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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교수임용 설문조사 그 이후
[초점] 교수임용 설문조사 그 이후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7.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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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30 14:43:27
교수신문과 학술·연구·채용 포털사이트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이 공동으로 실시한 ‘교수임용제도의 문제점 분석과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교수신문 제234호 7월 8일자) 결과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교수임용제도’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천72명 가운데 1백77명(16.5%)이 임용과정에서 금전적인 요구나 발전기금 기부를 요청 받은 적이 있으며, 그 규모는 2억원에서 5천만원까지 다양했다.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교수임용시장의 불공정 실태가 설문조사로나마 비춰진 것이다.

이에 대해 박거용 교수노조 부위원장(상명대 영어교육과)은 “설문에서는 임용당시에 금품을 요구한 것을 조사했지만, 실제로는 임용이후에도 일정기간 봉급을 받지 않기로 이면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조사결과보다 교수임용에서의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서울 ㅅ대에 근무하는 김 아무개 교수는 “우리 대학은 내가 임용될 때부터 돈을 요구하거나 돈내고 들어온 경우는 없었다”며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청렴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교수들간에 알력으로 내정된 인물을 임용하기 위해 경쟁할 만한 후보자들을 일찌감치 제외시키는 경우는 있었다”며, “이러한 경우 총장이 공정하게 임용하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hope’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하이브레인 넷 이용자는 “예상했던 대로 임용 과정의 불공정성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조사결과가 정치권 등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전달돼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 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현행법상 공직에 임용되는 것을 놓고 금품이 오가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교수지원자들의 간절한 마음에 비춰볼 때 교육부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

조사대상 가운데 20.6%는 교수

이번 설문조사결과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번 설문조사 자료가 정확한지 신뢰도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지원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부정적인 의견이 높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참가자의 2백21명(20.6%)은 ‘현직’ 교수였으며, 이 가운데 36명도 수차례의 교수임용 심사과정에서 금품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심사결과의 공개 의무화 요구에 대해서도 교육부 관계자는 “신청하면 결과를 공개하도록 돼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심사결과 공개를 요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문이 두렵거나 기타 이유로 ‘공개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한 5백6명(47.2%)과 ‘심사결과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답한 7백82명(72.9%)의 답답한 심정과 교육부 정책담당자의 현실인식은 거리가 멀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대학은 사회의 마지막 양심으로 남아야

김병연 / 충북 청주 상당구청 환경위생과

교수신문 정기 독자도 아니고, 대학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지도 않지만 한 지방 공무원이 설문조사결과에 대한 의견을 전해왔다.

얼마전 대학교수직에도 뒷돈 거래가 있다는 로버트 번스(캐나다인, 한국개발연구원 정책대학원 박사과정)의 말을 신문지상에서 읽고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대학교수 지원자의 16.5%가 돈을 받은 적이 있다는 보도를 보니, 부패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며, 우리 사회에서 ‘학자적 양심’이란 말도 머지 않아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수직에 지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16.5%가 금전적 요구나 학교발전기금 기부를 요청 받았다고 한다. 요구받은 금액도 5천만원에서 2억원 이상의 거액이다. 돈으로 교수직을 산 사람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언젠가는 학점도 돈으로 팔고 사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가슴 아픈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대학교수직이 돈으로 팔고 사는 자리라면 세계적 수준의 인재 육성은 불가능하고, 나라의 장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 ‘학자적 양심’은 살아 있어야 되고, 교수의 양심은 인간 양심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한다. 교수지원자들에게 금전적 요구를 한 대학관련자, 사립대학 이사장, 학과 교수, 총장 등은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대학은 우리 사회의 마지막 양심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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