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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세계적인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있어야죠”
“서울에도 세계적인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있어야죠”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0.26 15: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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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년 전통으로 도약 다지는 남궁근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꼭 1년째다. 남궁 근 서울과기대 총장은 지난해 10월 취임식에서 ‘서울과기대 드림2020’을 선포한 후 뛰고 또 뛰었다. 그 결과일까. 102년 역사의 산업대는 지난 3월 일반대로 전환했고, LINC사업, 공학교육혁신 거점센터 선정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우수대학으로 선정되며 겹경사를 치르고 있다. 그간 산업대끼리의 다소 쉬웠던 경쟁을 벗어나 국내 대학들과 공개경쟁에서 얻은 결실이라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남궁 총장은 박사과정 신설을 위해 우수교원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고, 야간 비중을 낮추며 주간 신입생 교육체제로 전환했다. 올해부터는 편입제도도 아예 폐지했다. 남궁 총장은 산업대의 전통적 강점인 산학협력 인프라를 살려 수도권의 과학기술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교수신문>이 창간되던 1992년부터 열혈구독자였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남궁 총장은 ‘일’에서 보람을 찾으며 살아왔다. 경제기획원에서는 관료로, 서울과기대에서는 행정학과 교수로, 지금은 총장으로 각 자리에 주어진 ‘일’에서 누구보다 자신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보람을 찾아왔던 남궁 총장. 교내 구성원들의 바뀐 분위기처럼 높게 올라가고 있는 신축연구동들 옆 본관 총장실에서 남궁 총장을 만났다.

남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장 인터뷰
일시: 2012년 10월 16일 오후 3시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윤상민 기자

 

 

 

 

△취임하신지 꼭 1년입니다. 경사가 이어지고 있고, 변화의 중심에 총장님께서 계신데,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지난 3월 우리 대학은 일반대로 전환했습니다. 102년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지요. 일반대 전환 직후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선정 및 공학교육혁신 거점센터 선정(전국 6개), 4월 교육역량강화사업 5년 연속선정, 5월 입학사정관제 우수대학에도 선정(전국 2개 추가)됐습니다. 구성원들의 역량이 축적돼서 가능했던 일이지요. 사실 예전에도 산학협력에는 선정됐지만, 이번에 전국의 대학들과 공개경쟁해서 따낸 사업이라 더 큰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오케스트라 지휘는 제가 했지만, 실제로 보고서 쓰며 일한 교수님들이 고생하셨죠.”

△대학 안팎의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들이 서울과기대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큽니다. 학생들에게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일반대로 전환하면서 교육조직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죠. 우선, 산업대 시절에는 3천300명 입학생 중에 1270명이 3학년 편입생이었습니다. 주간·야간의 구분도 있었고요. 산업대는 가나다군 지원이 아니라,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었으니 입학생들에게 자신감이 없었어요. 원래 지원한 대학 떨어져 왔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일반대 전환된 지난 3월부터 편입제도를 폐지했어요. 야간을 줄여 주간 신입생 위주로 교육조직도 전편 개편했죠. 또, 226명 정원의 일반대학원을 설립했습니다. 산학협력 특성화에 ‘연구기능’이 보강된 셈이죠. 일반대 전환과 더불어 20여명의 신임교원을 공채했는데, 과거와 비교해 매우 우수한 교원이 충원됐고, LINC 사업으로 24명, 입학사정관으로 10여명 등 약 40여명의 새로운 직원들이 더해져 대학에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편은 학생들에게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신입생들의 입학성적이 크게 향상된 것은 물론이고 프라이드와 소속감이 매우 커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신감이 재학생 선배들에게도 퍼져 나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기존 교수들도 긴장하고 예전 방식 탈피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오늘도 파주 문산여고 학생 30여명이 견학을 왔다 갔는데, 공부 열심히 해서 2년 후에 꼭 오겠다고들 하는 것 보면 학교 분위기가 참 좋아졌습니다.”

△오랜 기간 교수로 재직하셨습니다. 지난 1년 총장으로의 삶은 교수생활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교수시절에는 개인적인 업적이 주된 성과이지만 총장의 경우에는 학교 전체의 업적, 즉 각종 외부자원 유치, 입학생의 성적 향상, 교육내실화 등이 주된 성과지표라고 봅니다. 교수가 어울려 지내면 오히려 성과가 안 나오죠. 그런데 총장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저녁 약속도 많아지고… 학자가 기본적으로 솔로 연주자라면 총장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이고, 학자가 선수라면 총장은 감독이라고 생각됩니다. 경제기획원에서 짧게 공직생활을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국립대다보니 정부 측 사람을 만나야하는데, 아는 사람도 있기도 하고요. 또 제가 행정학과 교수다보니 제 책을 보고 고시 합격한 후배들이 선배대접도 해주고 합니다.”

△취임식에서 ‘서울과기대 드림2020’ 발전계획과 3대 전략을 밝히셨습니다. 도달하고자 하는 ‘서울과기대 像’은 무엇입니까?
“발전계획을 외부 컨설팅업체에 맡기면, 내용은 번지르하지만, 구체적 실천계획을 찾기 어렵죠. 우리는 19명 정도의 교수들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함께 만들었어요.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만들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우리대학의 비전을 ‘과학과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세계 속의 대학’으로 설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는 데 바람직하기에 2020년 목표로 국내 10위, 아시아 top 50, global top 300으로 설정했습니다. 그 중간단계로 4년 후인 2016년까지는 국내 20위 이내에 진입하고자 합니다. 장기적인 ‘서울과기대 像’은 ‘서울’과 수도권을 대표하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입니다.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이 내년부터 시작됩니다. 서울과 수도권에도 세계적인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본다면 가깝게는 서울공대, 멀리는 경성제대 이공학부였던 우리 대학 캠퍼스의 역사와 여건을 고려하고, 서울대가 법인화되어 서울 유일의 종합 국립대가 된 우리 대학이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대학평가에서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으로 인력공급과 수요의 불일치(mismatch) 현상입니다. 반면 우리 대학은 산업대 시절부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교육시켜 왔죠. 첫 번째로 캡스톤디자인 프로그램, 코업프로그램 등 실용교육을 계승할 겁니다. 캡스톤디자인 프로그램은 단계별로 조사를 통한 발표수업, 팀별 주어진 프로젝트를 계획, 조사, 실시, 보고서작성, 발표 등으로 구성돼 있어요. 현장실습과 6개월, 1년간 인턴프로그램인 코업 프로그랩을 활성화시킬 예정입니다. 또한 많은 중소·대기업과 연계돼 있으니, 연구소와 기업을 연계시키는 교육 및 연구환경도 조성해 나갈 겁니다. 두 번째로는 국제적 경험과 능력배양입니다. 해외유수 대학들과 다양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해 학생들을 내보내고, 또 교내로 받아 국제적인 리더가 되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Dual Degree Program (2+2, 1+2+1, 3+1 등)도 확대실시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공간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연구도과 실습실은 물론, 학생들을 위해서는 기존 1600여명 수용했던 기숙사에 외에 900명이 더 수용 가능한 기숙사를 신축하고 있지요.”

△대학 평가에서 교수확보율에 대해 국내 상황을 지적하셨습니다.
“대학평가에서 국내외 대학평가기관들의 공통적인 평가기준은 교수-학생비율, 연구 및 산학협력, 국제화, 평판도 등입니다. 그중에 가장 핵심 요소는 우수한 교수진 확보지요. 그런데 한국 대학들의 평균 교수확보율은 정부에서 정한 기준의 73.4%에 불과합니다. 한국 대학의 교수 1인당 평균 학생 수는 거의 30명 정도로 OECD 평균 15.5명의 두 배를 넘어요. 한국의 대학이 적정한 숫자의 교수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내실 있는 교육은 물론, 연구 성과와 국제화 등 다른 지표의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죠. 현재 한국 대학의 현실(교수 1인당 학생수 30명)은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교사 1인당 학생수 각각 17.3명, 17.3명, 14.8명)에 비하여도 열악한 실정입니다. 국립대의 교수확보율을 주요사립대와 비교해도 국립대의 교수확보율은 더욱 낮은 편입니다. 20개 주요 사립대의 교수확보율은 87.8%인데 비하여 서울대(118.6%)를 제외한 국립대의 교원확보율은 75.6%에 불과하거든요. 정부 당국자에게 이러한 문제를 끊임없이 환기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정부가 2025년까지 국립대 교수확보율 100% 달성키로 중장기계획 수립해 발표하더라고요. 우리대학을 포함한 국립대 교원확보율을 100%로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사립대학의 확보율도 10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우리나라 대학 교육이 정상화된다고 봅니다.”

△역시 좋은 교수를 확보가 중요한데요. 61.8%에서 84.4%라는 구체적 수치는 어떻게 달성하실 계획이신지요?

“우리 대학은 산업대학 시절에 소수의 교수진으로 주간 및 야간, 그리고 편입생까지 교육했기에 국립대 가운데 교수확보율이 최하위권입니다. 점진적으로 국립대학 평균확보율에 도달한 후, 2025년 이전에 100%를 확보할 방침입니다. 금년에 150명 목표로 했지만, 국립대 전체에서 100명 확보했습니다. 특별히 기금교수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정부 지원만으로는 어려우니까, 우리 예산으로 40여명 정도를 어학분야와 조형분야에서 모셨습니다.”

 

△‘과기대’다보니, SCI급 저널에 논문 발표가 중요할 듯합니다. 교외 연구비를 점진적으로 향상, 2020년에는 1억5천만원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역시 ‘재원’ 조달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동안 교내 연구비 개념이 없었어요. 사후 인센티브 개념이었죠. 그래서 학교 재원은 많이 나가면서도 교내 연구비 수주는 꼴찌로 평가받았었습니다. 그래서 바꿨어요. 15억은 사전연구비로 신청해서 쓰시라고요. 개인에게 300만원씩 두 번 정도 지원합니다. 교외 연구비는 1인당 5천500만원인데요, 중앙일보 평가 보니 42위더라고요. 아직 우리 대학에 박사과정이 없습니다. 2014년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이 시작돼 연구 인력이 확충되면 잘 될거에요. 링크 사업으로 가지고 있는 40억이 씨드머니가 될 겁니다. 최소 5년 보장사업이니까, 대형 연구를 과감히 해서 늘여나가야죠. 부족분은 십시일반으로 하지만, 발전기금 펀드레이징을 통해 제가 굵직한 것들을 따오고 있습니다.”

△서울과기대는 102년의 저력을 지닌 대학입니다. 이 저력을 묶어낼 ‘특성화 전략’은 무엇인지요?
“저는 우리 대학의 정체성을 서울 시내의 ‘유일한 종합 국립대’, 수도권의 ‘과학기술 특성화대’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의 국립종합대로서 역할을 당당하게 수행하면서 21세기 국립대의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해야지요. MIT나 Cal Tech과 같은 세계적인 과학기술대학을 벤치마킹하여 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인문과 예술 분야를 융합,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21세기형 공학 특성화대학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첫째로, 전통적인 강점분야이고 인프라가 구축된 산학협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서울에 있는 유일한 국가산업단지인 구로디지털단지와 긴밀한 협력을 하는 것이죠. 둘째로, 국제화입니다. 공학교육이긴 해도 취업하면 외국으로 많이 나갑니다. 국제화 쪽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고서 제대로 일꾼 노릇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늘 오전에도 독일 마인츠대 총장과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지요. 미국 위주의 대학을 탈피해서 세계 여러 대학들과 교류할 계획입니다. 요즘 국내 대학들의 국제화는 부익부 빈익빈이에요. 좋은 학생들을 받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학생이 없어서 중국 학생들로 모자란 등록금 수입을 충당하는 대학들도 있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으신 사업은 무엇인지요?
“세계적으로도 수도권에 일반종합대와 과기대가 쌍벽을 이루고 있는 곳이 많죠. 일본의 경우, 동경대와 동경공업대, 홍콩은 홍콩대와 홍콩과기대, 러시아는 모스크바대와 바우만공대, 미국은 하버드와 MIT, 버클리와 Cal tech입니다. 모든 산업이 첨단화, 정보화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과학기술이라는 용어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KAIST를 중심으로 한 과기대 클러스터가 있습니다. 저는 우리 대학이 궁극적으로 수도권의 과기대를 목표로 하고, 과기대 클러스트 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외부적인 지원을 끌어내고자 합니다.”

△삶의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또한 교수사회에 드리고 싶은 고언이 있다면 듣고 싶군요.
“거창하게 좌우명이라고 하긴 그렇습니다만 “일하면서 즐거움을 찾자”가 제가 지키며 살아온 원칙같습니다. 집사람과는 많이 다퉜지만, 일하고 그 성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았던 게 제 삶이었더라고요. 또 “자신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자”가 교수로서 저의 좌우명입니다. 타인에게 기대하는 업적, 도덕, 윤리기준과 자신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동일해야 하거든요. 집사람은 은퇴 후를 대비해 취미를 찾으라고 하는데, 저는 총장 임기를 마치면 평교수로 책을 읽고 저술활동을 하겠죠. 은퇴 후에도 이 일을 계속할 것 같습니다. 교수사회에는, 강의할 수 있다는 것은 교수의 특권이란 걸 알고, 본업인 강의와 연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정교수가 된 이후에도 후배들에게 부담주며 안주하기보다는 꾸준한 성과를 내야겠지요. 또 비교적 장기적인 연구주제에 매달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우리 과학자들이 연구주제를 너무 쉽게 바꾸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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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하버 2012-10-29 16:56:22
오타 정정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