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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작은책』 혁신호와 『사이』 창간호 엿보기
[책산책]『작은책』 혁신호와 『사이』 창간호 엿보기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2.08.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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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6 15:17:35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를 부제로 단 ‘작은책’(일하는 사람들의 작은책 刊)이 편집장에 전에 충북대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지금은 변산공동체학교장으로 변신한 농사꾼 윤구병 교수가 얼굴을 내밀면서 ‘혁신호’로 새롭게 꾸려져 나왔다. 작은 사건이라고 부를 만 하다. 그런데 사건은 또 하나 있다.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이 드디어 반년간지 ‘사이’(지식산업사 刊) 창간호를 냈다. 한 쪽은 삶과 일터에서, 다른 한 쪽은 말과 이론의 텃밭에서 자기를 찾아가는 고단한 작업이다.

농사꾼 윤구병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일하는 사람이 자기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먹물’들한테 안 당하고 살 수 있다고 다독이면서......작은책을 중?고등학생에서부터 청년들, 노동자, 진보적 지식인, 또 세상을 따뜻하고 살 만한 곳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분들이 같이 읽고 싶은 책으로 새롭게 내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말투 자세가 이미 문어체를 벗어나 있다. 그냥 편하고 구수하게 똥바가지 짊어진 농사꾼의 말투 그대로 입말이다.

주요 꼭지를 보면, ‘이 달에 뽑은 좋은 글’에서부터 ‘삶을 가꾸는 글쓰기’, ‘일터 이야기’, ‘‘다시 읽어도 좋은 글’, 세상에 이런 일이’, ‘불꽃처럼 살다간 사람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민중의 말, 민중의 글’ 등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공통점은 모두 삶과 일터가 나란히 가는 ‘일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향기라는 것. 7년 걸어온 ‘작은책’이 모듬살이 지혜를 일구면서 ‘큰 책’으로 되돌아온 느낌이다. ‘작은책’ 정기구독은 작은책 홈페이지(http://www.sbook.co.kr)를 이용하면 된다.

지난 해 10월 전국의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공의 중견, 신진 학자 2백여 명이 발기한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회장 이기상 한국외대 교수)이 선보인 학술잡지 ‘사이’는 언뜻 보아도 이것이 ‘동일성’의 동어반복을 해왔던 서구 학문(사상)에 대한 줏대있는 도전이란 걸 알 수 있다. 창간호에 수록한 기획 ‘우리말로 학문하기’와 ‘우리 학문의 오늘과 내일’은 ‘모임’을 진행하면서 이미 제시된 논의들이긴 하지만, 언제 읽어도 새롭게 읽히는 글들이다. 새롭게 읽히는 까닭은 학문(사상)의 ‘다양성’을 읽으려는 노력 때문이며, 특히나 ‘우리말’로 세상을 엿본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모임’은 사이라는 말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 사이, 사람과 문화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올바로 잇고 새롭게 성찰하는 학문 작업을 펼치겠다는 뜻에서 ‘사이’라는 제호를 선택했다고. 이렇게 볼 때, ‘사이’는 시공간적 거리, 겨를과 여유, 관계에 주목하는 탐색작업임을 알 수 있다. 이건 타자와의 관계, 자기와 자기의 관계까지 다 아우르는 것으로 비쳐진다.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지식인의 임무가 삶과 앎 사이의 돌쩌귀 역할이라는 것을 명심하여, 삶 속에서 길어낸 앎과 이론, 그리고 학문을 삶 속으로 되먹임시켜 생활세계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의 기본 정신이다.

이 기준으로 ‘사이’ 창간호를 엿본다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자칫 학문 순수주의로 흘러갈 지도 모른다는 기우도 있다. 삶에 더 많은 애틋한 시선을 던지는 것도 이런 기우를 지우는 방법이리라.

최익현 기자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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