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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일자리만 줄어……겸임ㆍ초빙으로 뽑을 수밖에”
“강사 일자리만 줄어……겸임ㆍ초빙으로 뽑을 수밖에”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2.09.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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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반대하는 ‘강사법’…대학이 묻는다, 누구을 위한 법인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31일, ‘강사제도’ 도입에 따른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을 입법예고하면서 “과거 시간강사에 비해 신분보장과 고용안정성을 대폭 강화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은 “오히려 강사의 신분보장은커녕 강사 진입장벽만 높여 놓았다. 일부 전업강사만 이득일 뿐 더 많은 강사들은 대학 강단에 서기가 더 어렵게 됐다”라고 말한다.

특히 사립대가 새로운 ‘강사제도’ 도입에 난색을 표하는 첫째 이유는 재정부담이다. 대전지역 사립대의 A 교무처장은 “특히 지방 사립대는 ‘반값 등록금’으로 등록금을 더 올릴 수도 없고, 학생은 계속 줄어드는 데다 대학의 생존여부를 결정짓는 정부의 ‘하위 15% 대학’ 평가 등 각종 평가에 대비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수입은 계속 줄고 있는데, 지출은 자꾸 늘어난다. 강사료도 대학평가 요소에 포함돼 강사료 인상은 물론 강사를 임용하면 4대 보험료와 퇴직금까지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대학 입장에선 강사 임용이 부담스럽다. ‘강사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A 처장은 “강사법은 강사에게 오히려 족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의 사립대는 대교협을 통해 사립대도 강사의 4대 보험료와 퇴직금에 대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교과부는 임용권자인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전임교원을 뽑는 것처럼 강사를 임용하는 것도 무리라는 입장이다. 학과장 추천 등 ‘알음알음’ 뽑던 강사를 공개채용을 의무화하고, 대학인사위원회 동의는 물론 1년 마다 재임용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재임용 거부 때는 ‘소청 심사 청구권’ 부여에 따른 대비, ‘1년 이상’ 임용에 따른 교과과정 개편 등 산적한 과제가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사행정 업무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대학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외에도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업강사는 교원확보율에 20%까지 산정이 되는데, 교양과목 이외에 주당 9시간 이상 몰아줄 과목도 많지 않고, 강사에게 주당 9시간 이상 강의를 배정하기 위해 미리 교과목을 배정해 놓으라는 교과부의 방침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1년 이상’ 임용해야 한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도, “재임용 여부는 2개월 전에 통보를 해야 하고, 4개월 전에는 재임용 심사를 해야 하는데, 강사를 1년 단위로 계약하면, 다음 학기 강의시간표도 만들기 전에 재계약부터 하라는 얘기냐”라는 입장도 있었다.

부산지역 사립대의 B 교무처장은 “새 강사제도 자체가 현실이 부족하다”며 “업무량만 폭주하고 실효성은 적다. 많은 강사들이 일자리만 잃게 될 공산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사립대의 C 교무처장은 “서울지역의 경우 전임교원은 보통 학기당 6학점을 맡는다. ‘1년 이상’ 임용하고 ‘주당 9시간’ 강의를 맡게 하는 것이 과연 ‘교육의 질’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사립대는 새로운 강사제도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고 하지만 ‘강사’ 임용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는 하고 있지 않다는 대학도 많았다. 강사 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최대한 강사 임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게 대학의 현재 모습이다. 결국, 사립대는 최대한 강사 임용을 줄이는 대신, 겸임ㆍ초빙 교수 등 ‘비전임 교원’으로 기존 시간강사를 대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무조건 강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비정상적으로 ‘비전임’만 양산하게 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풍선 효과’는 이미 예고됐다. 새로운 강사제도에 따르면, 한 대학에 강사로 임용되면 다른 대학에도 출강이 가능하지만, 다른 대학엔 강사가 아닌 ‘겸임 또는 초빙’으로 계약을 하도록 했고, 불가피하게 전임교수가 연구년이나 파견 등 1년 미만의 강사가 필요하면 겸임ㆍ초빙 교수를 활용해 융통성 있게 운영하라고 교과부는 요령을 알려주었다. 또, 기존 시간강사들 중에서도 현직을 갖고 있으면서 시간강사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도 겸임교수나 초빙교수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고 대학은 말한다. 특히 예체능 계열의 강사 중에서는 현장 전문가가 많은데, 이들도 겸임교수 등 ‘비전임 교원’으로 뽑아야 한다.

현재 시간강사들이 대거 겸임ㆍ초빙 교수 등 ‘비전임 교원’으로 채용이 되면 겸임ㆍ초빙 교수의 여건이나 대우도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구지역 사립대의 B 교무처장은 “현재 겸임교수의 조건은 강사보다 좋은데, 새로운 강사제도가 도이되면, 지금의 강사 대우는 좋아지는 반면, 겸임교수의 대우는 낮아져 강사나 겸임교수나 대우가 비슷해 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B 교무처장은 “명칭만 초빙교수이지 기존 시간강사 일을 하게 되는 것인데, 개정 법률에는 시간강사라는 문구만 사라질 뿐 시간당 급료를 받는 시간강사의 현실은 여전히 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사 숫자 줄이기’에 나선 사립대. “살아남는 강사도 있겠지만 더 많은 강사들이 대학 강단에 설 수가 없다면, 누구를 위한 법인가?” 대학들이 반문하고 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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