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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올해의 사자성어 ‘擧世皆濁’
2012년 올해의 사자성어 ‘擧世皆濁’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2.23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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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세상,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 요구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 擧世皆濁. 올해로 11번째를 맞은 <교수신문> 연말 기획 ‘올해의 사자성어’에 거세개탁이 선정됐다. 거세개탁은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다는 의미다.


휘호 : 近園 김양동 미술학 박사, (전)계명대 미대 학장, (현)계명대 석좌교수

거세개탁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지은 「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로 온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서는 홀로 맑게 깨어있기가 쉽지 않고, 깨어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 힘든 처지를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된다. 거세개탁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과 교수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이리저리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파당적 언행을 일삼는다. 진영논리와 당파적 견강부회가 넘쳐나 세상이 더욱 어지럽고 혼탁해진다”며 “이명박 정부의 공공성 붕괴, 공무원 사회의 부패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해법과 출구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지식인 사회는 물론이고 정치권, 공무원 사회의 혼탁함이 한국 사회에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MB정부의 부패, 견강부회, 공공성의 붕괴, 분노사회 등 우리 문제를 직시했다는 이유로 거세개탁을 선택한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처럼 응답한 교수들의 생각은 대동소이했다. 윤민중 충남대 교수(화학)는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좌우가 갈리고 세대간 갈등, 계층간 불신, 불만으로 사회가 붕괴, 방치되고 있다”라고 말했고, 김석진 경북대 교수(경영학)는 “모든 것에 획일적으로 시장과 경쟁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근시안적 접근으로 자신의 이익우선과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쳤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위정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사회 혼탁의 윗물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지식인들을 질타하는 의견도 많았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올 한해 유난히도 강력범죄와 사회적 병리 현상이 많았지만, 이를 해결할 지식인들은 권력에 붙어서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박상규 강원대 교수(경영학)는 “선거철만 되면 자기 분야를 떠나 특정후보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오로지 당선만을 위한 궤변의 논리를 펴는 지식인들 때문에,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국가에 대해 불안해한다”라고 말했다. ‘사자성어’의 선정자부터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법학계의 목소리도 비슷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B정부 끝자락에서 모든 윤리와 도덕이 붕괴되고 편법과 탈법이 판을 치는 세상이 돼버렸다. 검찰이나 법원은 법을 남용하고 오용함으로써 정의를 우롱했고, 대통령은 내곡동 부지문제 등 스스로 탐욕의 화신이었음을 보여줬다”라고 선정이유를 밝히며 우리 역사에 이렇게 어두웠던 시기가 있었는지를 되물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1, 2, 3위가 고른 득표율을 보였다. 거세개탁 다음으로는 26%가 ‘大權在民(대권재민)’을 선택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힘은 백성에게 있음을 말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 사자성어가 높은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총선과 대선이 겹쳤던 2012년의 현실이 고려됐음은 불문가지다.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의미의 ‘無信不立(무신불립)’도 23.4%가 선택했다. 무신불립을 추천한 허형만 목포대 교수(국문학)는 “올 한해는 청와대로부터 시작해 정치인, 검찰, 경찰,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언행들로 국민이 피곤했다”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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