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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멘토링이 없는 사회
원로칼럼_ 멘토링이 없는 사회
  • 김정훈 관동대 명예교수·신학
  • 승인 2012.11.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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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관동대 명예교수·신학
옛날 트로이 전쟁이 있었다. 이 전쟁에 출정하게 된 오디세이가 하나밖에 없는 자기 아들의 거처가 걱정됐다. 몸도 마음도 허약한 자기의 아들을 어떻게 할까 생각다가 그는 자기의 친구인 멘토(Mentor)에게 양육을 부탁했다. 20년 넘게 지루한 전쟁이 끝나고 오디세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멘토는 부모처럼, 스승처럼 자기 아들 테레마쿠스를 강인한 용사로, 또 훌륭한 智者로 키워놓았다. 단순한 지식뿐 아니라 삶의 지혜와 지식이 풍부한 경험적 인간으로 성장해 있었다. 이 멘토의 교육 방식을 두고 오늘의 모든 교육 전문가들은 멘토의 이름을 따서 ‘멘토링’교육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멘토는 오늘날 훌륭한 인생의 길잡이로서의 대명사가 됐다.

고대 바벨론의 왕 함무라비는 고대의 모든 법률을 집대성해 인류 최초의 성문법을 편찬했다. 이 법전에 의해 바벨론은 종교와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찬란한 황금시대를 실현했다. 이 법전의 대부분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으라는 이슬람의 경전이나 구약 모세의 율법처럼 엄격성과 보복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 함무라비 법전은 당시 무질서한 혼돈의 사회 속에 정의와 질서를 심었다. 그리고 이 법은 당시 모든 사람들의 멘토링이 됐다.

기원전 4세기경 유대나라에서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는 보복성으로 된 함무라비의 딱딱한 법전과는 달리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면서 사랑과 용서의 부드러운 관용을 설파했다. 그는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가 아니고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하시며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고, 속옷을 갖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갖게 하며, 누구든지 억지로 오리를 가자 할 땐 그 사람과 함께 십리를 동행하라고 했다. 그리고 구하는 자에게 주며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멘토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길잡이가 된다.

고대 인도에서는 한 여자가 자기 딸이 병들어 죽자 죽은 딸을 부둥켜안고 붓다를 찾아갔다. 그리고 부처님을 향해서 울며 애원했다.  “부처님, 제발 제 딸을 좀 살려 주십시오.” 이 애원에 붓다는 자비의 눈초리로 여인을 바라보며 “인간은 모두가 다 죽는 존재다” 또는 “모든 사람은 다 죽는다” 라고 하지 아니하고 여인을 향해서 “빨리 돌아가서 사람이 죽어본 적이 없는 마을을 찾아가서 겨자씨 한 알을 구해 오라” 고했다. 그러면 이 아이를 살려 놓겠다는 것이다. 이 말에 여인은 죽은 아이를 두고 뒤돌아가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뛰어 다니며 사람이 죽어본 적이 없는 마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이 죽지 않은 마을이 어디 있겠는가. 그 여인은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다가 인생 生老病死의 진리를 스스로 覺했다. 이것은 성자 붓다의 멘토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젊은이와 대학생을 위한 멘토는 누구일까. 누가 뭐래도 우리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님들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대학의 교수님들의 행위와 언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모질고 혹독한 지탄을 받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흔히 정치꾼은 많아도 정치가는 없고 선생은 많아도 스승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날 많은 대학생들이 이 대학에 와서 참으로 멘토와 같은 좋은 교수를 만났다고 하는 말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옛날 기독교 사상가였던 함석헌 선생님이「그 사람을 가졌는가」 라는 시를 썼는데, 오늘날 교수가 ‘그 사람이 됐으면 하고 이 시를 소개한다.

“만리 길 떠나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외로울 때에도/  ‘너뿐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김정훈 관동대 명예교수·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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