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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평가의 그늘_ 볼라벤과 덴빈을 닮은
취업률 평가의 그늘_ 볼라벤과 덴빈을 닮은
  • 최기원 한양대 취업지원센터장
  • 승인 2012.09.10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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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최기원 한양대 취업지원센터장. 전국 대학교 취업(실)과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아이고, 일요일 아침에 죄송합니다. 좀 여쭤볼 일이 있어서요. 요즘 대학들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지방대 교수의 자살까지 쏟아져 나오니 저희도 참 당황스럽습니다.”

다행히 예측보다 빗나가기는 했지만 30년 만의 대형 태풍 ‘볼라벤’이 올라온 다는 소식에 노심초사하며 8월의 마지막 주말을 오대산에서 즐기고 있던 중 울려터진 전화 한 통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차창에 보이는 상큼한 초록의 상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취업률 업무 담당 관계자가 ‘2012년 대학 계열별 취업률’ 발표로 취업률 순위에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대학들의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준 것이다.

‘부실대학’ 결국엔 취업률 아닌가

“아니, 저부터 죽겠습니다. 경쟁대학의 취업률이 오른 데 비해 우리 대학은 오히려 떨어져서 학교에 낯을 들 수가 없습니다. 전국 대학교 취업관리자협의회 회장직도 맡고 있지, 취업 전문가라고 십수 년 한 자리를 주며 대우해 줬는데 결과가 이거냐고 하는 것 같아 아주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취업률보다 올바른 직업 선택’을 강조하던 제가 그럴 정도니 다른 대학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몇몇 대학은 대나무 자라듯 쑥쑥 높아진 대학들을 견줘 ‘고무줄 취업률’과 ‘동업자 정신’까지 들먹이며 협의회 차원의 대책 수립까지 요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취업률 조사와 발표에 따른 문제점과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해서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시면 안 됩니다! 보다 근본적인 취업지원정책을 펼치기 위한 취업률 발표가 이뤄져야 합니다.”

올 늦여름은 강한 폭풍을 몰고 왔던 볼라벤이 어선과 농경지, 과수원을 휩쓸고 가면서 농어민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그나마 한숨 돌리려던 차에 연이어 반갑지 않은 태풍 덴빈이 슬쩍 비껴가 큰 피해는 없었지만 호우를 동반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를 입은 농어민들이 속출했다.

이번 취업률 발표도 꼭 닮은꼴이다. 교과부에서 연이어 발표한 ‘재정지원 제한대학 및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지정 결과가 나오자 해당대학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역시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과부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평가지표 가운데 재학생 충원률(30%)과 취업률(20%)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지표들을 보면 해당 대학들이 왜 볼멘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된다.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전임교원 확보율(7.5%), 교육비 환원율(7.5%),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10%), 장학금 지급률(10%), 등록금 부담 완화(10%), 법인지표(5%) 순이다.

이렇다 보니 교육여건이 탄탄한 대학의 경우 다른 지표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취업률에서 ‘부실대학’ 여부가 판가름이 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취업률에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하는 예체능 계열이 많은 대학의 경우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예술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몇몇 대학의 관계자들과 토론 할 기회가 있었다. ‘대학 구조조정’이란 국가적 큰 틀 안에서 학생들의 취업률 증진을 위한 대책 수립에 고민 하고 있었다.

특성상 어려운 여건을 가졌기에 일반대학과의 비교 자체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분위기였지만 미국 줄리아드 음대 등 공연기획부터 재정에 이르기까지 현장실습을 통해 비즈니스과정을 익히게 하는 프로그램과 취업 관련 교과목의 개설 사례 등을 제시하자 많은 공감을 표했다.

평가지표, 합리적으로 바꾸자

한 언론에서는 ‘취업률 근거로 대학 구조조정, 한국이 유일’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건 기사를 실었지만 가장 전통적인 미국의 대학평가기관인 ‘말콤 볼드리지’의 평가항목에는 성과 및 시장주의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 취업률은 물론 평균 연봉마저도 줄리아드 음대 같은 예술대학에서 예외 없이 발표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는 교과부와 대학들이 취업률을 갖고 서로 반목하고 불신하는 관계를 청산하고 평가지표의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찾고, 청년실업 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협력해 나가야 할 때다.


최기원 한양대 취업지원센터장
전국대학교취업(실)과장협의회회장을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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