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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서 한국사회의 이상향을 그려봅니다”
“그들에게서 한국사회의 이상향을 그려봅니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2.10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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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김창민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소장

“지난 500년을 서구의 패러다임을 열심히 좇았던 라틴아메리카를 지금 우리는 후진국이라 부른다. 도대체 서구의 모델을 왜 따라가야 하는가. 이제 한국 사회에도 우리 나름의 이상향을 그려봐야 한다.‘ 트랜스 모더니티’는 그런 문제의식의 발로다”

김창민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소장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이하 서라연) HK연구단의 어젠다에 대한 김창민 소장(53세, 서어서문학·사진)의 설명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드러난 1990년대 이후 새로운 흐름을 갖게 된다. 좌파 정권의 탄생과 활발한 사회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김 소장은 기존에 라틴아메리카를 보는 방식이 미국을 거친 시각이었다면, 이제 우리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HK연구단의 어젠다를‘21세기 라틴아메리카와 트랜스모더니티’로 정했다.

김 소장은, 모더니티를 이른바‘일리’라고 한다면, 각 나라 문화권에서 생존한 각자의 ‘일리’가 존재했을 것이란 가정 하에 서구중심적인 모더니티를 벗어나, ‘ 일리’들을 모아가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1단계에서 라틴아메리카의‘현재’를 봤고, 그 현재를 있게 한‘과거’를 2단계에서 살폈다면, 3단계에서는‘미래’를 예측한다는 계획이다.

서라연의 전신은 1989년에 시작한 서울대 스페인중남미연구소다. 인문학연구원 소속으로 1년에 학술지 한 권, 초청강연 1회를 소화하던 작은 연구소는 2008년 HK해외지역연구분야 중점연구소에 선정되면서 연구인력 13명 수준의 독립적인 대학본부 직속 연구소가 됐다. 외형만 커진 게 아니다. 어문학에 치우쳤던 라틴아메리카 연구는 역사, 인류학, 지리, 경제, 정치, 문화까지 연구 인력의 전공만큼 다양해졌다. 김 소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네 명의 연구 인력이 개최하는 정기학술행사에서 라틴아메리카를 새롭게 보는 연습을, 습관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학계에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라틴아메리카 연구는 HK사업과 동시에 연구 성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성과들은 발간되는 총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일반인, 학계, 기업과 정부를 위한 자료로 구분된다. 트랜스라틴 총서 시리즈는 일반인을 위한 문화교양서와, 이론서를 비롯한 학계용 서적으로 구분된다.『 커피밭 사람들』같은 교양서는 반응이 좋아 재판도 찍었다. 30개국이 넘는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에 10개국을 선정해 그 나라를 소개하는‘지정학 시리즈’(현재, 브라질, 콜롬비아, 쿠바까지 3권의 책이 나왔다)와 매년 발간하는 라틴아메리카 연보는 기업과 정부를 위한 자료이다.

이런 노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브라질 대사관과 서라연이 공동으로 국내에 브라질문화원을 운영하기로 합의한 것도 그 결실 중 하나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넘쳐나는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관심을 소화하기 위해 연계전공을 시작했는데, 김소장은 첫 해의 두 배수가 신청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서라연에서 시작된 라틴아메리카의 연구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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