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1:55 (토)
정신이 腸內 세균들의 영향을 받는다니!
정신이 腸內 세균들의 영향을 받는다니!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2.09.17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70 미생물

미국에서 발간되는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간행하는 <마인드(Mind)>(2012년 8월호)에「당신 내장에 든 미생물이 당신의 생각과 기분을 좌우한다!」라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자연계에는 寄生蟲이 宿主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예는 다 들 수 없을 만큼 허다하다. 잘 알려진 대로, 쥐에 原生動物인 Toxoplasma gondi가 기생하면 쥐가 고양이를 겁내지 않게 되는 불행한 일이 생긴다. 또 기생곰팡이 무리의 하나인 동충하초균들은개미 뇌에 기생해 개미를 억지로 푸나무꼭대기로 기어오르게끔 해서 죽게 만들고는 좀 이따가 그 개미에서 버섯을 불쑥 솟게 한다. 죄다 원생동물이나 곰팡이가 자손을 널리, 수많이 퍼뜨리겠다는 수단이렷다. 이는 미친개의 침샘에 든 광견병바이러스가 개로 하여금 마구 다른 동물을 물게 해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비유가 좀 뭐하지만, 아기궁전 속의 태아(‘기생충’)가 석 달 넘게 엄마(‘숙주’)가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입덧 또한 그렇다. 엄마가 게걸스럽게 이것저것 마구 먹으면 거기에 묻어드는 세균, 바이러스와 그것들의 독은 말할 것도 없고 농약, 제초제 등의 화학물질이 넘쳐나게 되기에 영리한 태아가 모체에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먹는 것을 꺼리게 한다. 하여, 입덧이 심하면 심할수록 건강한 아이를 낳는 법!

이렇듯 미생물들이 숙주(임자몸)의 행동을 조절하듯 우리의 창자에 사는 미생물들도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물론 인체에 깃든 창자미생물은 세균이 주이지만 바이러스나 곰팡이(균류), 원생동물의 짬뽕으로 이들은 거의가 共生體이지 결코 기생충일 수는 없다.

이들이 건강에 매우 귀중하다는 것은 오래전에 알려졌지만 근래에는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물질 중에 호르몬이나 신경흥분전달물질을 닮은 것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런 물질들이 신경에 영향을 미쳐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유발하게도 하고, 사람의 기분이나 정서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바꿔 놓는다는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내장세균들이 腦의 유전인자를 변형시켜서 여러 가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 인간이나 동물의 건강과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일부러 먹고 먹이는 살아있는 미생물인‘생균제’는 건강을 보살필뿐더러 기분전환, 심리·정신병치료, 성장기의 면역생성도 한다는 것이다. 나이 세살이면 이미 성인과 마찬가지로 족히 500여종의 미생물(30~40종이 대부분을 차지함)이 내장에 서식하고, 그 중에서 비피더스균들이나 유산균들이 가장 잘 알려진 공생동무들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사람체세포와 맞먹는, 무려 100조개의 내장미생물이 천생연분으로 화기애애하게 우리 내장에 지천으로 살고 있고, 사람마다 구성 비율이 좀 다르다. 이것은 일란성쌍둥이가 그 짜임이 비슷하다는 것을 보면 분명 유전인자가 그것을 결정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신기한지고!
사람마다 손가락에 사는 세균도 달라서 컴퓨터 키보드에 묻은 것들이 차이가 난다! 참고로, 여러 학명들 뒤에 쓰여 있는 spp.는 종명을 모르는 것이 여럿이란 뜻이다. 사람에 따라 먹는 음식이나 약(특히 항생제는 내장세균을 씨도 없이 팍 죽임), 그 외의 여러 요인들이 내장세균생태계를 판이하게 다르게 하며, 이 차이가건강의 指標가 되고, 따라서 한 사람의 마음상태까지 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창자벽에 퍼져있는 신경세포와 뇌세포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에 장벽의 신경을‘제 2의 뇌’라 부르기도 하며 때문에 정신이 장 세균들의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일이다. 몸(장)이 건실해야 정신(뇌)이 밝고 맑으며 정신이 튼튼해야 내장이 튼실한 것이다.  剛健한 몸에서健筆도 나온다고 하지.

부언하면, 보통 쥐와 내장에 미생물이 없는 쥐를 비교했더니만 후자의 핏속에 훨씬 많은 스트레스호르몬이 흐르더란다. 뿐만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내장미생물들이 記憶과 學習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얼굴의 여드름 하나도 우울, 불안 따위에 영향을 받으니 곧‘장-뇌-피부 축’이란 것. 말해서 얼굴에 뾰두라지(뾰루지)가 생기면대장을 의심해야 한다. 어허, 얼굴은 대장의 거울? 이 때 요구르트나 유산균제제 같은 생균제를 먹어주라는 것이고,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살갗에 바르는‘생균연고제’가 개발 될 것이라 한다. 어떤 세상이 오는지 오래 살아볼 것이다.

내장세균이 이렇듯 건강에 유리하듯이 피부세균도 그러하니 께끄름하고 불결한 놈이라 등한히 여겨 비누로 싹싹 씻어버리거나 수건으로 빡빡 문지르지 말지어다. 미련하고 추접스런 필자는 비누세수 한 지 오래고, 수건으로 몸을 문질러 본 것도 옛일이 되었도다.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얼굴이나 살갗세균을 어찌 함부로 다룬단 말인가. 여기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이 아직 사람에서 100% 확실히 밝혀진 것은 적다. 하지만 딴 동물실험을 통해 뚜렷이 밝혀지고 있다한다! 고맙기 그지없는 내 몸 안팎의 미생물들, 세상에 독불장군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군!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