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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역시 일본사상사에 대한 물음이다
문제는 역시 일본사상사에 대한 물음이다
  • 교수신문
  • 승인 2012.09.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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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 『내적 오리엔탈리즘 그 비판적 검토』 전성곤 지음|소명출판|2012.8

이 책은 근대 일본의 ‘식민’ 담론들이라는 부재를 달고 전체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근대 일본의 인종론에 동원된 역사학이 고대인의 표상을 핵으로 하는 민족론 혹은 민족성을 어떻게 창안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제2부에서는 근대 일본의 인종론이 타자(내부의 타자를 포함한)와 대면하면서 그 경계와 차이를 내러티브화하는 과정에서 결국 민족의 원형 찾기의 욕망으로 어떻게 전이되는지를 보여준다. 제3부는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민속학이 민족의 경계를 넘어 혹은 접경지대(contact zone)에서 타자와 접하는 순간들에 주목해 그것들이 제국사의 구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렇듯 3부에 걸친 저서는 메이지 시기부터 쇼와 시기까지 활약했던 학자들 즉 기타 사다키치, 도리이 류조, 하마다 고사쿠, 야나기타 구니오의 학문적 업적을 텍스트로 삼아 표제어로 제시한 ‘내적 오리엔탈리즘’을 비판의 사정에 두고 구성돼 있다. 국내 학계에 새로운 시사점 제공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민속학 등의 학문 장르에서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이들 학자들은 자기 학문의 고유 영역을 개척한 인물들이면서도 인접 학문의 방법론을 자기 학문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잡학적’ 학문의 세계를 구현해온 인물들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들 사이의 학문적 친연성과 이질성을 드러내면서 근대 일본의 사상적 계보 안에서 그들의 학문적 업적을 분석하고 있다. 이제까지 그들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그 사상의 계보가 가진 제국성에 주목하거나 그것이 서구 학문의 신탁통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본판 내셔널리즘이라는 비판에만 치우쳐 있었다. 저자가 언급하지는 않지만, 특히 한국에서 그들 혹은 그들의 학문은 식민주의나 제국주의라는 단일한 학문과 입장으로 흔히 상정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일본 내부의 사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제국 이념을 어떻게 결정했는가” 하는 그 경로를 설명해 주는 사례가 드물었던 점에 착안해 이 책을 구상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착안점은 單層的으로 읽어온 그들의 학문에 대해 그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논쟁의 지점들을 드러냄으로써 다양한 층과 결이 존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일본근대사를 둘러싼 국내 학계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해 주었다고 하겠다. 저자가 ‘혼합민족사학’, ‘동아시아 인류학’, ‘동아고고학’, ‘일국 민속학’이라고 명명한 앞서 언급한 각 학자들의 학문 세계와 입장은 외형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서구 근대 학문의 방법론에 기초해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를 재구성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일본 내부의 ‘이민족’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내부 공동체 이론을 만들어낸 이데올로그”이자 ‘내적 오리엔탈리즘의 소유자’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내적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개념의 구상 배경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내적 오리엔탈리즘이란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잠재적 오리엔탈리즘’과 ‘명백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사상적 레토릭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이 네 명의 일본 지식인들은 서구 학문을 수용하면서 일본 내부의 차이를 넘어 민족적 융합과 소통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중략) ‘일본인’이라는 자기중심적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 연결고리가 존재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것을 식민지지배라는 제국주의 비판을 포함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민국가 내부의 식민지(에 대한 사고-지배방식 혹은 지적 체계: 인용자)를 내적 오리엔탈리즘과 연결시키고자 했다. (중략) 다시 말해서 콜로니얼리즘의 내부 확대와 내적 변형인 것이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주지하다시피 오리엔탈리즘은 원래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지배방식’을 일컫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사용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근대 일본은 서양 이외의 국가나 지역 중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지적 체계와 담론을 경험한 유일한 국가일런지 모른다.

강상중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에서 ‘타자’로서의 서양을 일본이 추구하는 理想의 거울로 묘사하며 서양의 대리인으로서 스스로를 정위하는 동시에 ‘동양’과 일본 사이의 차이화를 극한까지 추진할 때 근대 일본의 역사는 ‘모노로그’ 안에서 空轉하고 대화를 나눠야 할 ‘타자’를 상실하고 공허한 동일성의 원리만을 남기게 된다고 지적하고, 이를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저자는 그런 강상중의 ‘일본적 오리엔탈리즘’과 차별되는 어떤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듯 보인다.

그래서 기타 사다키치, 도리이 류조, 하마다 고사쿠, 야나기타 구니오 등을 ‘콜로니얼리즘의 내부 확대와 내적 변형’을 도모한 ‘내부 식민주의자’라고 규정했을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내부공동체 속 ‘異人’ 즉 내부의 타자를 발견(혹은 발굴)해 ‘내적 경계’를 긋고 그들을 식민지(민)로서 상상하고 배제와 동화의 논리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 경계의 유동성 때문에 그들의 시선이 타이완과 조선 같은 식민지로 옮겨질 때도 동일한 논리가 작동했다고 한다면 그 논리의 적합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개념·용어의 엄밀성 필요 하지만 과연 그들이 동일한 논리로 내부의 타자와 식민지의 타자를 대상화했을까. 또 콜로니얼리즘과 오리엔탈리즘이 과연 환치 가능한 것일까. 개념이나 용어의 엄밀성이 더욱 요구된다. 또한 글의 형식과 구성 면에서도 기타 사다키치, 도리이 류조, 하마다 고사쿠, 야나기타 구니오 등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비판을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나열한 듯하다. 그 때문에 「서장」에서 의욕적으로 제시한 ‘내적 오리엔탈리즘’의 그 구체적인 像을 이해하는 데 저해 되곤 했다.

사이드의 말처럼 오리엔탈리즘을 설명할 때 전문적인 오리엔탈리스트와 그 업적만이 아니라, 동양이라고 불리는 지리적, 문화적, 언어적, 민족적 단위에 기초를 둔 하나의 연구 분야로서 영역 개념 그 자체에 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서양인이 구성하는 ‘동양’이라는 심상지리와 표상에 주로 주목하면서도 ‘영역 개념’ 자체를 중요한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일본 내부의 사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제국 이념을 어떻게 결정했는가” 하는 저자의 근본적인 질문에서 재출발할 필요가 있다. 사카이 나오키는 일본사상사는 서양의 자민족 중심주의에 대항한 동일화와 반발의 역학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의 논의를 참조하자면 그런 일본사상사가 식민지를 ‘근대의 실험장(laboratories of modernity)’으로 삼았을 때, 스스로들 과연 어떤 변화를 초래했을까, 그 점이 궁금해진다. 다시 말해, 저자가 다루고 있는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민속학 등의 학문 장르에서 드러나는 주체나 대리자가 ‘근대의 실험장’이었던 식민지에서 적용과 재적용(Readaptation)의 순환을 통해 어떻게 재구축 됐는지가 궁금해진다. 문제는 역시 일본사상사에 대한 물음이어야 할 것이다.


박광현 동국대·국문학
필자는 일본 나고야대에서 박사를 했다. 저역서로는 『박물관의 정치학』, 『이동하는 텍스트 횡단하는 제국』(편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재일한국인 조선인 정체성에 관한 연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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