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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에타」와 12월 大選
영화 「피에타」와 12월 大選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9.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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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로마 바티칸 성당 소장
베를린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새삼 화제다. 이 영화 한 편으로 김 감독을 평생 따라다녔던 '국졸 감독', '충무로의 영원한 아웃사이더'라는 꼬리표는 한국을 빛낸 뚝심 있는 감독이란 수식어로 바뀌었다.

사채업자의 돈을 받아주는 깡패와 30년 만에 나타난 엄마 사이의 엄청난 비밀은, 우리 사회에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김 감독이 그의 전작에서 전유하는 공간들인 청계천, 한강 다리, 사창가, 모텔 등은 이미 우리가 TV화면이나 모니터에서 수없이 봐왔던 사건의 현장들이다. 너무 가깝게 보여서 부재했던 현실감을 김 감독은 날 것의 느낌으로 스크린에 그려왔다. 새롭지 않은 새로움, 외면하고 싶은 현실에 대한 강요.

언젠가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신 영화의 주인공들은 평생 극장에 오기 힘든 부류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대답. “그들이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오늘도 요원해 보인다. 용산 참사로 목숨을 잃은 철거민과 진압 경찰, 숨죽여 스물네 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쌍용차 사태, 방송이나 신문마다 넘쳐나는 자살사건들…

파리 4구에 위치한 뽕삐두 센터 옆에 ‘작은 노트르담’이라 불리는 생 메리 교회가 있다. 로마에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진 못했지만, 생 메리 교회의 피에타 상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쳐다본 기억이 있다. 한때는 신의 이름을 가졌던 자, 한없이 작은 모습으로 어머니의 품에 안긴 그 모습이 주는 신성과 인성의 교차, 그 자비로움.

피에타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애도함’이란 뜻이다. 김 감독은 여기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해석을 끌어냈다. 관객들은 「피에타」의 환유와 이미지에 내포된 시대질곡을 현실정치가 극복해낼 수 있을지, 오늘의 한국 사회에 희망과 해법이 있는지 되묻는다. 모진 수난과 냉소 속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이 말하는 ‘자비’가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에 어떤 메시지가 될 수 있을까.

곧 12월 大選이다. 피에타,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부디 이 나라에 자비가 있기를! 선거때만 떠받들어지는 힘없는 ‘국민’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길! 찢겨진 민족과 동서로 갈린 시민들에게 자비를! 상처를 치유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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