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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뜨겁게 달군 대학가 이슈 5
2012년을 뜨겁게 달군 대학가 이슈 5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12.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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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볼모로 ‘대학 구조조정’ 태풍 … 끝나지 않은 갈등

‘대학 퇴출’이 대학가를 강타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이하 교과부)는 2009년부터 시행해온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2011년, 이하 하위 15%대학)과 연계시키는 전략으로 ‘대학구조개혁’을 단행했다. 3년째에 접어든 올해, 처음으로 ‘퇴출대학’이 발표되자 대학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상대평가에 따른 存廢의 사선에 선 대학들은 역량과 인력을 ‘지표 관리’에 총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피로감’이 터져 나온 건 어쩌면 자연스러웠다. 대학의 생사여탈권을 틀어쥔 교과부와 피평가자 입장에 놓인 대학 간의 신경전은 총장 불신임이라는 내분까지 야기시켰다. 2012년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교수신문> 온라인 방문자들이 주로 찾아 읽었던 기사를 분석한 결과, 역시 대학구조개혁 관련 뉴스가 ‘Top 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으로 ‘퇴출 대학’이 나타나자 대학들의 위기의식은 극에 달했다. 지난 8월 말, 2013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국민대, 세종대, 동국대(경주) 등이 포함됐다. 국민대의 한 학생이 대자보를 꼼꼼히 읽고 있다.
 

대학가 집어삼킨 ‘하위 15%대학’

“2025년이면 고교 졸업자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16만명이나 모자란다. 전국 350개 대학 중 100개가 문을 닫아야 한다. 대학구조개혁이 다음 정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홍승용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지난해 7월, 교과부가 대학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출범시킨 대학구조개혁위원회 1기 위원장이다. 최근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지난 7월 홍 부의장은 정세 변화로 인해 대학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해질세라 돌연 자리를 내놨다. 2기 위원장에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을 선임했다. 홍 부의장은 위원장 임기 1년 동안 명신대, 선교청대(성민대), 성화대학 3곳을 퇴출시켰다. 8월에는 건동대가 ‘자진 폐쇄’했다. 

이영선 신임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정책을 예정대로 이어갔다. ‘2013학년도 제한대학’이 발표된 8월 31일은 올해 대학가 이슈의 정점이었다. 국민대, 세종대, 동국대(경주)가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되면서 ‘취업률 논란’이 올해도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다. 이들 대학은 발표 전날부터 해명자료를 낼만큼 불안한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 예체능계열 비율이 높은 탓에 취업률에서 감점요인이 컸다는 점과 등록금 인하율 지표에서 상대적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취업률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대학의 미니멈 서비스”라며 “하위 15%대학에서 벗어나려면 대학 정원부터 줄이라”고 못 박았다.

취업률 지표 경쟁 과열, 올해도 여전

하위 15%대학 지정을 둘러싸고‘취업률’은 올해도 단연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해 조교채용 등 교내취업 꼼수가 기승하자 교과부는 올해, 취업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건강보험DB를 가동하는 등 평가기준을 강화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평가 받는 입장에선 결국엔 실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학교기업을 설립하거나 취업 컨설팅 회사를 통해 ‘잡 매칭’(job matching)으로 취업률을 관리했다.

예컨대 지난해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모두 이름을 올린 목원대는 학교기업 8곳을 설립해 예술계열 학생들의 취업률을 끌어올렸다. 관동대는 잡 매칭 용역업체 3곳에 중도금으로만 무려 1억9천700만원을 지급하고도 실적 확인을 소홀히 했다가 교과부 감사에 적발됐다.

취업률 압박은 교수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됐다. 취업률 조사에 임박한 5월과 12월엔 기업체를 돌며 ‘취업 청탁’을 하고, 학생 취업과 관련, MOU(양해각서)를 교수 단독으로 체결하기도 했다. 학과별 취업률이 교내 전산망에서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우편과 이메일로 통지됐다. 대학알리미를 분석해 보면 취업률 60%, 최소한 55%는 넘겨야 하위 15%대학을 면할 수 있었다.

지난 9월에는 대전대 서예·한문학과의 한 교수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교과부가 취업률을 공개하기 하루 전날이었고, 하위 15%대학 발표 일주일 전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미망인이 지목한 死因‘취업률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바뀌었지만, 진상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 대학의 무책임한 행태는 교수사회의 공분을 샀다. 취업률을 전담관리 하는 학과장 교수들은 “취업률 경쟁 은 그야말로 지표 경쟁일 뿐이며 ‘돈 싸움’이다. 최근 들어 정부나 대학이 그렇게 강조하던 교육도 취업에 모두 밀려나 있다. 교과부 인증의 부실대학은 면할지 몰라도 대학이 부실해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내년부터는 취업률 비중을 줄이고, 교내 취업률에 상한선을 둘 계획이다. 교과부는 지난 5일 ‘2013년 대학 평가지표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교내 취업 상한(3% 이내) 설정 △유지취업률 도입 및 취업률 비중 5%p 축소 △입학 시 기취업자, 취업대상 제외 △구조조정 가산점 등이다.

꺼지지 않는 불길 ‘총장 불신임’

지표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대내외에서 전방위로 대학구조조정 압력을 받던 총장들은 다급해졌다. 정책을 철회할 수 없다면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논리다. 특히 외부총장을 영입해 개혁을 꾀하던 건국대, 카이스트, 한림대가 대표적이다. 이들 대학은 단기성과에 매달린 총장에 대한 역공격이 교수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곳이다.

건국대와 카이스트의 경우 논문표절, 연구업적 가로채기 등 교수들은 총장의 비위를 낱낱이 폭로했다. 결국 김진규 건국대 총장과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짐을 쌌다. 한림대는 교수업적평가를 둘러싸고 노건일 총장과 교수평의회가 팽팽히 맞선 형국이다. 최근 한림대 교수평의회는 노 총장이 제안한 학과자체평가제 계획안 제출을 거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서울여대는 교수 임용시 직권남용과 대학평가 순위 하락 등을 이유로 이광자 총장의 4선 연임 반대를, 숙명여대는 전임 이사장과 총장간의 알력다툼이 비화됐다.

특히 고려대는 전 이사장과 총장의 힘 겨루기가 1년 내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김정배 전 이사장이 200억원대 투자손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교수들은 최근 김재호 새 이사장과 김병철 총장 등 이른바 ‘김씨 일가’를 향해 잇단 비판성명을 내놓으면서 2라운드에 돌입했다. 교수들은 현 이사장과 총장에게 “의료원 수익사업 의혹을 밝히고, 발전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대학 경영진의 무능력 탓에 고려대가 삼류사학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총장 불신임 논란이 일어난 대학들은 ‘대학개혁’이라는 테마를 둘러싼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했다.

총장 불신임 운동에 대해 수도권의 한 교무처장은 “총장 입장에선 국책사업도 따야 하고 대학개혁도 해야 한다. 외부 평가의 비중이 커지면서 조바심이 날 수도 있다”면서도 “소통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대 교수 8천592명 “이주호 장관 물러나라”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타깃이 사립대라면 △총장 직선제폐지 △성과연봉제 △대학운영 성과목표제 △구조개혁중점추진대학 선정 등을 골자로 한 ‘선진화 방안’은 국립대 구조개혁의 다른 이름이었다. 교과부는 올해 1월부터 국립대 선진화 방안 2단계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상임회장 이병운)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호 교과부 장관 불신임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전국 33곳 국립대에서 투표에 참여한 교수 9천 473명 중 93%(8천592명)가 ‘장관 퇴진’에 찬성했다. 이 땐 총장 직선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총장과 교과부 간 양해각서 마감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선진화 방안에 대한 국립대 교수들의 비판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총장 직선제를 고수하던 경북대, 목포대, 부산대, 전남대 등이 올초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탈락되자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모두 직선제 폐지로 돌아서기도 했다.

시행 첫해를 맞은 성과급적 연봉제 역시 강한 반발을 불렀다. 지난 5월은 2011년에 임용된 신임교수들의 ‘성적표’가 나왔다. 교수업적평가 제출 전후로 <교수신문>이 만난 신임교수들은 “더 이상은 못한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한 지역거점 국립대의 경우 신임교수들이 1년간 600~1천%의 연구실적을 제출한 곳도 있었다.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무려 600%를 쓰고도 B 혹은 C등급을 받을 처지에 놓인 현장이 드러났다. 2015년부터는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할 계획이어서 ‘논문 생산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학도 정치권도 반대한 ‘강사법’

하반기 최대 이슈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다. 교과부는 시간강사 명칭을 강사로 바꾸고 교원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정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 5개 관련 법령 개정안을 8월 30일 입법예고했다. 대학에서는 “강사의 신분보장은커녕 강사의 진입장벽만 높여 놓았다. 일부 전업강사만 이득일 뿐 더 많은 강사들이 대학 강단에 서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에 하위 15%대학을 피하는 데 재정을 집중해야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재정 부담이 첫번째 반대 이유였다. 강사료 인상을 포함, 4대 보험료에 퇴직금까지 지급해야 하는 ‘추가 비용’을 댈 여력이 없었던 것.

10월부터는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임순광) 조합원들도 서울 광화문에 농성장을 꾸리고 정부청사 후문에서 ‘강사법 폐기’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강사법이 “정규직 교수가 될 사람을 1년짜리 강사로 전락시키면서 시간강사를 대규모 정리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강사법’ 시행을 1년 늦추는 데 합의했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수정·통과시킨 것이다. 유 의원은 3년 유예안을 제출했으나 여야가 ‘1년 유예’에 합의하면서 전격 통과됐다. 야권에서는 유예기간 동안 강사가 교원에 포함되면서도 교육공무원법과 공무원 연금법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할 대체입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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