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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됐던 감성을 사유의 중심으로 복권하겠다”
“억압됐던 감성을 사유의 중심으로 복권하겠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9.17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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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김신중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장

 

 ‘세계적 소통 코드로서의 한국 감성 체계의 정립’을 어젠다로 인문한국(HK)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신중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장(국문학·고전시가)
“근대적 표상인 이성과 합리성만으로 인간을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촛불집회나 반미 감정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전일성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성뿐 아니라 감성을 놓쳐선 안 됩니다.”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원장 김신중, 국문학·사진)은 1963년 설립돼 5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호남문화연구소로 출발해 2005년 설립된 호남학연구단을 아우르면서 호남학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인문학은 물론 사회, 경제, 농·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통섭하며 호남에 대한 담론을 한 자리에 모으고, 또 이를 토대로 새로운 담론을 창출해 왔다.

특정영역에 머물지 않으려 했던 前史를 감안하면 ‘감성’을 인문학 담론의 장으로 끌어들인 시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한국인의 감성,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감성을 알아야 그들의 사유체계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를 매개로 소통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신중 호남학연구원장은 “‘슬픔’ 하나만 하더라도 표출방식이나 대응방식이 우리 사회와 다른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다를 수 있다. 이를 비교 연구해 봄으로써 상호 이해가 가능하고, 그렇게 될 때 소통과 연대도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인문한국(HK) 사업을 신청하며 어젠다로 잡은 ‘감성 연구’는 동서양의 지적 전통에 내재된 이성 중심주의에 밀려 배제되고 억압됐던 감성을 사유의 중심으로 복권하고자 하는 탈근대적 시도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세계화의 조류 앞에서 중심과 주변 혹은 상위와 하위라는 위계적 가치 범주에 대한 실천적 대안으로 한국 감성을 체계화해보고자 한다”며 “한국의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문제들을 이른바 ‘감성 인문학’ 차원에서 성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성 연구로 축적된 성과를 학계는 물론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 하나가 ‘감성DB’와 ‘개념어 사전’의 발간이다. 한국의 역사서나 문학작품 등 문화적 전통에서 생산된 어휘나 예술작품 등에 표현된 이미지의 개념과 용례 등을 파악하고 이를 다시 데이터베이스화해 웹상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각 지표별로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되면 이를 가공해 개념어 사전을 만들 계획이다.

호남학연구원의 출발 지점은 호남, 즉 지역 연구다. HK사업과는 별도로 지역학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향토사가에게 듣는 호남학 이야기’, ‘원로 명사에게 듣는 호남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무등산의 傳·展·典’을 기획한 데 이어 올해는 영산강 문화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영산강의 傳·展·典’을 준비하고 있다.

어젠다 연구와 지역연구의 병행은 HK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HK사업단이, 그리고 연구원이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연구의 창발성과 선도성, 연구원의 자율성과 독립성, 학문 재생산 구조의 제도화와 자생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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