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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과 우리 교육의 좌표
‘박근혜 정권’과 우리 교육의 좌표
  •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ㆍ윤리교육학
  • 승인 2013.01.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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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영하 십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지속적으로 출몰하고 있고 시간을 가리지 않고 내리는 눈은 겨울의 매서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이런 가운데 맞는 새해는 늘 그렇듯이 아쉬움에 기반을 둔 다짐을 불러오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다짐들마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나라나 세계 경제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지난 연말부터 유령처럼 주변을 떠돌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일 것이고, 자살이나 강력 사건, 테러 등의 소식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 말고 우리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의 교육 문제다.

꼭 필요한 것인지가 검증되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무모한 경쟁의 칼날이 새해 들어서도 결코 그 날카로움을 감출 것 같지 않고, 그 안에서 견뎌야 하는 아이들과 교사들의 체념어린 한숨 소리 또한 낮아질 것 같지 않다. 이명박 정권 들어 노골화된 점수 경쟁과 서열화, 그리고 그 대열에서 탈락한 아이들에게 쏟아지는 경멸과 무관심의 정도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도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함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지금 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교육의 지향점을 어떻게 잡아가야 하는가와 같은 교육철학적 논점들은 뒤로 내몰린 지 오래고, 학교나 교육청, 대학들 사이의 점수 경쟁과 그 점수에 따른 차등화된 재정 지원만이 교육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횡횡하고 있는 5년을 어떻게 견뎠는지 아스라하다.

새해 들어 새롭게 등장할 박근혜 정권이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또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대학 반값 등록금’이나 ‘대학입시 단순화’ 같은 정책들을 모르지 않지만, 그런 단순한 처방으로 우리 교육의 문제가 어느 정도나 완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해주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런 정책들이 새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문제의 근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의 좌표는 생존력 기르기와 더불어 사는 능력 기르기라는 씨줄과 날줄을 근간으로 삼아 설정돼야 한다. 교육은 곧 인간다운 생존능력을 길러주는 일이고, 그 ‘인간다움’의 근간이 ‘더불어 있음’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교육은 그 둘을 분리시켰을 뿐만 아니라 과장되고 왜곡된 생존력을 창의성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폭력의 본질을 직시하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리고자 하는 지난한 노력이 요구되는 절박한 시점임을 새로운 정권이 최소한으로나마 공감해주기를 기대한다.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ㆍ윤리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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