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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고등직업교육시스템 개혁을 바란다
과감한 고등직업교육시스템 개혁을 바란다
  • 이승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조정실장
  • 승인 2013.01.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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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 바란다

이승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조정실장
사상 유래 없는 접전 속에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박근혜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낸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으로서 새 당선인이 향후 5년간 그려나갈 포용과 소통의 정치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이제 당선인에게는 모든 분야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통치 스펙트럼을 설계할 막중한 책무가 주어졌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특히 국가의 미래경쟁력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고등교육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고등교육의 큰 골격은 맞춤형 특화시스템이 돼야 한다. 즉 지속적으로 한 국가의 성장을 뒷받침해야하고 지역의 균등한 발전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이론과 응용 비율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한마디로 편중, 획일화 그 자체였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특성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편차는 더욱 커졌다. 심지어 전문대학과 4년제 일반 대학의 특성도 구분이 가지 않을 지경이다. 새 정부는 이러한 난맥상을 효과적으로 극복해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율곡선생이 주창한 ‘更張’론을 떠올려본다. 경장이란 거문고 연주가 시원찮게 들리면 줄을 풀고 다시 팽팽하게 매어 제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바이올린이나 기타의 튜닝인 셈이다. 전문대학 교육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6개의 거문고 줄을 각기 특색 있는 소리를 내도록 다시 조율하자는 율곡선생의 주창이 이 시점에 매우 시의 적절하게 들린다.

그동안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과는 다른 트랙으로 고등직업교육 전담기관으로 성장해왔다. 나아가 직업교육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직업교육에서의 학제 자율화, 대학별 특성화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즉 전문대학이라는 고유한 ‘줄’ 안에서 전문화되고 특화된 ‘음색’을 내기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거문고에 있는 다른 줄의 음색이 똑같아지기 시작했고 연주 자체가 어려운 상태가 돼 버렸다. 정말 조율이 되지 않으면 어떠한 음악도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대선 기간 중 박근혜 당선인은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학위과정 및 수업연한을 다양화하고, 전문대학 특성화 100개교를 육성하며, 평생직업능력 선도대학 도입 및 전문대학 세계화 프로젝트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이들 대부분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전문대학의 숙원사업과 방향이 일치한다. 큰 방향이 유사하다면 남은 것은 실천하는 문제다.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중심을 전문대학에 둔다면 자연스럽게 고등교육기관 간 조율이 이뤄질 것이며 교육 수요자의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정책 추진에 필요한 예산에 대해서도 새 당선자는 이미 공약한 바 있다. 대학 재정지원을 OECD 평균수준에 맞추겠다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하지만 절대금액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나 예산 배분에서도 고등연구중심기관과 고등직업교육기관 간 불균형을 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문사립대학의 재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은 고작 4년제 일반대학의 절반도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전문대학은 4년제 일반대학을 비롯한 다른 고등교육기관과는 차별화된 고등단계의 직업교육을 실시해 왔다. 실제 대선 기간 중에는 이를 인정해 박근혜 당선자 뿐 아니라 야당 후보도 대선공약집에 고등직업교육시스템의 개혁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제 정치권에서는 전문대학을 대표적인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폭 넓은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이미 OECD 선진국들은 지식기반 평생학습사회에 적합한 고등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이러한 초당적 공감대와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새로운 정부는 출범 초기에 고등직업교육 시스템 전반에 걸쳐서 과감한 교육정책개혁과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책방향과 예산배분을 중심으로 한 고등직업교육의 개혁은 새 정부가 아무리 서두른다 할지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 소감 및 당선 인사를 통해 ‘약속대통령’, ‘국민의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제 박근혜 새 정부를 통해 다시  한 번 교육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이 직업교육의 르네상스를 이끌 그날을 꿈꿔 본다.

이승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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