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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새로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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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12.11.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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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의 경건한 생각, 코너 커닝햄 지음, 배성민 옮김, 새물결플러스, 830쪽, 36,000원
영국 노팅엄대 신학(종교학) 교수이자, 기독교인이면서도 진화론을 확고하게 믿는 저자 코너 커닝햄은 극단적 다윈주의자와 창조론자 양측의 주장이 모두 틀렸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 신학, 역사, 과학의 영역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들며,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그리고 종교와 과학에 대한 예리하고도 신선하며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통찰을 보여준다. 커닝햄에 따르면, 기독교 전통은 문자주의적 창조론을 강요하지 않으며, 초기 교부들은 진화론에 가까운 창조 이해를 갖고 있었다. 다른 한편 극단적 다윈주의자들은 무신론의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진화론을 이용할 뿐이다. 극단주의자들의 주문을 걷어내고 종교와 진화론을 바라볼 때, 이 둘은 서로 아름답게 공명할 수 있으며, 다윈의 놀라운 생각이 사실 ‘경건한 생각’이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책의 부제는 ‘다윈은 정말 신을 죽였는가’이다.

■ 史通, 유지기 지음, 오항녕 옮김, 역사비평사, 1048쪽, 50,000원
저자 유지기는 실록을 편찬하는 史官으로서 궁궐에 들어갔다가 문제의식을 절감하고 궁을 떠나버린 인물이다. 그는 역사 서술의 작업을 버리고, 역사를 기록하는 원칙이나 방법을 탐구하고 정리해서 역사학개론서 『사통』을 저술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편년체의 대표라고 불리는 공자의 『춘추』나 좌구명의 『좌전』, 또는 기전체의 원류로 꼽히는 사마천의 『사기』와 같은 正史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인류 최초의 ‘역사학개론서’, ‘역사비평서’, ‘역사이론서’라고 할 수 있다. 중국 5천 년 역사는 그 긴 세월만큼 수많은 사서를 양산해냈다. 하지만 그 많은 사서가 있었음에도 『사통』 이전에는 사서의 비평과 연구 자체가 주된 관심사였던 저술은 없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역사서의 범주, 사관 제도의 역사, 역사서에 실리는 기록의 종류, 역사서의 장단점, 분류사의 서술과 특징, 역사 사실의 왜곡과 오류 등을 날카롭게 살핀, 사료 비판에 대한 종합적인 관찰과 기록이라 할 수 있다.

■ 에우데모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송유례 옮김, 한길사, 300쪽, 22,000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이 펴내는 ‘문명텍스트’ 열네번째 책. 서양 고대 윤리학사에서 소크라테스와 그의 후예들이 통상적인 행복관에 ‘역설의 윤리학’으로 도전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상식의 윤리학’을 옹호했다. 철학적 반성을 통한 상식의 완성이라는 그의 ‘현상 구제적’ 방법론은 현대의 윤리학자들에게 재조명되고 있으며, 실제로 현대 덕 윤리학의 약진은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르네상스와 맞물려 있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 성격의 덕과 지성의 덕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덕의 실현에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의 정치학’은 고립된 개인의 행복이 아니라 도시국가(Polis)의 구성원인 시민의 행복을 논한다. 그러나 인간사를 초월한 신적인 행복의 경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행복은 도시에 건립된 신전에 비유될 수 있으며, 『에우데모스의 윤리학』은 그러한 행복의 신전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삶의 건축학을 제시한다.

■ 진리와 방법 2, 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지음, 임홍배 옮김, 문학동네, 528쪽, 28,000원
하버마스, 데리다와 세기적 논쟁을 부른 현대 철학의 명저. 20세기 서구 지성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이 책(1960)은 근대 학문의 역사와 방법론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1927) 이후 나온 가장 비중 있는 철학서이자 해석학에 관한 기념비적 저서로 평가되는 이 책은 철학뿐 아니라 미학, 문학, 역사학, 신학, 법학, 사회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총 3부로 이뤄진 『진리와 방법』은 1부에서 예술과 미적 경험, 2부에서 역사와 정신과학, 3부에서 언어를 다룬다. 이 책은 그 방대한 지식과 난해함 탓에 번역 자체가 무모하다고 여겨질 만큼 지난한 일이었다. 문학동네는 지난 2000년 이 책의 1부를 우선 번역해 『진리와 방법 1』을 펴냈고, 그후 12년 만에 2부와 3부를 묶어 『진리와 방법 2』를 출간했다. 이에 맞춰 1권 개정판도 함께 나왔다.

■ 파꾼도-문명과 야만,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또 지음, 조구호 옮김, 아카넷, 460쪽, 28,000원
이 책은 1810년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한 이후 전개된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갈등 양상과 그 근원을 후안 파꾼도 끼로가(Juan Facundo Quiroga, 1788~1835)라는 한 인물의 독특한 삶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 근현대사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필독 고전으로 꼽힌다. 세계 여러 언어로 옮겨져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그동안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의 역사, 사회, 문화, 정치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난한 삶을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저자는 아르헨티나 근대 문학의 선구자로 꼽힐 뿐만 아니라, 교사, 언론인, 군인, 장관, 외교관 등을 거쳐 대통령까지 역임하면서 ‘아르헨티나의 국부’로 숭상받는 인물이다.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519.

■ 한국 사회보장론, 박승희 지음, 성균관대출판부, 496쪽, 20,000원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모두의 삶과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사회보장은 필수적이다. 저자는 사회보장제도가 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스웨덴의 경우를 우리나라 사회보장을 비추어보는 거울로 삼아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모든 사람의 인간다운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사회보장제도들은 겨우 명색만 갖추고 있다. 저자는 최근 우리 사회가 사회보장에 대한 논의 없이 사회복지 논쟁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퍼주기 사회복지론이나 사회복지 망국론 등과 같은 유령들이 대낮에 中天을 떠돈다고 지적한다. 사회복지 논쟁은 국민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제공하고 어떻게 보살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 훈민정음과 파스파문자, 정광 지음, 역락, 384쪽, 26,000원
저자가 훈민정음 창제에 관해 발표하고, 논저로 간행한 것들 가운데 파스파 문자와 관련된 것만을 발췌하고 보완해 엮은 책이다. 모두 7개의 장으로 나누어 ‘한자와 중국어 및 동북아 제 민족 언어의 문자표기’를 시작으로, ‘티베트 문자의 제정과 북방민족의 표음문자’를 살펴보고 이 책의 중심이 되는 파스파 문자의 제정과 훈민정음의 창제를 고찰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훈민정음과 파스파 문자를 초성과 중성, 그리고 종성으로 나누어 비교해 이 두 문자의 제정이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를 검토한다. 저자는 훈민정음이 파스파문자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하지만, 결정적으로 ‘字形’은 고유한 독창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 주장하면서 훈민정음에 관한 온갖 기원설 내지 모방설을 배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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