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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그 이후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그 이후
  • 교수신문
  • 승인 2012.12.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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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생물과 환경의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 분야인 생태학은 생물권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자연을 통제한다’는 생각은 인간 위주의 오만한 표현으로 자연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고 여기던 때의 유물이다. 환경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인물이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다. 카슨은 뛰어난 해양 생물학자이자 훌륭한 작가였다. 1962년에 그녀는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출간했다. 이 책은 산업화의 폐해를 강력하게 비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대중의 생태학적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한 ‘지구의 벗들’과 ‘그린피스’가 ‘침묵의 봄’ 출간에 자극받아 조직되기도 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1960년대까지 이를 인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술은 빠르게 발달해왔고 인류는 오랫동안 풍요를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시기에는 화학비료의 사용과 DDT 같은 살충제의 살포로 작물의 생산량이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DDT의 대량살포 결과 DDT가 포식성 조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또한 살충제가 뿌려진 지역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그 영향이 나타났으며 심지어 인간의 모유에서 DDT가 검출되기도 했다. 특히 DDT의 장기간에 걸친 사용은 DDT에 내성을 가진 곤충을 출현시켜 살충제의 효과가 감소됐다. 이럴 즈음 카슨이 『침묵의 봄』을 들고 나섰다. 카슨은 DDT 보다 더 강력한 살충제들이 출시될 때마다 일반 대중에게 그 위험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카슨은 농업이나 살충제 관련 산업 분야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는데 미국의 거대 화학회사들은 그녀와 출판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가 실패하자 그들은 카슨과 그녀의 과학을 폄하하는 공적인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25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침묵의 봄』 저술은 용감한 활동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정부정책에 대한 합법적인 비판조차도 위험한 행동이었다.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유세계의 구세주이자 번영의 신탁자로 숭배 받았다. 『침묵의 봄』에서 카슨은 이들 전문가들을 공적 검증의 장으로 이끌어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생태학적 경고만을 다룬 게 아니다. 이것은 전후 과학의 온정주의에 대한 습격이었다. 『침묵의 봄』은 카슨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 책은 그녀가 죽은 1964년 4월까지 약 100만권이 팔렸다. 그녀의 관점이 널리 알려지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과학자문위원회에 그녀의 주장을 검증할 것을 지시했으며 그 보고서 덕에 카슨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살충제의 광범위한 사용은 독성 성분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돼 인류까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책 출간 10년이 지난 후 비로소 미국 내에서 DDT의 생산과 사용이 금지됐으며 영국에서는 그 몇 년 뒤에 사용이 금지됐다. 카슨의 적들은 말라리아로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죽어가는 것은 DDT 사용 금지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카슨을 많은 사람들을 죽인 대량 살육자라 강박한다.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와 에릭 콘웨이(Erik M Conway) 같은 과학사가들은 DDT가 먹이사슬에 축적되는 것 때문만이 아니라 DDT에 저항성을 갖는 모기가 출현했기 때문에 생산 및 사용을 금지시켰다며 이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집단은 현재의 말라리아 창궐이 카슨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사실, 카슨의 경고는 DDT와 그 유사 화학약품에 의해 가해진 위협이라는 관점과 인류가 직면한 생태적 위험 모두에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바다는 육상의 공포를 증언하고 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바다는 최종적인 저장소이다. 토양에서 씻겨나간 화학물질들은 지류와 강으로 흘러든 다음 궁극적으로 바다 바닥에 축적된다. 그러나 바닥에 사는 패류와 저서어류를 포획하기 위해 저인망 어선이 바닥을 지속적으로 홅는 관계로 DDT를 포함한 독소들은 끊임없이 물속에서 교반된다. 육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자소독에 쓰이는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는 꿀벌의 군락 붕괴질병과 관련이 있다.

그러기에 카슨은 말한다. “화학전쟁은 결코 이길 수 없고, 모든 생명체는 폭력적 협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카슨의 교훈을 잊어 가고 있다. 카슨은 우리 자신이 자연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믿었다. 『침묵의 봄』은 자연의 모든 것은 서로서로 연관돼 있다는 명백하고도 중요한 메시지를 제시했다. 그녀 때문에 우리는 야생생물들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먹이사슬의 취약성을 이해하게 됐으며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강력한 녹색운동을 펼쳐올 수 있었다. 지금 환경은 더 좋아졌는가? 우리는 지구를 잘 보존하고 있는가? 또는 이전보다 더 위험해졌는가? 『침묵의 봄』이 출판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 지구는 더 온난화됐으며, 해수면은 더 상승하고 산호초는 파괴되고 있다.

 

김환규 서평위원/ 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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