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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低탄소·脫탄소 사회 지향은 비현실적이고 공허한 주장”
“低탄소·脫탄소 사회 지향은 비현실적이고 공허한 주장”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2.17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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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탄소문화상 심포지엄 풍경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다섯 가지 원소는? 수소, 헬륨, 산소, 탄소, 질소 순이다. 당당하게 4위 를 차지한 탄소는 오늘날 현대 문명을 오염시키는 독소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17일 오후탄소문화상 시상식 전에 열린‘2012 탄소문화상 심포지엄’은 그런 탄소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한 자리였다.

지구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탈탄소를 추구해야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 이덕환 서강대 교수(대한화학회장)는“화석연료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뜻을, 탄소가 인류 문명을 오염시키는 惡으로 잘못 인식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탄소문화가 시대적 당위다」발표에서“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은‘탄소의 과학’인 화학의 적극적 활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라고 말하며 인류 문명에서 탄소의 가치와 역할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만물의 기본적 질료가‘물’이라고 주장했던 탈레스의 유물론은 탄소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던 주장이라고 말하는 이 교수에게 현대과학에서 생명의 근원은 당연히 탄소다. 그는“유전정보가 담긴‘생명의 책’인 DNA도 탄소의 화합물이고, 생명 현상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태양 에너지도 탄소를 촉매로 하는 핵융합 반응으로 생산된다”라고 말하며 탄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농경과 목축으로 시작된 인류 문명탄소 유기물의 합성 능력을 활용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고 그 근거를 덧붙였다.

미당 서정주의 시「국화 옆에서」를「탄소 옆에서」로 改作해 발표한 김희준 서울대 교수(화학)는「中庸의 원소 탄소」에서 탄소야말로 생명의 기반을 이루는 다양한 유기화합물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탄소가 다른 유기물과 결합할 때 발생하는 특징에서 볼 수 있는데, 김 교수는“네 개의 전자를 내줘도, 또는 네 개의 전자를 받아들여도 안정한 귀족기체 같이 되는 탄소는 전자를 잘 내주는 수소와 전자를 잘 받아들이는 산소 사이에서 중용의 미덕을 발휘한다”라고 그 특징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 순환이라는 점에서도 탄소가 생명의 중심 원소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로“생명체는 호흡작용을 통해 탄수화물에 들어있는 탄소를 이산화탄소로 산화시키면서 에너지를 얻어 생명활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생명의 기반을 이루던 탄소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몰린 오늘날의 대처방안을 모색한 발표도 있었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에코과학)는 「기후 변화와 탄소의 타락」에서 이산화탄소로 인해 생겨나는 기후 변화보다 더 무서운 재앙은 지구 온도 상승이 불러올 생물다양성의 고갈이라고 경고했다. 그는“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그 생물들을 이루고 있는 탄소가 사라진다. 탄소가 탄소를 몰아내는 모순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심리학자 조너선 헤이트가『The Happiness Hypothesis』에서 말한“코끼리 등에 올라탄 우리가 코끼리를 완벽하게 조정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원하지 않는 변화의 추세를 멈추려는 노력을 포기할 순 없지만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함께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산업 혁명 이후 인간이 탄소에 비중을 두고 살아온 역사를‘탄소문명’이라고 명명한 발표도 있었다. 엄정식 한양대 석좌교수(화학)는「탄소의 문화철학」에서 산소나 수소에 못지않게 탄소는 현대 과학기술문명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며, 미래에는 이에 걸맞는‘탄소문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反탄소정서를 개선하고자 열린 심포지엄과 탄소문화상 시상식이 학계와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윤상민기자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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