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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와 총장
대학평가와 총장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11.1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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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평가를 의식한 총장의 리더십에 교수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올해에만 벌써 건국대와 카이스트 두 대학의 총장이 자진 사퇴했다. 이들 대학은 강도 높은 대학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외부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한 공통점이 있다.

건국대는 지난 2010년 김진규 서울대 의대 교수를 영입해 생명공학에 역점을 둔 대대적인 학제개편을 시도했다. 카이스트는 미국의 한 공과대학에서 학과장을 오랫동안 수행한 서남표 교수를 총장에 앉혔다. 부임과 동시에 김 전 총장은 학과구조조정과 교수업적평가 강화를, 서 전 총장은 정년보장제도를 비롯한 교수업적평가에 메스를 들이댔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두 총장의 중도하차 배경에는 몰아치기식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교수들을 설득하지 못한 측면이다. 이들 총장은 대학개혁의 당위성을 외치면서 동시에 교수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다루는 정책을 썼다. 조급증 탓이다. 김 전 총장은 임기 4년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고, 서 전 총장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교수들로부터 ‘소통하지 않는 총장’이라는 비판이 임기 내내 따라다녔다.

이들은 결말을 향하는 이전투구 양상을 비슷하게 겪었다. 우선 교수들은, 대화의 문을 닫은 채 개혁만을 외치는 ‘외부총장’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과정에서 논문 표절, 연구업적 가로채기, 횡령, 배임 등 총장의 非違를 알게 된다. 제 아무리 壯士라도 뒤가 잡히면 힘을 못 쓰는 법이다. 이때부터는 진흙탕 싸움이다. 물론 흠집내기는 쌍방향이다. 결국 대학개혁은 뒷전으로 밀리고 소모적인 법적 공방전이 이어진다. 총장은 임기만료가 가까울수록 실적에 쫓기면서 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고강도 정책을 밀어붙이게 된다. 어느 순간 뇌관이 터지면 ‘결정의 시간’이 찾아온다.

최근 외부총장이 내놓은 교수업적평가 개선안이 법정까지 간 한림대도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노건일 한림대 총장은 지난 3월에 전격적으로 영입된 외부인사다. 노 총장은 2000년대 초반 인하대 총장을 지내면서 대학구조조정, 교수업적평가 강화 등을 추진한 이력이 있다. 그런 그의 ‘한림대 경쟁력 방안’이 출발과 동시에 암초에 걸렸다. 역시 교수업적평가 강화정책이 도화선이 됐다.

총장이 이해하는 대학구조개혁은 교수들의 관점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건국대, 카이스트 사례는 시사적이다. 단순히 교수업적평가 기준을 조금 올렸다고 ‘총장 퇴진’을 외친 곳은 없었다. 교수들은 총장에게 절차적 투명성과 소통을 요구했다. 이것은 대학평가든 경쟁력 강화든 대세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함께 가자’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입학생 감소에 대비한 구조개혁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다. 불필요한 학내 갈등을 없애는 것은, 더디더라도 함께 머리를 맞대 내놓은 개혁안일 것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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