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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호 새로나온 책
671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3.01.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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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의 정화, 조선의 표상─일제강점기 석굴암론, 강희정 지음, 서강대출판부, 311쪽, 18,000원
이 책은 석굴암에 대한 인식의 기초를 살펴봄으로써 그 패러다임의 형성 과정을 고찰한다는 점에서 근대적으로 재발견된 석굴암에 대한 인식의 공론화 과정을 추적한 흥미로운 작업을 담고 있다. 근대적인 발견, 복원 공사, 인식의 틀에 이르는 근대 석굴암 인식론의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파악하면서, 석굴암 ‘발견’의 의의를 조선과 일본의 식민지-제국주의 관계만이 아니라 세계사적 관점에서 호가인하고, 석굴암을 강조하게 된 일본의 입장을 검토했다. 즉, 일제가 유럽제국주의를 따라 동남아에서 했던 발견, 발굴, 복원 행위를 그대로 배워서 조선에서도 시행했다는 것을 밝히면서, 석굴사원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석굴암을 바라보는 것은 인도와의 관련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본 지배층의 의도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자 했다. 저자는 인도 불교미술과의 관련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해, 조선을 거쳐 일본에 전해진 불교와 그 미술이 가장 우수한 문화의 꽃이라고 주장하려는 의도였다고 지적한다.

■ 도덕의 차원들: 허용, 의미, 비난, T.M.스캔런 지음, 성창원 옮김, 서광사, 296쪽, 25,000원
이 책은 영미권의 도덕철학, 정치철학의 거장인 하버드대 철학과 스캔런 교수가 수년 동안 동료학자들과 토론해 온 주제인 의도된 결과와 단순히 예견된 결과 사이의 구분이 갖는 중요성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옮긴이는 이 책이 “도덕적 사고의 다양한 차원들(dimensions)을 구성하는 개념들인 행위의 허용가능성 및 의미, 그리고 비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한다”라고 소개한다. 또한 “도덕적 평가에 관련된 구체적인 쟁점들, 즉 행위의 허용가능성에 있어서의 의도의 역할과 도덕적 비난의 본질”에 관해 탐구하고 있는 이 책에서 “주의 깊은 독자들은 스캔런의 고유한 계약주의 윤리학과의 관련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가 이번 번역본을 위해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이 책의 원서가 출간된 후에 3년 동안 동료 학자들이 해 준 논평을 고려해 필요한 해명을 제시하고 좀 더 강조해야 할 주장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 사회를 넘어선 사회학, 존 어리 지음, 윤여일 옮김, 휴머니스트, 400쪽, 20,000원
오늘날 사회학의 키워드는 ‘이동’과 ‘하이브리드’이다. 우리는 현재 시공간의 경계가 모호하고 서로 다른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사회학은 기존의 연구 범주를 벗어나 여러 사물 및 주체의 다양한 이동 경로를 탐색하고, 그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집중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책의 부제 역시 이러한 사정을 반영, ‘이동과 하이브리드로 사유하는 열린 사회학’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이동성과 다차원적 감각, 정보의 흐름을 통해 사회학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나아가 전혀 다른 사회학의 비전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동’을 사회 현상의 본질적 계기로 파악하면서 사회 현상의 다차원적 면모를 여러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하이브리드, 네트워크, 이동과 같은 단어들이 핵심적인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으며, 사회학은 새로운 지식의 패러다임이자 포괄적인 사유의 장으로 기대된다.

■ 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도서출판b, 477쪽, 26,000원
가라타니 고진은 ‘교환양식’이라는 개념으로 원시공산제사회부터 현재의 자본주의사회, 나아가 미래의 전망까지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주의를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학술적 영역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가라타니의 최근 연구에서의 키워드는 국가 간 경제적 격차, 전쟁, 환경 파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현재의 자본제사회가 가져오는 가장 핵심적이고 필연적인 문제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극복해보고자 하는 연구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고진은 자본제 사회 이후라는 미래전망에 힘을 쏟으면서 세계혁명을 일으키자는 결론을 내린다. 이것은 ‘세계동시혁명’이자 ‘세계공화국’으로 표상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목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나의 목표로서 지향할 수 있다는 규제적인 이념으로 끝을 맺는다.

■ 중국사회사상사, 송영배 지음, 사회평론, 736쪽, 30,000원
이 책은 동서양을 주유하며 폭넓은 학문세계를 탐구해왔던 노학자가 이룬 연구의 총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작이다. 이 책은 저자가 시대에 휘말린 지식인으로서 느꼈던 통렬한 문제의식의 결과물이자 젊은 철학도로서 평생 풀고자 했던 철학적 자기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중국사회를 ‘유교적 사회’로 규정하고, 이를 고대중국과 현대중국을 꿰뚫는 화두로 삼아 ‘유교적 사회’의 의미에 천착하여 치밀한 구조적 통일성 속에서 사회경제적 변혁과 사상의 출현과 역사적 대립을 논쟁적 비판의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저자는 유교적 질서로 대변되는 중국의 전통사회구조 뒤에 숨겨진 사회경제적 조건과 그 원동력을 춘추전국시대부터 문화대혁명까지 중국 전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면서 밝혀내고, 현대 중국의 지성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하는 정신사적 문제까지 총괄해 다루고 있다.

■ 카오스의 글쓰기, 모리스 블랑쇼 지음, 박준상 옮김, 그린비, 328쪽, 20,000원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되는 책으로서, 블랑쇼의 후기 사유가 단상들로 구성돼 있는 책이다. 마치 하루하루의 일기를 쓰듯 단상 형식으로 구성된 그의 글들은 그의 삶이 드러나지 않는 은거의 삶이었던 것처럼, 그의 언어 역시 현실을 설명하고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구성적 전망의 언어가 아니고, 현실의 맹점을 밝혀 보이는 명철하고 비판적인 언어도 아니며, 드러나지 않는 침묵의 언어임을 보여 준다. 특히 그는 이 책에서 단상 형식을 통해 수동성, 죽음, 타자와 같은 기존의 사용했던 개념들을 적절하게 배치, 사유를 전개해 나가면서 블랑쇼 사유의 전체적 맥락을 한 번에 관통하고 있다.

■ 한국영화의 존재방식과 광학적 무의식, 박명진 지음, 도서출판 경진, 304쪽, 17,000원
영화글쓰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영화와 사회, 그리고 역사적 상상력에 대해 말걸기를 시도하는 책이다. 영화가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모형을 구축하는 작업이라면 저자는 현재의 삶을 미래를 향한 백일몽으로 꾸면서 ‘낮에 꾸는 꿈’에 대해 사유하고 있다. 영화는 과거를 반성하게 하고, 현재를 교정시키며, 미래를 꿈꾸게 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의 고민들은 바로 이러한 시간 서사, 즉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연결되는 ‘한 인간의 삶의 시간적 기승’에 대한 성찰적 작업일 것이다. 1장에서는 타자와 섹슈얼리티를 중심으로 영화가 재현하고자 한 양상들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로서, 또는 인종적 타자로서 우리 사회의 잉여로 취급받는 자들에 대한 성찰을 시도했다. 2장에서는 역사와 폭력이 영화와 관계 맺는 지점에 대해 주목했다. 3장에서는 다매체 시대에서의 영화의 존재 방식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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