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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정치 - 한국정치의 새로운 모색
[신년특집] 정치 - 한국정치의 새로운 모색
  • 교수신문
  • 승인 2001.01.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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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04 14:45:53
신정현(경희대 정치학, 한국정치학회 회장)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 이르러서도 한국정치는 여전히 심각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정치에 가감 없이 가해지는 비판의 초점은 두 가지 측면들에 집중되고 있다. 그 하나는 한국정치가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 정보화의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는 그러한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대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정치의 비효율성이다. 두 차례에 걸친 문민, 국민의 정부들이 자유로운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탄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 민주정치는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개혁'으로 집약되는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음에도 한국정치는 그러한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선도적인'(architectonic)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정치가 중요성을 갖게되는 이유는 사회 내에서 질서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에 있어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합리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데 있다.
그러나 한국정치는 그러한 처방을 제시하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미 우리 사회가 겅험했던 IMF 경제위기 증후군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각계의 지적이 한국정치의 문제점을 잘 반증해 주고 있다. 이제 한국정치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민주주의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진정한 의미에서 문제해결의 열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첫째로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높은 수준에 달해 있으며 그에 따라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정치지도자들의 식견과 행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들이 높은 식견을 갖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약한 바를 충실히 지켜나갈 때, 국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으며, 나아가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 정치가 국민적 신뢰감을 상실할 때 국정운영은 효율성을 상실하게 되고 매우 어려운 국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정치과정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한국정치의 조직과 절차가 국민들로부터 가치를 얻고 안정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정치과정의 제도화 수준은 얼마만큼 법치가 제대로 행해지는가에 달려 있다. 법과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대신 자의적인 인치(人治)가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될 때, 정치는 한 층 더 불안정해지고 국정은 혼미상태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국정운영 자체가 공공이익이나 공동선에 그 기반을 두지 못하고 한정된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 김대중 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家臣政治化는 바로 정치과정의 제도화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폐습인 것이다.
셋째로 한국정치는 통합적 리더십을 활성화하는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사회가 산업화를 시작한 이래 한국정치는 지역적 분열성에 크게 영향을 받아 왔으며 정치리더십도 그러한 분열성에 바탕을 두고 형성 유지되어 왔다. 따라서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지역적 편파성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특성을 보이게 되었다. 인사문제나 공공정책결정에 있어 그러한 편파성이 두드러지게 작용하였음은 오늘날의 정치적 난맥상을 자초한 주요원인이기도 하다.

결국 한국정치는 정치 자체에 대한 도덕성을 회복해야할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길은 한국정치가 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전근대성을 탈피하고 지속적인 자기쇄신과정을 통해 정치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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