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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 휩싸인 한림대, 연구업적 높이자 교수들 소송
내분 휩싸인 한림대, 연구업적 높이자 교수들 소송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11.12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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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랭킹이 최우선이다” … 교수들 “‘신분’ 볼모로 좋은 연구 기대할 수 있나”

“대학 랭킹이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특히 교수들의 연구업적 부문이 상위 20개 대학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때 20위권이던 ‘연구 순위’가 70위권으로 떨어졌다. 한림대는 지금 위기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노건일 한림대 총장, 지난 4월 전체평교수회의)

“일개 일간지에 나타난 ‘대학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이미 주어졌던 업적평가 점수가 삭감됐다. 심지어는 이로 인해 재임용에서 탈락되는 등 동료교수가 부당한 처우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법적 대응을 안 할 수 없다.”(지난 7일 ‘한림대 교수평의회 성명’ 중에서)

지난 3월 중순에 취임한 노건일 한림대 총장이 한 달여 만에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놨다. 내용은 △연구업적 상향조정 계획(안) △교수 연구지원 개선(안) △단과대학 권한 및 기능 강화 관련 업무이관 계획 등이다. 이 가운데 ‘연구업적 상향조정안’은 지난 5월 24일 열린 교무위원회에서 통과됐고 그 자리에서 공포·시행됐다. 한림대는 이번 업적평가 개정안에 대해 “(재임용 기준의 경우) 수도권 대학의 5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규정개정과 함께 연구비, 연구장비, 연구인력 지원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 노건일 한림대 총장(71세)이 취임 두 달 만에 강행한 ‘한림대 경쟁력 강화 방안’(이하 4·16안)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한림대 교수평의회(의장 유팔무, 이하 교평)는 ‘교원인사 규정 등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교평은 개정 규정에 의한 불이익을 받는 대상이 아니고, 개인 신청자(교수 6명)도 아직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지난달 29일, 소를 종료했다. 한림대 교평은 4·16안을 본안 소송인 ‘무효확인 소송’까지 갖고 갈지 여부를 오는 14일 열릴 전체평교수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교수들, 대학평가 중심의 업적평가 개정 “반대”

노 총장은 지난 4월 26일, 교수들에게 ‘대학평가’를 의식한 발언을 하면서 교수업적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긴급하게 전체평교수회의를 소집한 이날 노 총장이 제시한 것은 △연구업적 상향조정 계획(안) △교수 연구지원 개선(안) △단과대학 권한 및 기능 강화 관련 업무이관 계획표였다. 노 총장이 처음 이 안을 제시한 날짜를 따서 이른바 ‘4·16안’이라고 부른다.

교수들은 즉각 반발했다. 노 총장은 급기야 유팔무 한림대 교평의장(사회학과)의 의사진행을 가로막았고, 교수들은 항의의 뜻으로 모두 퇴장했다. 교평은 곧바로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총장 퇴진운동에 돌입했다. 사흘 후인 29일 교평은 전체평교수회의를 열어 ‘총장 자진사퇴 요구 및 해임 건의안’을 표결에 붙였다. 전체 교수 230명(연구년 30명 제외) 중 120명(52.2%)이 찬성했다. 설명회 한달 후인 5월 24일 노 총장은 교무위원회를 열고 찬반 거수로 규정을 통과시켰다. 이날부터 ‘개정안’이 적용되고 있다.

쟁점은 ‘연구업적 상향조정’이다. 승진 요건 중 연구영역 최소점수가 기존보다 최소 120점에서 최대 330점까지 올랐다.(표 참조) 특히 상승폭은 인문·사회계열 180점, 자연계열 330점으로 정교수가 가장 높았다. ‘승호’에 필요한 연구업적도 2배씩 높였다. 예컨대 인문·사회계열 교수의 일반승호트랙의 경우 등재(후보)지 이상 주저자·교신저자 논문 2편 또는 200점 이상의 단독전문 학술저작 1권을 포함해 연구업적점수가 200점 이상이다. 연구업적평가 개정안에 대해 교평은 평가가 ‘소급적용’되면서 이미 확보한 연구업적 점수가 삭감되고 재임용에도 탈락하는 교수들이 발생하고 있다며“교수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연구비 증액과 관련, 교수들은 (개정안과 무관하게) 연구 인센티브를 못 받으면 일종의 ‘급여동결’이고, 교수업적평가로 인해 재임용에 탈락한다면 ‘해임’이라는 현실론을 펴고 있다. ‘교수 신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한 교수업적평가를 인센티브와 결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림대 측 “20위권 대학의 80% 수준인데…”

노 총장 등 대학측은 교수들과 문제의 출발점이 다르다. 최태강 한림대 교무처장(러시아어학과)은 “대학의 위기상황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4·16안은) 한림대의 대학평가 순위가 너무 낮기 때문에 교수들의 ‘연구 수준’을 끌어올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따져보면, 이번에 개정한 연구업적평가는 상위 20위권 대학의 80%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교수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연구업적평가 기준을 올리니 일부 교수들(승진대상자)이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바라봤다.

교수들은 연구업적평가 상향조정안 외에 노 총장이 내놓은 ‘대학 정책’에도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일 교평이 발표한 성명이다.

“학과 교수들의 연구업적을 1등부터 꼴찌까지 이름을 명시하여 연감으로 출판하는 일, 교수의 동의없이 1년간 강의를 녹화하는 일, 학과의 신임교수 초빙 시 의결권 자체를 박탈하려던 시도 등은 그야말로 교수로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존심을 짓밟는 야만적인 처사다.”

한림대의 한 학장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교수들의 연구를 독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없던 지식’을 새롭게 만드는 것인데 양적 상대평가로 경쟁 시키면 연구의 질이 얕아진다. 훌륭한 연구업적을 달성한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인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질을 담보할 연구업적평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체평교수회의가 이번주 14일에 열린다. 한림대 교수들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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