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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 꿈틀거리는 한 해 … 학문과 현실의 접점 모색하는 활기찬 행보들
계사년 꿈틀거리는 한 해 … 학문과 현실의 접점 모색하는 활기찬 행보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1.03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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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새해, 학회장에게 듣는다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나라 안에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새로운 도약의 실험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며, 나라 밖으로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13년 한국 학계는 어떤 움직임을 구체화할 것인가. 새로운 정부의 출범, 급변하는 동북아정세 등 국가적 과제에서부터 학문 고유의 성찰까지 다양한 움직임이 예상되는 가운데, <교수신문>은 여섯 곳의 주요 학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3년을 준비하는 이들의 각오를 들어봤다.

얼어붙은 건설경기에 새로운 활력을 기대하고 있는 학회는 단연 대한건축학회(회장 서치호 건국대)다. 1945년에 설립된 대한건축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서치호 회장은 지난 한 해를‘함께하는 학회’라는 캐치프래이즈로 회상했다. 건축학(설계나 디자인)과 건축공학(기술) 분야의 교류를 좀 더 활성화시키려는 의도다. 서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2013년 계획은 지회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동반성장을 추구하면서, 건축학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 건축학은 5년, 건축공학은 4년 과정인데, 이것이 나라마다 다른 것이 현실. 일각에서는 5년제로, 4년제로 혹은 4+2년제로 각기 목소리가 다르다. 대한건축학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세계화 추세에 뒤떨어지지 않고, 국내의 현실을 감안한 학제를 제시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시대현실 감안한 학제 제시

대한건축학회는 장기적인 침체에 접어든 건축불경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건축의 고용창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 세미나를 한국건설기술인협회와 공동으로 오는 3월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서 회장은“소득 3천~4천불 시대부터 우리는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했다. 2만불 시대의 우리는 하이테크도 갖고 있다. 한 세대가 가진 이 기술력을 적절한 해외수요처에 제공해야 한다”며“국내에서는 시설이나 복지개념을 살펴 무상교육을 외치기보다는 3천 불에 맞춰 지었던 건물을 2만 불 시대에 맞게 리모델링하고, 삼면이 바다인 점을 적극 이용하는 해양건축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토가 좁아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제한했던 용적률 같은 기준을 2만불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지난 한 해 고교 과학교과서 진화론 수정 문제에서부터 전무후무했던 ‘탄소문화상’까지 학계를 종횡무진하며 확실히 이름을 각인시킨 대한화학회는 강한영 충북대 교수가 차기회장으로 활동한다. 강 차기회장이 구상하는 2013년은 규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한 해다. 1946년에 설립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아직 화합물에 대한 정확한 명명법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화합물은 농학, 약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에 쓰이는데 그 이름이 통일되지 않아서 사회적으로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강 차기회장은 구미에서 발생했던‘불산’사태에 대해서도“‘불산’이 아니라 ‘플루오린화수소산’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라며 “흔히 말하는‘화학적 거세’도‘물리적 거세’의 대척점에서 용어를 찾다보니 이렇게 됐는데, ‘약물적 거세’가 맞는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회장의 1년 임기에 완료할 수는 없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해서‘화학’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강 차기회장의 목표다. 그는 새로운 것을 더 만들어 업적을 쌓기보다는 지속가능한 학회, 전통을 이어가는 학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던 한국경제학회의 차기회장은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다. 경제현안 이슈 중심 세미나에 집중했던 2012년을 보내며 김 회장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정기학술대회는 계획대로 진행하지만, 올해 특별히 주력을 쏟을 분야는 유럽 쪽 학회와의 연계활동이다. 김 차기회장은“유럽 쪽 학회와 연동이 안 된 상태라서 유럽의 경제 관련학회와의 교류에 물꼬를 터야 한다”라고 말하며“국내에 유럽학회를 비롯 많은 유사학회들이 있지만, 대부분 독일파와 프랑스파로 나뉜다. 유럽에서 연구한 교수들과 접촉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의 2013년 최대 화두는 두 가지다. 연금과 일자리가 그것.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됐기에 노후 대비를 위해 정년을 연장해 연금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지난 해 최대 이슈였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김 차기회장은 “1980년대 말 헌법 개정할 때 이미 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를 넣지 않았냐”며 “워낙 포괄적인 개념이기에 학자들이 좀 더 정교하게 풀이를 해서 세밀한 정책을 중장기와 단기로 구분해 내놓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많은 논쟁거리를 양산해내는 경제민주화는 전문가들의 논의와 일반인들의 논의가 구분돼야 함을 전제했다.

2013년을 물리교육의 원년으로 선포

역시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던 한국물리학회의 새로운 도약은 차기회장인 이철의 고려대 교수가 진두지휘한다. 그는“지난 60년을 돌아보면 연구인력, 연구비, 논문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나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매우 적은 형편”이라고 말하며“2013년 한국물리학회가 기초과학관련학회협의회 대표가 되는 만큼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권익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차기회장은 2013년을 ‘대한민국 물리교육의 원년’으로 선포해 중고교 기초과학 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회,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 한해가 지난 5년간의 과학기술 정책의 공과를 평가하고 향후 5년간의 정책기반을 세우는 해라는 의미에서 지역, 분과, 연구소, 산업체, 여성의 의견을 고루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선거의 해였던 2012년 10월에 한국언론학회 학회장에 취임한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학회의 저널리즘 분과와 정치커뮤니케이션 분과를 합쳐 지난 3개월 분량의 대선 보도 기사를 2차에 걸쳐분석했고, 각 언론사 정치부장과 함께 곧 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회장은 올 한해 한국언론학회가 나아갈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그 첫 번째 밑그림은 커뮤니케이션학의 한국화다. 그는“서양과 미국의 이론을 수입해 한국의 언론현상을 분석했는데, 한국 커뮤니케이션의 독자적인 이론을 만드는 한국화를 시도할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이미 학회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특집으로 2회 다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본 커뮤니케이션학이다. 김 회장은“이정희 후보의 대선후보토론에서 봤듯이, 내용은 맞지만 한국인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 사회과학의 한계가 아닐까”라고 말하며 “인문학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Brain to brain이 아닌 Heart to heart, 매체 중심이 아닌 텍스트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는 봄 여수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주제를‘인문학적 관점에서 본 커뮤니케이션학’으로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서양에 종속된 언론학의 구도를 탈피하고 동양적 커뮤니케이션학을 확립해나간다는 한국 언론학의 세계화이다. 김 회장은 오는 7월 처음으로 열리는 한중 언론학자 세미나를 통해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이 계획을 구체화할 생각이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철학회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김 회장은 두 가지 주제를 놓고 고민 중이다. 하나는 철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이념 문제다. 이것은 민감한 사안이라 그동안 철학계에서 피해왔던 주제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한국 사회의 이념적 지형도를 철학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념을 받아들였던 서구, 유럽 사회가 탈이념화로 가고 있는 추세에서 이념이 대단한 영향력을 갖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에서다. 여전히 북한과의 대치에 따른 냉전 논리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이념이 어떻게 생성되고 어떤 역사와 발전을 거쳐 왔는지 오는 봄 학술대회에서 풀어볼 예정이다. 또한 과학기술이 정언명령처럼 된 시대에 기술발달의 맹목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시도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복제기술이 개발되면, 윤리적 문제, 인간의 존재 문제와는 상관없이 기술이 허락하는 한 인간복제까지 가는 기술에 대해 철학이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까지의 한국사상 정리

추진 중인‘한국철학 소스북 출판’기획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한국문화에 접근하려면 문사철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그 접근가능성을 열기가 쉽지 않다”라며“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한국 사상이나 철학, 유불도와 한국 토속신앙들, 60년대까지의 현대 사상까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소스북 출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의 철학이 한자문화권에 속하면서 중국 철학과 가졌던 관계, 해방 이후 유럽, 영미문화권에 종속됐던 상황에서 한국 철학의 정체성을 60주년을 맞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한국철학회가 갖고 있는 큰 고민이라고 김 회장은 말했다. 그리스에서 열리는 2013 세계철학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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