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9:20 (금)
[상반기 대학가 주요사건]
[상반기 대학가 주요사건]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2.07.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장선출로 부산했던 대학가...신입생 못 채운 대학 늘어
유난히 신임 총장 선임·선출로 대학가가 떠들썩했다.

가천의대, 건국대, 경북대, 경산대, 고려대, 공주대, 단국대, 삼척대, 서울대, 성결대, 아주대, 안양대, 이화여대, 인하대, 전북대, 전주교대, 한국외대 등 상당수의 대학이 신임총장을 선임·선출했다. 대학들이 신임총장 맞이에 부산했던 것이 한편이라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총장직선제가 안팎으로 위협을 받았다.

가령, 고려대 법인이 교수협의회가 직선으로 뽑은 이필상 교수(경영학과)를 선임하지 않고 김정배 총장을 연임함에 따라 불거진 고려대 내홍은 결국 총장직선제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고려대 교협은 김정배 총장이 총장직을 내놓도록 만들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직선으로 뽑힌 이필상 교수를 총장직에 앉히는 데 힘을 쏟지는 못했던 것. 또한 국·공립대에서는 직원과 학생들의 선거권 확대 요구로 인해 총장 선거가 순탄치 않게 진행됐다. 경북대와 전북대는 무사히 총장 선거를 치러 김달웅 교수(농학과)와 두재균 교수(의학과)를 각각 선출했지만, 그 과정에서 공직협의 반대로 후보자소견발표회 및 공개토론회가 무산되는 등 교협과 공직협 간의 마찰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민주화의 결실로 도입됐지만 법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총장직선제가 안팎으로 위협받고 있는 셈.

학부제 보집단위 광역화 궤도수정

학부제, 모집단위 광역화를 일관되게 추진하던 교육인적자원부가 그간 보여줬던 입장을 돌연 수정, ‘전공예약제’ 도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학부제와 모집단위광역화 시행여부에 따라 평가한 후 지원했던 교육부와는 유다른 모습이었다. 한시적일지라도 ‘전공예약제’ 도입을 허용한 것은, 지금의 학부제와 모집단위광역화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교육부가 일정정도 시인한 것이다.

교육부의 궤도수정은 학부제와 모집단위광역화의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확산된 데다가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한 비인기 분야의 위축이 위기감을 불러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작용이 큰 만큼, ‘학부제와 모집단위광역화’는 교육행정학회,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정책토론 등 올 상반기 크고 작은 모임의 주요 쟁점이 됐다. 국·공립대 총장들은 지난 6월 14일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 한 목소리로 현행 학부제개선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전공예약제’ 도입이 일시적인 해결책은 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시행했던 학부제의 성과들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장기적인 전망을 지닌 일관된 교육부의 정책이 아쉽다는 지적이었다.

신입생 못채운 대학 늘어

올해 대학 신입생 미충원율이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가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 대학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2002년 정시 입시에서 4년제 대학들이 총 38만3천5백33명의 모집정원 중 2만7천1백82명의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했다.

 

경북과 전남의 5∼6개 대학은 모집정원의 50% 안팎의 학생을 뽑지 못했고, 신입생 충원율이 70%이하인 대학도 30∼4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대와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원칙적으로 동결하고,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 자율 책정 기준을 연차적으로 상향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원 억제 정책이 신입생 미충원에 따른 소규모 지방대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셈이다.

그러나 정원 억제 정책이 지방대 위기의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듯, 교육부의 획기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는 기대로 남겨두고, 지방대들은 이미 신입생 유치를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전남대와 순천대는 2003년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형방법을 단순화시켰으며, 조선대는 중국 등 해외 유학생 유치에 관심을 쏟고 있고, 목포대는 장거리 통학버스를 확충하는 등 신입생 유치를 위한 대학들의 노력은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

목소리 높인 강사들

숨죽인 채 비정규직의 설움을 감내하던 대학 강사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2000년 한성대 대우교수였다가 강의배정을 받지 못한 김동애 강사가 지난 2월부터 “대학 강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라”며 매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5개월째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얻어낸 성과도 있다. 서울지방 노동청은 지난 4월 8일 김 강사가 법인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해고예고수당지급 청구 진정’에 대해 “계약기간이 언제 종료될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근로계약을 종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고해야 된다”며 법인 이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입건 수사했다.

비전임강사들도 재계약 여부를 사전에 통지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대학에 주지시킨 사례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으로 명칭을 바꾼 강사노조가 발언의 수위를 높인 것도 올 상반기의 특징이다.

영남대 강사노조와 강사노조는 대학본부와의 임금협상에서, 임금 인상을 비롯해 강사의 신분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강사임용규정’ 개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영남대 노조는 성적입력 거부들을 통해 확고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공계 기피현상 확산

올해 이공계열 응시자는 19만8천9백30명으로 41만6천4백84명인 인문계 응시자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그간 소수의 과민한 우려로만 치부하던 이공계 위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초유의 관심사가 된 것도 이 즈음. 이에 서울대 이공계 단과대 학장들은 지난 2월 이공계 유인책으로 병역특례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했으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지난 4월부터 과학기술인을 위한 과감한 복지증진대책을 요구하는 1백만 과학기술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산업자원부는 이공계재학생의 장학금 및 해외 연수 지원, 병역특례제도 개선, 수업연한 축소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산업기술인력양성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대책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지나치게 처우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학문적 균형, 형평성, 경쟁력 등 사회전반적인 조건을 고려한 대책이라기보다는 과학기술인의 실리중심주의적 경향 혹은 집단 이기주의 등이 반영된 요구안이라는 비판이었다.

또다시 불거진 총장들의 비리의혹

대학수장의 조건으로 투명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리더십이 꼽힌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끔, 지난 상반기 내내 대학 총장들의 도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기준 서울대 총장의 사외이사 겸직 및 판공비 과다 지출과 김윤배 청주대 총장의 석사학위논문표절, 손종국 경기대 총장의 과다한 해외출장비, 한영훈 한영신학대 총장의 학위날조 의혹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올 상반기에도 교수들의 논문 표절은 여전히 도마 위에 올랐다. 다른 점이 있다면 표절한 것이 밝혀진 최 아무개 대구대 교수가 재임용심사에서 최종 탈락하는 등 표절에 대한 문책이 예년에 비해 강도 높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제자의 학위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할 때 지도교수와 제자의 이름을 공동연구자로 올리던 학계의 관행도 문제시됐다는 점이다. 공동연구일 경우, 무임승차 내지는 표절로 볼 것인가 아니면 공동저자로 인정해야 되는가가 문제였다.

전공분야에 따른 다양한 연구환경과 실질적인 기여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지만, 앞으로 공동저자로 이름을 쉽게 올릴 수 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