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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교육용 기본재산의 수익용 전환 허용’
죽다 살아난 ‘교육용 기본재산의 수익용 전환 허용’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12.17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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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다각화로 등록금 인하” … “재산 빼돌리기 악용”

정부가 지난 8월 27일 발표한 ‘대학 자율화 과제’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과제 중 하나가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변경하려면 그만큼의 액수를 교비회계에 넣어야 했다. 그러나 이 계획대로 되면 법정 확보 기준을 초과한 교육용 기본재산 가운데 교육에 직접 사용하지 않는 재산은 아무 조건 없이 수익용으로 바꿀 수 있다.

이 계획은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제 폐지’ 계획과 일종의 패키지다. 지금까지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할 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사후 보고제로 바꾸는 계획도 대학 자율화 과제로 포함됐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두 과제 모두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하는 과제는 사실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통과할 ‘뻔’했다. 시계추를 지난 11월 21일로 되돌려보자. 이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을 내년 1월 1일에서 늦추는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야당은 강사법 시행을 3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반대했다. 법안소위는 1시간 만에 정회했다. 유예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기로 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강사법은 이날 교과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잇달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함께 교과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하고 있는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로 구분하고, 대학평의원회의 자문만 받으면 되는 교비회계의 예산편성과 결산에 대해 등록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야당은 이 사학법 개정안의 핵심이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데 있다고 봤다. 야당 반대로 이 조항은 삭제된 채 교과위를 통과했다.

자동 폐기되는 줄 알았던 이 과제는 그러나 지난 11월 22일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살아났다. 이 의원이 발의한 사학법 개정안에는 교육용 기본재산의 수익용 전환 허용뿐 아니라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시 사후 보고제로 전환, 대학 총장 및 학장의 4년 임기 제한 폐지도 함께 담겼다. 대학 자율화 과제에 포함된 것들이다. 사실상 교과부가 요청해 발의한 법안이다. 교과부 주장은 이렇다. “학교법인의 재원의 좀 살찌우자는 의미와 재원 다각화 혹은 법인 전입금을 늘려 60%에 달하는 등록금 비중을 낮춤으로써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자는 취지다.”

과연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하면 대학 재정 운영에 보탬이 될까. 야당은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이 발표한 「대학 등록금 책정 및 재정운용 실태」를 보자. 2010년 기준으로 조사 대상 148개 학교법인 가운데 80개 학교가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교비회계에 넣지 않았다. 수익용 기본재산의 수익률이 법에서 정한 3.5%에 미치지 못하는 법인도 77.0%에 달한다. 등록금으로 조성한 교육용 기본재산은 학교 이전이나 정원 감축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수익용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과거에 조성한 재산은 자금 출처 확인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교과부가 ‘교육용 기본재산을 근거 없이 함부로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허가하지 말라’는 취지의 감사원 지적사항마저 무시했다. 이번 조치로 사립대 이사장 등이 교육용 기본재산을 개인 소유로 처분하고 빼돌릴 가능성을 매우 높여줬다.” 지난 10월 5일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폐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난 ‘교육용 기본재산의 수익용 전환 허용’이 다음 정부에서는 국회 문턱을 넘을지, 또 다시 주저앉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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