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8 16:53 (금)
사진기자가 본 榮辱의 한국현대사 ‘메멘토 모리’
사진기자가 본 榮辱의 한국현대사 ‘메멘토 모리’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2.09.10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영 ‘대한민국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 사진展

▲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의 급서는 유신정권의 종말을 가져왔다. 故박정희 대통령 국장때 거리로 쏟아져나온 국민들. 그들의 가슴은 ‘서울의 봄’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 껏 충만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지 않았다.

 

▲ 1979년 긴급조치 해제 때 해금된 故김대중 대통령. 파이프를 문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의 정치역정은 한국의 현대 정치사와 궤를 같이할 정도로 험난하고 고단했다. IMF 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지만, 대북 송금 등 퍼주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좌파정권이라는 오명을 썼다.
건국이후 대한민국을 이끈 대통령은 이승만, 윤보선을 포함해 모두 9명이다. 이들 가운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의 전 현직 대통령과 1명의 대통령 후보인 정주영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4일 부터 서울 안국동 ‘아트링크’ 갤러리에서 개최중인 사진작가 최재영의 ‘대한민국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 사진전에서다.

사진전은 35년간 중앙일간지 사진기자로 현장을 누비면서 포착한 대통령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렌즈에 담아 그 때 그 시절을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말 그대로 ‘영과 욕’으로 점철된 아이러니컬한 공식을 지니고 있다. 길지 않은 5년제 단임은 대통령의 권좌에 올랐다가, ‘레임 덕’이니 뭐니 하면서 우스개 소리 같지만 짧은 재위 기간에 退統領이 되고, 다시 재임 중의 불미스런 일로 지탄의 대상인 罪統領이 되는 순환의 역사를 갖고 있다.

부하의 총에 시해당하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퇴임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 종말의 대통령도 있다. 작가는 이런 점에서 자신의 이번 사진전의 주제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로 잡고 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시작하는 날에 끝 날을 기억하면, 끝 날에 시작하는 날처럼의 초심으로 실수와 후회가 없지 않겠냐는 의미다. 權不五年 아닌가. 권력은 오만으로 이어지고, 오만은 부정과 부패, 그리고 권력에의 집착을 낳게 한다. 권력을 잡은 순간 그 자리에 먼저 앉았던 전직들의 뒷모습을 기억하면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게 곧 자신의 모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1993년 여름,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칼국수 점심을 들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 배 고프던 야당시절 즐겨먹던 음식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삼은 자기 칼국수에 들어간 고명이 기자들의 것과 조금 다르다고 농담조로 얘기하면서 서민적인 풍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 보세요. 누가 아름답게 퇴장을 했습니까. 대통령 후보로 유세할 때, 대통령 취임식을 할 때 모두가 상기된 표정들이지요. 하지만 물러날 때는 비장하고, 슬프고, 부끄러워했죠. 다시 대선이 코앞입니다.

누가 되든 제발 시작할 때, 끝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전 타이틀을 ‘대한민국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로 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작가의 말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들 속에는 그들에게 드리워졌던 ‘영욕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大衆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해볼 수 있게 하며, 대통령을 꿈꾸는 자들에겐 시작과 끝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흥미로운 찰나가 엿보인다.

전시회에서는 사진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의 육성도 함께 들려준다. 또 그들이 재임 당시 발행한 우표도 볼거리로 선보인다.

이제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을 다시 선택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권을 꿈꾸는 자들은 저마다 혁신과 번영, 화합과 포용을 화두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그 말과 의지를 퇴임하는 그 날까지 지켜갈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사진전은 우리 국민유권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사진가 최재영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1976년 <동아일보>에서 사진기자를 시작했다.

1978년 <중앙일보>로 옮긴 후 청와대, 국회, 판문점 등을 출입했다. 재직 중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주최하는 보도사진전에서 금상, 은상, 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2011년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사진담당 국장직을 역임한 후 퇴임, 현재는 ‘동강 국제사진제’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다수의 사진전을 기획 및 감독하는 등 현역 못지않은 왕성한 사진 활동을 하고 있다.

▲ 2009년 5월 29일, 서울광장에서는 비극적인 자살로 생을 마감한 故노무현 대통령의 노제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국민이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그 때 반짝했던 이른바 ‘盧風’은 아직까지도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데, 다가오는 대선에서 어떤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