권력 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헌법개정 논의가 심심찮게 불거져왔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 중임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철학과현실>의 특별좌담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좌담에 참여한 이들은 이명현 <철학과현실> 발행인(철학, 서울대 명예교수, 전 교육부장관), 정종섭 서울대 교수(헌법학, 서울대 법학대학원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전 대통령정책자문기획위원회 위원장)다. 이들은 헌법개정의 필요성, 승자독식의 대통령중심 정치의 구조적 모순, 현행 대통령제가 전통시대 王과 무엇이 다른지,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관계, 양원제의 의미, 권력분산형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 헌법 속의 경제민주화 등 다양한 주제를 서로 주고 받았다. 이들의 좌담에서 주요 부분을 발췌해 재구성했다.

분권형 대통령제의 가능성
이명현: 저는 사실 80년, 이른바 민주화의 봄, 박정희 유신정권이 끝나고 새로운 민주화시대가 열린다고 했을 때 군사체제 안에서 시행된 강력한 권력집중 체제로 작동해온 대통령중심제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직선을 통해서 선출해 외교, 안보문제만 책임지고 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동의로 선임하되 내정을 전부 총괄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했습니다.


정종섭: 선거가 승자독식의 자원쟁탈전의 도구로 되기 때문에 대의제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 엄밀하게 말하자면, 건국 이후 대의민주주의는 아직도 형성이 안 돼 있기에 붕괴될 것도 없지만, 하여튼 대의민주주의의 출발점도 제대로 안 잡혀 있는 그런 구조가 그간의 한국 대통령제라고 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이 방식으로 계속 가면 그 끝이 무엇이겠느냐? 한국이라는 나라는 계속 바람직한 쪽으로 안 간다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우선 대통령제를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저는 그렇게 봅니다. 저는 의원내각제, 곧 의회주의제 쪽으로 가야 공존 상생의 틀이 만들어질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 지역주의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장집: 우리나라의 경우, 민주주의를 실제로 주도하는 정치조직체로서의 정당의 경험이 일천하고, 또 그들이 경쟁하는 상대에 대해서, 경쟁자나 반대자에 대해서 갈등을 협상과 타협을 통해서 풀어가면서 사회전체의 이익에 대한 콘센서스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정치적인 경험이 그동안에 너무 없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민주주의 자체가 일천하니까요. 이것을 학습하는 비용이 지금까지는 엄청 높았다고 할 수 있고, 우리는 그 부작용을 보면서 지금 이런 헌법개정, 새로운 제도를 얘기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헌법개정, 넓은 콘센서스 필요
헌법개정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넓은 콘센서스를 필요로 하는 것이죠. 제 생각은 현행 헌법이 비록 불완전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1987년 이래 지금까지 헌법이 명시하는 제도에 적응하면서 나름대로 경험도 쌓아왔다고 하겠어요. 그러나 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당장 제도를 바꾸는 것이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생각하는 것에 저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제도를 바꿀 때는 그로인한 비용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새로운 제도에 적응해야할 비용 말이죠. 이번 대선에라도 헌법은 지금 당장 고칠수는 없는 거니까 있는 틀 안에서 권력을 민주적으로 배분하고 운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대통령의 권력을 중심으로 해서 말입니다.


정종섭: 헌법개정이 또 다시 지금 있는 대통령제를 그래도 두고 대통령 임기만 4년 중임제로 바꾸자고 하는 논법으로 가면 우리의 문제는 더 악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승자독식, 대통령의 독주, 지역주의의 문제, 사회속의 갈등 등등 이러한 문제가 현행 대통령제가 심화시킨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데 4년 중심으로 바꾸면 8년의 통치를 놓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게 되지요. 지역주의 문제는 영영 해결이 난망합니다. 그렇게 안 하는 전체 하에서 민주화 이후의 이 성과들을 성공시키고 안착시키는 그런 관점에서의 의미를 갖는 헌법개정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대통령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나 분권하는 방법, 의원내각제로 가서 정치에서의 공존을 추구하는 길 등등.


이명현: 저도 정 교수님의 의견에 같이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가에는 왕이 있어야 된다. 그러니까 대통령제가 뭐가 나쁜 거냐 하는 의식을 국민들이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만약 바꾼다면 중심제로 바꾸는 것밖에 뭐가 있겠느냐 이런 생각도 한편에 많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정치권이라든지 지식인 사회가 앞으로 정말 착실하게 그런 쪽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중임제 개헌 쪽으로만 가면 우리 정치계가 엄청난 격랑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5년으로 끝나니까 그래도 좀 나은 건지도 모르죠. 제왕적 대통령제가 확실히 뿌리를 내려 독재정부 쪽으로 우리 정치사가 거꾸로 퇴행할 것이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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