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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안에 ‘민주주의’ 숨어 있다?
수학 안에 ‘민주주의’ 숨어 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12.24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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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_ 조지 슈피로 지음 『대통령을 위한 수학』 차백만 옮김┃살림┃384쪽┃15,000원

책의 부제 ‘민주주의를 애태운 수학의 정치적 패러독스’가 흥미롭다. 민주주의와 수학? 도대체 어떤 관계이길래 저널리스트가 된 수학자인 저자는 이 예민한 문제에 매달린 것일까. 예루살렘 헤브라이대에서 수리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2007년 프랑스 대선에 얽힌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활용한다. 당시 결선투표에서 사르코지가 전체 투표수의 53%를 차지함으로써 루아얄 후보를 손쉽게 따돌리고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과연 사르코지가 프랑스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라고 할 수 있을까.

선거법을 연구하는 밸린스와 라라키는 선거 결과가 국민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려는 목적으로 투표소를 나오는 유권자들에게 경선에 나선 9명의 후보에게 좋음, 보통 나쁨으로 등급을 매겨달라고 했다. 결과는 매우 뜻밖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후보는 경선에서 3등으로 탈락한 프랑수아 바이루였다. 이 황당한 결과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선거에서도 같은 역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놀라운 점은 이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문제, 즉 선거가 오히려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선한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는 역설을 둘러싼 논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가 시작된 시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민주주의가 완성됐는지를 역사적으로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가 요구하고 있던 가치와 이상향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고 제도로써 실현해 왔는지 잘 보여준다. 역사를 바꿔 놓았던 극적인 순간들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수학자들의 격렬한 논쟁과 흥미 만점의 배경지식까지 다루고 있어 한 페이지도 그냥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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