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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국전산응용수학회, 대교협의 수학분야 평가방식에 이의 제기
[초점] 한국전산응용수학회, 대교협의 수학분야 평가방식에 이의 제기
  • 교수신문
  • 승인 200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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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2 14:02:12
대학들의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우식, 이하 대교협)의 학문분야평가가 올해 수학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이는 다름 아닌 한국전산응용수학회(회장 박진홍 선문대 교수).
지난 16일 한국전산응용수학회 임원진은 ‘수학분야 평가 편람’에 명시된 교수 학술논문 실적 평가 기준이 부당하다며 평가를 주관하고 있는 대교협에 정식으로 시정을 요구했다.

학진이 폐기처분한 ‘기준’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교협이 수학분야 평가에서 국내학술지를 등급으로 평가한 학술진흥재단의 ‘등급평가’를 전임교수의 학술논문 실적을 가늠하는 평가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 있었다.
평가에 앞서 대교협이 배포한 ‘수학분야 평가편람’에 따르면, 국제학술지와 국내학술지에 각각 차별화된 점수를 매김으로써 전임교수의 학술논문실적을 평가하며, 국내학술지의 평가기준으로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의 ‘등재(후보) 학술지 평가’와 ‘등급평가’ 중 ‘등급평가’를 선택한다는 것. 즉 국내학술지를 학진 A, 학진 B, 기타로 나눈 ‘등급평가’에 따라, 학진A는 2점, 학진 B는 1점, 기타는 0.5점을 받도록 했다. 이에 한국전산응용수학회는 “학술지 등급평가는 BK21 사업의 연구결과를 일정 수준 이상의 학술지에 발표하도록 하기 위해 국소적으로 연구조사된 것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이것을 전국의 수학분야 평가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며 “등급평가를 기준으로 이번 학문분야 평가가 이뤄진다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전산응용수학회는 “학술지 등급평가는 등급평가를 받고자 신청했던 국내학술지에 한해 상대평가했다”며 “신청한 학술지는 20여개가 넘는 학술지 중 16개에 불과해 평가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전체로 보았을 때 A등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대평가방식으로 인해 B등급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학진의 등급평가가 지닌 맹점을 꼬집었다. 즉 신청한 학술지가 모두 A등급을 받을 만큼 우수해도, 상대평가를 한다면 그 중에서 A, B, C가 가려진다는 것.
이영수 학진 연구기반조성2 팀장은 “평가 대상이 되는 학술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평가의 신뢰도가 높겠지만, 수학분야의 경우 신청하지 않은 학술지가 다소 있어 교수의 연구실적을 평가하는 데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미 학진은 지난 해 말, 등급평가 방식이 문제가 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A, B급 학술지 중에는 등재(후보)학술지와 상당수 겹치고 있지만, 등재후보학술지가 C급으로 분류됐거나, A 또는 B 등급을 받은 학술지가 등재 후보 학술지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학진은 A, B 등급으로 분류된 학술지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두 등급 모두 등재(후보)학술지의 범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 기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학문분야평가를 총괄하고 있는 강병운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 겸 평가지원부장은 “평가편람안은 대교협이 대학과 관련 학회로부터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수학분야 평가편람 개발위원회’를 구성해 수차례의 토론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보안과 수정이 가능하다”고 말한 뒤 “개발위원회에 한국전산응용수학회가 제기한 의견들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조용승 수학분야 평가편람 개발위원회 위원장(이화여대 교수)은 “등재 여부가 학술지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에, 논의 끝에 등급평가를 선택한 것”이라며 “현재 학진에 등재(후보)가 된 학술지들 사이에서 우열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학진이 등급평가를 신뢰하지 않는 이상, 개발위원회에서도 더 이상 강하게 밀고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향후 상의를 거친 후, 평가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6월 27일에 각 대학에 ‘수학분야 평가편람’을 발송한 후 평가편람을 바탕으로 오는 10월 4일까지 자체평가연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상태여서, 지침을 변경한다면 미처 그 여부를 알지 못한 대학들의 행정상 착오도 우려된다.

평가대학 행정착오 불러올 수도
한편, 박진홍 한국전산응용수학회 회장은 “우리가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교협의 수학과 학문분야평가에 학진의 등급평가가 적용된다면, 법정 소송을 통해서라도 그 적용의 부당성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교협의 교수연구평가는 재임용 심사와 연봉 책정 및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평가기준 마련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학회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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