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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호 새로나온 책
665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2.11.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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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인문학 편지, 브로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사월의책, 264쪽, 15,000원
오늘날 과학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모순과 기이한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다. 지구의 위기를 주장하는 생태주의자와 과학기술의 해결능력을 믿으라는 과학자,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정부와 그 파멸성을 경고하는 운동가, 유전자 조작 식품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들…. 우리는 누구의 말을 신뢰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원제: Cogitamus)은 이러한 ‘논란 속의 과학’을 단순한 찬성이나 반대에서 벗어나 정치-사회적 관계까지 포괄하는 인문학의 지평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라투르 스스로 자기 사상의 요체를 편지 형식으로 소개한 것으로, 과학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자율적이라는 통념을 뒤엎고 근대적 세계관이 만들어낸 과학과 정치,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에 이의를 제기한다. 폭넓은 인문학적 시야와 도발적인 과학사 해석을 바탕으로 한 여섯 편의 편지는 철학과 자연과학이 그토록 씨름해왔던 인간-자연-사회의 존재방식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아리아드네의 실을 제시한다.

■ 내재적 목적론, 박찬국 지음, 세창출판사, 600쪽, 34,000원
저자는 목적론을 구태의연하고 한물가버린 철학 사조가 아닌, 우리가 망각해온 근원적 현실을 돌아보게 만다는 거울로 복원해냈다. 목적론이 ‘우리가 돌아가야 할 세계’로 제시하고 있는 세계는 하이데거가 말하는 것처럼 단순소박한 세계이다. 목적론은 우리가 일상적인 삶에서 우리의 이해관심에 쫓겨서 많은 경우 망각하지만 우리의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마다 언뜻언뜻 내비치는 인간과 자연의 친밀한 얼굴을 상기시키는 것을 목표한다. 인간의 직접적인 자기경험에서 출발하면서, 인간이 자신의 이성적인 본질의 실현을 지향하는 것처럼 다른 존재자들 역시 자신의 고유한 본질의 실현을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게 목적론이라면, 인간 개개인에게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실현해 나가는 능동성과 독자적인 자기성을 인정하면서 다른 존재자들에게도 그러한 능동성과 자기성을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 상상된 아메리카, 장세진 지음, 푸른역사, 470쪽, 28,000원
‘1945년 8월 이후 한국의 네이션 서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부제로 단 이 책은 식민지 시기와 ‘해방’ 이후 ‘국민/민족’이라는 주체가 형성된 방식을 실질적으로 비교, 대조하고 있다. 근대 국민국가가 부재했던 식민지 조선인들의 경우, 최종 심급인 ‘국민/민족’으로 주체화되는 과정에서 제국 일본이라는 타자와 어떤 식으로든 조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1950년대 남한이라는 공간은 어떠했을까. 아메리카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 사회가 ‘탈식민’이라는 변화된 상황 속에 배치돼 있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탈식민’에 조응하는 의식의 변화가 실제로 이뤄졌는가의 여부를 여기서 곧바로 단정한다는 것은 아직은 조금 이른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식민(지)적 의식과 무의식이 어떠한 형태로 탈골, 변화됐는지 혹은 어떠한 형태로 존속, 변형됐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 안에 아메리카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는지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 시대와 예술의 경계인 정현웅, 신수경·최리선 지음, 돌베개, 340쪽, 20,000원
미술가 정현웅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우리나라의 근대미술사에서 특징적인 인물로 남아 있다. 월북 미술가로서 자신만의 뚜렷한 예술관을 가지고 6·25 전쟁, 월북 등 굴곡진 인생의 과정을 거치며 북한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이 책은 이러한 작가의 인생과 시대적 배경,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하여 총체적으로 접근한다. 3년여에 걸친 기간 동안 두 연구자는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 등을 통해 정현웅이 일제 강점기 시대에 미술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비평가, 수필가, 편집자 등 실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예술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20세기에 경계를 넘어 다방면으로 활동했던 통합적 문예인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당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계의 풍경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위대한 생존자들,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까치, 392쪽, 20,000원
왜 투구게는 살아남고, 공룡은 살아남지 못했을까? 화석을 탐구하며 생애의 대부분을 죽은 생물들을 살펴보면서 살아온 리처드 포티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선임 연구원이자 여러 과학저술 상들을 수상한 작가이다. 진화론의 뿌리 혹은 가장 끝의 가지에서 차례차례 거슬러가는 기존의 진화론 책들과는 달리, 진화를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고 현장감을 살려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존재들을 보여준다. 지구 역사에서 무수히 등장한 종들 가운데 90퍼센트 이상이 멸종하는 와중에, 온갖 사건들을 견디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들은 늘 어떤 정보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그들을 하나하나 방문하여 그 생존의 비밀 이야기를 전해주고, 진화사의 핵심적인 순간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 진리와 방법 2, 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지음, 임홍배 옮김, 문학동네, 528쪽, 28,000원
하버마스, 데리다와 세기적 논쟁을 부른 현대 철학의 명저. 20세기 서구 지성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이 책(1960)은 근대 학문의 역사와 방법론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1927) 이후 나온 가장 비중 있는 철학서이자 해석학에 관한 기념비적 저서로 평가되는 이 책은 철학뿐 아니라 미학, 문학, 역사학, 신학, 법학, 사회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진리와 방법』은 1부에서 예술과 미적 경험, 2부에서 역사와 정신과학, 3부에서 언어를 다룬다. 이 책은 그 방대한 지식과 난해함 탓에 번역 자체가 무모하다고 여겨질 만큼 지난한 일이었다. 문학동네는 지난 2000년 이 책의 1부를 우선 번역해 『진리와 방법 1』을 펴냈고, 그후 12년 만에 2부와 3부를 묶어 『진리와 방법 2』를 출간했다. 이에 맞춰 1권 개정판도 함께 나왔다.

■ 훈민정음과 파스파문자, 정광 지음, 도서출판 역락, 384쪽, 26,000원
저자가 훈민정음 창제에 관해 발표하고, 논저로 간행한 것들 가운데 파스파 문자와 관련된 것만을 발췌하고 보완해 엮은 책이다. 모두 7개의 장으로 나누어 ‘한자와 중국어 및 동북아 제 민족 언어의 문자표기’를 시작으로, ‘티베트 문자의 제정과 북방민족의 표음문자’를 살펴보고 이 책의 중심이 되는 파스파 문자의 제정과 훈민정음의 창제를 고찰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훈민정음과 파스파 문자를 초성과 중성, 그리고 종성으로 나누어 비교해 이 두 문자의 제정이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를 검토한다. 저자는 훈민정음이 파스파문자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하지만, 결정적으로 ‘字形’은 고유한 독창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 주장하면서 훈민정음에 관한 온갖 기원설 내지 모방설을 배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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