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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스승으로 모시며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며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2.12.13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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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맥타카트 영남대 영문과 교수 10주기 맞아 ‘흉상’ 만든 제자들

 

고 맥타카트 영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흉상
“발령지로 떠나는 날 교수님께서 제게 노란봉투를 건네시며 첫 월급을 받을 때까지 방도 구하고 식비에도 보태라고 하셨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평생의 스승으로 맘속에 모시면서 그 뜻에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겠습니다.”(최병만 영주 대영중 교사)

‘한국인 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교육자’로 잘 알려진 맥타카트 전 영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2003년 숨을 거둔 맥타카트 교수(1915~2003)의 10주기를 앞두고, 그를 기억하는 제자들이 흉상을 만들어 고인의 뜻을 기렸다.

지난 8일 오전 11시, 영남대 인문관 1층에서는 이효수 영남대 총장과 이정희 문과대학장, 노태현 영우회장, 여응모(美 보잉사), 박명덕(한국인삼공사 歐美사업부), 이상감(청도 풍각중), 박영호(대구컨벤션뷰로) 등 제자와 지인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흉상제막식이 열렸다.

내년 7월 고인의 10주기를 앞둔 제자들이 지난 3월 맥타카트 박사 추모사업회를 만들어 십시일반으로 모은 2천500만원의 기금으로 이날 흉상을 세웠다.

영남대 인문관 1층 로비에 설립된 흉상은 인자했던 생전의 고인 모습 그대로다. 고인은 1953년 미 국무성 재무관으로 주한미대사관에 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1976년 미 국무부에서 퇴직한 후 곧바로 영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부임해 1997년까지 20여 년간 재직하며 큰 스승의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200여명의 제자들에게 2억6천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는데, 월 30만원 안팎의 최소 생활비를 제외한 월급과 연금 등을 모두 장학금으로 내놓았던 것이다.

제자들의 장학금에 보태기 위해 소장했던 화가 이중섭의 그림을 파는 등 제자들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놓은 그였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인색했다. 곰팡이가 난 식빵을 털어서 먹고, 버스비도 아끼기 위해 먼 거리도 걸어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개인시간을 쪼개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등 검소하고 청렴한 삶의 표본을 보여주었다고 제자들은 기억한다.

고인은 1997년 영남대를 퇴임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03년 7월 별세하기까지 그의 한국사랑은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신라, 가야, 통일신라시대의 토기 3백80여점과 백자, 청자, 분청사기 등 미국으로 반출됐던 총 482점의 문화재를 되찾아 200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영구 기증했다. 대한민국 문화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던 맥타카트 교수. 제자들은 그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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