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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객을 위한 頌歌…김광석을 노래하고 나를 얘기하다
가객을 위한 頌歌…김광석을 노래하고 나를 얘기하다
  • 김재호 학술 객원기자
  • 승인 2012.12.14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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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열리는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쿠스틱 감성 뮤지컬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내년 1월 6일까지 대구 떼아뜨르분도 소극장에서 열린다. 박창근 씨(사진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목소리는 김광석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제공 : LP STORY
‘김’,‘광’,‘석’ 송가(頌歌).

 

그를 노래하고 그리는 뜻깊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어쿠스틱 감성 뮤지컬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내년 1월 6일까지 대구 떼아뜨르분도 소극장에서 열린다.

김광석은 언제나 “행복하세요”라며 우리를 위해 노래했다. 이번엔 그의 노래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김광석을 노래하고 자신을 이야기한다.

공연 시작 전, 서울에서 온 한 관객이 ‘잊혀지는 것’을 불렀다. 그는 김광석 팬클럽 ‘둥근소리’에서 활동하며 진정성 있는 노래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뮤지컬은 김광석 노래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그리고 무대에서 직접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이윽고 “감성의 소나기에 흠뻑 젖어 보시겠습니까?”라는 말로 공연은 시작했다. 공연은 시종일관 김광석을 노래한다. ‘거리에서’부터 ‘나무’, ‘먼지가 되어’, ‘일어나’까지 노래는 이야기로 꿰어진다. 공연은 현실과 극, 과거와 현재, 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며 먼지 쌓인 감성에 소나기를 내렸다.

뮤지컬의 3대 요소는 노래, 춤, 극이다. 이번 어쿠스틱 감성 뮤지컬에 춤은 없지만, 감성의 춤사위에 흠뻑 젖을 수 있다.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진한 향의 아메리카노라기보다 은은한 곡차에 가까운 공연이다.

은은한 곡차 같은 감성 뮤지컬

이번 뮤지컬이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김광석의 기타 ‘마틴 M36’과 ‘오베이션 레전드 1717’이 무대에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김광석의 친형인 김광복 씨는 뮤지컬 제작진에 기꺼이 기타를 전달했다. 김광복 씨는 ”오래 전부터 뮤지컬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생에 대한 소박함과 담백함이 담긴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연습하는 박창근 씨와 최승열 씨의 노래를 듣는데 마치 동생이 살아난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한 장면이다.

 

무명가수 최동혁 역에는 가수 박창근 씨와 뮤지컬 배우 최승렬 씨가 오가며 맡는다. 박창근 씨가 발표한 2집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2005)는 한국대중음악상 평론가들이 주목한 올해의 음반에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엔 3집 ‘무지개 내린 날개위의 순간’을 선보였다. 최승렬 씨는 뮤지컬 ‘울지마 톤즈’에서 주인공인 故 이태석 신부역을 맡은 실력파다. 이 두 명이 주인 잃은 기타에 선율을 채운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박창근 씨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몸으로 더 부딪치는 점에서 확실히 유대감이 더 생기는 듯하다”면서 “음악적 사운드를 좀더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에서 그에게 김광석은 더욱 특별하다. “노찾사의 의식과 동물원의 감성이 탄생시킨 이 시대 음유시인이라는 포스터 문구를 보고 김광석을 처음 알게 됐다.” 박창근 씨는 오직 목소리와 기타만으로 극장을 울리는 김광석을 추억했다. 그는 “음악적 멘토는 닐 영(Neil Young), 한국 내의 본보기상은 김광석”이라고 말했다. 박창근 씨의 목소리는 김광석을 떠올리게 한다.

선율 채우는 김광석의 기타 두 대

17년이 지났다. 김광석은 고인이 됐지만, 그의 노래만큼은 여전하다. 김광석의 ‘노래’는 양식이 되고, 빛이 되어 살아가는 힘이 돼주고 있다. 마치 강산에의 ‘명태’(7집, Vol. 6 - 강영걸에 수록)가 살이 되고, 피가 되어 다시 노래로 태어나듯이 말이다.

김광석 노래는 가수에겐 예술이 되고, 소시민이 부르면 위로가 되고, 듣는 이에겐 친구가 된다. 그의 노래는 누구에게나 흘러 나중엔 소중해진다. 그의 노래는 ‘나의 노래’이고, 우리의 노래다. 김광석 노래는 보편적이며 동시에 특별하다. 일상이 새로움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둥근소리’이자 ‘본래소리’가 될 수 있다. 김광석은 “보다 본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그 본질의 빛이 더욱 밝게 빛나고 있어야 한다”며 “변화는 변하지 않는 것이 중심을 잃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더욱 가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둥근소리이자 본래소리인 노래

사진작가 임종진은 김광석 노래에 대해 “숨결이 그대로 와 닿는 목소리”라며 “사람 안에 머물러 행복을 소망하던 그의 노래들은 처음부터 한 곡 한 곡 내 안에 머물러 앉았고, 너끈히 가슴에 스며들었습니다”라고 했다. 또한 <김광석 평전>을 쓴 이윤옥은 “노래운동을 통해 체득한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 개인의 서정을 어루만지는 섬세함은 김광석 음악만의 특성이었다”면서 “그는 자신의 음악적 특성을 오직 목소리 하나로 관철시켜낸 보기 드문 가수였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을 주관한 정지창 영남대 교수(예술마당 솔 이사장)는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서 김광석의 육성 편지를 다시 듣는 것은 오래 헤어졌던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만큼이나 반가운 일”이라며 “앞으로 오래 오래 대구에서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공연돼 대구를 대표하는 음악적 자산으로 남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공연을 보러 가다 보면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만날 수 있다. 산책 중 각각의 사연을 지닌 또 다른 우리들을 만날 수 있다. 필자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들으며 텅 빈 방안 속 떠나간 친구를 추억하던 선배, 양병집을 좋아하며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건 일상”이라고 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김광석을 만나고, 자신을 다시 얘기하고 싶다면 기꺼이 좋은 공연이다. (공연문의  053-431-3773)

대구=김재호 학술 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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