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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호 새로나온 책
66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2.12.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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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호 새로나온 책

다석전기-류영모와 그의 시대, 박영호 지음, 교양인, 680쪽, 30,000원
이 책은 류영모의 직제자인 박영호가 스승의 생전에 구술을 받고, 스승이 읽은 책을 모두 독파하고, 스승이 남긴 『다석 일지』(다석은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명상을 한 후 일기를 썼다. 이 일기를 모은 것이며, 다석의 유일한 저술로 남아 있다)를 필사하고, 여러 지인을 만나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펴낸 유일한 다석 전기이다. 1985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래로 두 차례의 개정판이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세 번째 개정판인 이 책은 그동안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더하고, 잘못된 기록들을 바로잡았으며, 옛말 투의 문장과 한자말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었다. 1934년생인 저자는 ‘다석 류영모 낱말 사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박설호 편역, 울력, 268쪽, 16,000원
독일의 철학자, 사상가인 에른스트 블로흐가 꿈꾼 더 나은 사회적 삶, 즉 유토피아에 대해 쓴 책. 블로흐는 독일 농민전쟁의 주도자인 토마스 뮌처와 칼 마르크스의 사상을 토대로 정치적, 경제적 억압과 소외된 삶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블로흐는 혁명의 기독교 사상과 마르크스 사상을 인류 역사의 거대한 두 가지 정신사적인 흐름으로 파악하며, 여기서 어떤 유사한 출발점을 찾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블로흐의 인터뷰와 블로흐에 대한 연구 논문, 그리고 니체에 대한 에른스트 블로흐의 글을 다루고 2부는 혁명의 신학자 토마스 뮌처에 대한 블로흐의 글, 마지막 3부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이 형성되던 시점의 철학에 초점을 맞춘 블로흐의 글들을 실었다. 마르크스의 사상, 특히 그중에서도 초기 사상은 블로흐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꿈을 추적하는 근본적인 토대로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블로흐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불한당들의 미국사, 새디어스 러셀 지음, 이정진 옮김, 까치, 488쪽, 25,000원
미국은 세계 최대의 강대국이자, 정치적 억압과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자유의 나라로 성장해세계사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미국의 오늘을 있게 한 위대한 영웅들-필그림 파더스, 독립의 아버지들, 경제공황을 해결한 루스벨트,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의 이야기는 역사서에서 칭송을 받는다. 그러나 그 영웅들은 인민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했고, 미국 시민을 도덕의 틀 속에서 규제하려고 했다. 미국 옥시덴탈대에서 미국사와 미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미국의 자유를 시장시킨 공적을 수많은 ‘불량한’ 사람들-해적, 술꾼, 창녀, 춤꾼, 히피, 게이, 드랙퀸 등-에게 돌린다. 그들은 ‘선량한’ 시민들의 억압으로부터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투쟁했으며, 사회의 금기에 도전했다. 이 책은 미국의 역사를 그 밑바닥에서 살펴봄으로써 기존의 보편적인 역사서와는 다른 참신한 시각을 제공한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 중 상당수는 그들이 창안한 것이다.

신화의 질서-도상기호학적 탐구, 송효섭 지음, 문학과지성사, 350쪽, 18,000원
이 책은 회화, 공예, 조각 등 다양한 매체 형태로 반복해 만들어져온 ‘신화도상’을 기호학적 모델로서 파악함으로써, 참신하고 새로운 신화학을 펼쳐 보여주는 연구서다. 기호학자 송효섭 교수는 이 책에서 기호학의 눈으로 신화를 들여다보고 그에 대한 문법적 분석을 시도한다. 주로 문학이나 예술 장르로 신화를 분류해온 기존의 신화 연구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이 책은 기호학에서 시작해 기호학으로 끝난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그레마스나 옐름슬레우 같은 기호학자의 이론을 토대로, 치밀한 관찰과 해석을 통해 신화도상에서 일어나는 기호작용의 일반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신화도상을 ‘존재’와 ‘행위’라는 큰 틀로 구분해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는데, 미적 기준으로만 바라보던 예술작품(도상)들에서 어떤 이야기를 발견하고, 다른 도상기호와는 다른 신화도상만의 특수성을 찾아내 보여주며, 그 법칙과 문법 체계를 추론해낸다.

주체의 각성-사회개혁의 철학적 문법, 로벹르토 웅거 지음, 이재승 옮김, 468쪽, 19,800원
이 책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미국의 탁월한 법철학자이자 모국 브라질의 현실 정치가인 로베르토 웅거(Roberto Mangabeira Unger, 1947~ )가 2006년에 펴낸 정치철학서다. 책의 구성을 보면 현실 정치를 뒷받침하는 기성 철학의 논리를 비판하고, 저자가 주장하는 대안인 새로운 실용주의 혹은 실용주의 본체를 철학적, 정치적으로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은 책의 후반부, 8장부터 13장에 걸쳐 분야별로 제시된다. 우리 삶과 현실의 출발점이 되는 철학적 근거에서 출발해, 미래와 사회를 영구히 창조하고 변혁하려면 어떻게 우리의 주체를 일깨우고 넘어서야 하는지를 예언적으로 웅변한다. 이 책은 사회변혁 운동의 방향과 사회의 미래를 사유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지리멸렬한 현실과 지지부진한 사회개혁에 염증을 느끼고 점점 개인화되는 우리의 현실에 한 줄기 영감을 비추는 책이 될 것이다.

행위와 사건, 도널드 데이빗슨 지음, 배식한 옮김, 한길사, 488쪽, 30,000원
20세기 후반 분석 철학계를 대표하는 중요한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도널드 데이빗슨의 논문을 모아놓은 논문집이다. 데이빗슨은 심리철학, 인식론, 언어철학, 의미론 등의 여러 분야에서 20세기 영미철학계에 영향력을 끼쳤다. 심리철학에서는 ‘무법칙적 일원론’, 언어철학에서는 ‘진리조건적 의미론’과 ‘원초적 해석론’이 그의 독보적인 위치를 증명한다. 이처럼 분야는 다양하지만, 그의 이론들은 서로 긴밀한 연관을 가지면서 통일적이고 유기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책에는 데이빗슨의 본격적인 첫 철학 논문 「행위, 이유, 원인」부터 1976년 발표된 「자부심에 대한 흄의 인지적 이론」까지 1960~70년에 쓴 15편의 논문이 실렸다. 별개의 논문들이지만 ‘인간 행위를 기술하고 설명하는 데 있어 인과개념이 하는 역할’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몸과 마음, 과학과 철학, 행위, 의도, 언어, 의미, 해석 등의 문제와, 그것들을 통일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다.

헤겔 정치철학의 통찰과 맹목-서구 근대성과 복수의 근대성 사이, 나종석 지음, 에코리브르, 392쪽, 25,000원
이 책에서는 헤겔 정치철학의 맹목성을 넘어서기 위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책 『차이와 연대』와 함께 읽으면 더 좋다. 헤겔에게 화두는 근대다. 그래서 저자는 『차이와 연대』에서 헤겔이 서양의 근대를 철학적 화두로 삼은 것을 분석하고 비판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헤겔이 사회, 철학적 주제들을 통해 근대라는 시대의 본질 규정과 그 내적인 논리, 그리고 그것이 지니는 본질적 한계점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규명하려 시도한다. 저자는 이제 다루는 범위를 훨씬 더 확대한다. 헤겔의 철학에서 발견되는 자유 이론에 대한 성찰은 시민들 스스로 통치하는 행위 속에 참다운 자유가 존재한다는 자율성의 이념, 즉 정치적 자율성의 의미에 대한 탐구이다. 근대적 자유와 고대적 자유의 종합을 추구하는 헤겔의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헤겔의 자유 이론은 오늘날 한편으로는 인간의 삶에서 수평적이고 대칭적인 관계만을 특권화하는 서구 근대의 내적 논리의 전개로 인해 왜소해지고 있는 공공성을 다시 활성화하는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참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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