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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다?
교수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2.11.26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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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교수사회의 현실_『대학교수가 되는 299가지 방법』출간

교수를 꿈꾸거나 정년보장을 준비하는 신임교수를 위한 참고서가 나왔다.

‘현실적인’ 오늘날의 학술 취업시장과 교수의 삶, 교수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고매한 학자의 삶에 대한 점잖은 조언이 아니다. 원로교수와 중견교수의경험담에서 나온 실용 지침서다. 미국 대학교수의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박사의 일자리 구하기 노하우, 이직, 학생과의 관계, 정년보장의 기술, 교수의 경제적인 삶, 외부수입, 교수의 근무시간과 안식년, 교수의 디지털라이프, 글쓰기, 내부고발, 부자가 되는 방법까지. 스트레스 피하기와 건강관리, 다이어트 등 건강에 대한 조언은 덤이다. 친한 친구사이나 선후배가 아니면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출판된 미국 대학의 교수들이 조언하는 내용이지만, 단순히 옮겨 적는데 거치지 않고,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 번역도 생생함을 더한다. 스탠포드대, 조지아공대 등을 거쳐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대학원에서 30여년째 교수로 재직 중인 폴 그레이 교수, 미국 교육위원회 선임 연구원을 지내고 현재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대학원에서 교수로 있는 데이비드 드류 교수가 썼고, 중앙대와 경기대 출강하고 있는 강남희 씨가 번역했다.

『대학교수가 되는 299가지 방법』(홍문관 刊, 2012). 원제는 ‘대학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이다. 교수를 꿈꾸는 박사와 전문가들, 정년보장을 향해 진군하는 신임교수들에게 가이드가 될 만하다. 미국대학 교수사회의 현실도 엿볼 수 있는 조언을 몇 가지 소개한다.

멘토되기
좋은 교수뿐 아니라 좋은 멘토가 되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 두 임무는 그 차이점이 미미하지만, 서로 다른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 강의에 비해 멘토링은 대개 한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과 장래계획에 대한 조언을 제공해 준다.
멘토링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멘티들을 지도하라. 지금부터 몇 년이 지나고 나면 교수직에 있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만족스럽게 느끼는 공헌은 분명 멘토링이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가르치기와 강의하기는 다르다
교수의 역할이 점점 ‘무대 위의 현자’에서 ‘객석의 안내자’로 변하고 있다. 늘어나는 문헌정보들을 다루기 위해 전통적인 강의 중심의 수업을 뛰어넘어 교실 내 토론과 그룹 프로젝트를 접목시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스스로의 학습을 조장하는 교수법이 활용되고 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런 교수법을 활용해 실제 수업에 접목하고 혁신적인 교육학적 전략들에 관해 숙지해야 한다.

원격교육은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다
원격교육이 없다면 만날 수 없었던 학생들을 만나고 전공 분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축복이다. 하지만 새로운 교수를 채용하고 새로운 강의실을 만드는 것보다 원격교육을 위한 시스템을 구입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위협요인 될 수 있다.

연구지원금을 조달받는 방법을 배워라
다른 기술들보다 중요한 것이 연구지원금 조달 기술이다. 필요하다면 워크숍에 참석하거나 같은 종류의 연구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야 한다. 이때 속물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지원금 교부 단체에 가서 잡상인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게 떠벌이는 행동은 깊은 자괴감을 안겨줄 수 있다.

학과장의 권한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학과장의 권한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다음은 저자들 중 한 명이 모 대학에서 학과장 직을 수행할 때 가졌던 7가지 권한이다. 학장의 배석하에 이루어지는 학과장 회의에 참석할 권한, 학과의 회의를 주제할 권한, 비서직 채용의 인터뷰 권한, 가르치 과목과 요일의 선택 권한, 학생들의 진정서ㆍ탄원서를 승인(거부)할 권한, 학과를 방문한 외부 인사를 영접할 권한, 학과장 직을 사임할 권한.

교수들은 위험 회피성향이 강하다

교수들은 위험 회피성향이 강하다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위험은 회피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겐 70세가 되어 느끼는 천 원의 가치는 30세 때 느끼는 천 원의 가치와 동일하거나 거의 비슷할 만큼 중요하다. 대부분의 회사에서처럼 50세 때 중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거리로 쫓겨나 새 직장을 구하느라 전전긍긍하는 것보다는 젊었을 때 조금 덜 벌더라도 정년이 보장이 되는 삶을 선택한다. 다시 말해 교수들은 미래의 할인율이 낮은 직업이다.

 

임금동결
대부분의 대학교수는 매해 급여가 인상된다. 그러나 학술대회나 근무하는 학교에서 동료 교수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학교의 재정이 여의치 않아 급여가 일 년, 심지어는 몇 년간 동결돼 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내년의 급여는 올해의 급여를 기준으로 증가분이 결정되기 때문에 동결된 급여로 인해 받지 못한 증가분은 앞으로도 거의 회생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학과 내의 정치에 절대 가담하지 마라
학과 내에서 일부 교수들이 자신들의 의견에 지지해 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지지를 보낸 일에 대한 대가는 없는 반면, 반대편 교수들은 그 사실을 영원히 기억한다.

성희롱
지난 십년간 성희롱 문제가 증가해 왔다. 학생ㆍ교직원ㆍ교수 누구나 성희롱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 성희롱 문제는 법정에서 소송꺼리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 둬라. 법정소송에 도움을 주는 대학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만일 대학이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변호사비와 소송비로 많은 비용을 들여야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전략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성희롱 문제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다. 성희롱에 관한 대학의 규율에 대해 알아두고 준수하라, 피해자를 위해 어떤 절차들이 제공되는지 알아둬라, 절대로 밀폐된 장소에서 이성의 학생과 단 둘이 만나지 마라, 절대로 성적으로 모욕적인 말이나 예시를 들지 마라.

대학을 상대로 한 불만 및 고충사항
대학을 상대로 불만 및 고충사항을 토로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정년보장, 안식년을 받을 권리, 강의업무, 학과장이나 학장의 부당한 대우, 급여, 나이ㆍ성ㆍ인종으로 인한 차별 등이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불만 및 고충처리 제도를 제공한다. 불행한 사실은 이 제도를 통해 승자가 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건을 부정적으로 기억한다는 점이다.

다양성 확대는 빛 좋은 개살구
대학들이 여성과 소수민족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
대학 내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은 미미한 정도에 그친다. 예를 들면, 1993년에서 2003년까지 10년 동안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유색인종 교수들의 비율은 6.8퍼센트에서 7.2퍼센트로 0.4퍼센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내부고발
학계에 있다 보면 학교나 학과 내부에서 부당한 상황을 종종 보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학장 선거에서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거나, 교수가 뇌물을 받고 학점을 올려주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 내부고발을 할 수 있는데, 학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 방법도 존중돼야 한다.
비윤리적인 행위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면 나중을 위해 기억해 두고, 그 일이 심각하다면 전적으로 신뢰를 하고 있는 주변인과 상의를 시작하라. 혼자서 앞장서기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해야 한다.

꼴불견 구두쇠
학교의 공식 우편물 속에 개인우편물을 함께 발송하거나 학과 조교에게 개인용도의 편지를 타이핑하게 시키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국제전화를 사용하지 마라. 또한 학과예산을 들여 자문 업무에 필요한 학술지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마라. 근무하는 학교에 윤리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고, 기부하기 보다는 오직 받기만 하려는 사람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쓰지 마라.

학생들을 손님으로 대우하기
학생들을 집을 방문한 손님으로 생각하고 반갑고 소중하게 대우하라. 간단하고 믿을 만한 조언이다. 이 책의 조언을 모두 읽고 나서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이 조언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자문료와 생계
자문료로 생계를 꾸려가지 마라. 자문료는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가욋돈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앞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문료를 가정의 자금 계획에 넣지 마라. 자문료를 받게 되면 새로 출시된 텔레비전이나 냉장고와 같은 내구성이 좋은 가전제품을 사거나 여행을 준비하거나 집을 장만하기 위해 저축을 하는 편이 낫다.

정리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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