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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종속 탈피, 새 좌표 모색
모방·종속 탈피, 새 좌표 모색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0.1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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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문사회과학연구 반성한 한림대 학술대회

지난 12일, 한림대 한림과학원(원장 김용구)에서 열린 제4회 일송학술대회는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새로운 좌표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문·사·철분야 세 명의 인문학자와 경제학, 사회학, 정치외교학 등 세 명의 사회과학자가 관련 학문 분야를 돌아보고 새로운 모색을 다졌다.

어떤 발표들이 오갔을까. 인문학 분야에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국문학)는 한국문학이 다양한 서구 문학이론을 수용했음에도 여전히 연구방법의 논리적 주체화를 확립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한국적 특수성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제한된 담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현 경남대 교수(철학과)는 직업인으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와 진정한 철학자를 구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근갑 한림대 교수(사학과)는 신채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역사와 국사의 만남이 근대에 들어와 일제의 영향으로 배척당한 사실을 제시했다. 하지만 후기 손진태가 단군사학을 인정한 사례를 들며 극적 화해를 모색했다.

사회과학 분야의 지적도 동일했다.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향상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박상섭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양적지표로는 미국 다음인 한국 정치학계지만, 자생적 연구보다는 모방만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도 억압적 시기에 약동했던 사회학계가 침체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풍요로운 사회’ 도달 이후 발달 분야에 주목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지나치게 미국에 종속된 국내 경제학계에 우려의 시선을 비쳤다.

여섯 발제자의 공통점은? 국내 인문·사회과학 역사 속에서 분야별 학문의 태동 시기, 약진과 고난의 시기를 살피면서 학문의 자생성을 읽어내려 했다는 점이다.

일송학술대회는 한림대 설립자인 故 일송 윤덕선 선생의 유지를 구현하는 학술사업의 일환이다. ‘한국 사회,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장기 기획으로, 매년 주제를 바꿔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주제는 ‘한국 인문·사회과학 연구, 이대로 좋은가’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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