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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에서 모색하는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
‘선량한 시민’에서 모색하는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
  •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 승인 2012.09.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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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칼럼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마이클 샌덜 미국 하버드大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과 강연이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면서 국민 모두가 정의와 공정성, 형평성에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월가 시위에 맞춰 금융자본의 탐욕에 항의하는 여의도 점거(occupy) 시위가 벌어졌다. 지나치게 이윤을 추구하는 무절제한 기업의 비윤리적 경영, 환경 파괴, 정경유착, 인권 침해 의혹은 국민들로 하여금 강한 반 기업정서를 형성하게 한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인 기업의 반사회성에 대한 지속적인 강한 불만은 기업 존속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써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다. 기업들은 자신이 떠안을 위험에 대한 사전 예측과 제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회사의 모델을 근본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고, 이런 과정에서 등장한 CSR이라는 기업경영의 새로운 모델은 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라 우리 기업에 대한 국제적 규범의 준수 요구 압박이 거세다. 이제는 국제적으로 승인된 CSR 룰을 따르지 않으면 무역 거래나 해외사업을 펼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CSR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실천은 대기업의 긴급한 필수적 과제이자 미래전략으로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CSR의 이행 정도나 CSR 지수는 기관 투자자를 비롯한 투자자에게 투자에 있어서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는데, 노르웨이의 경우 연기금을 모두 ‘SRI(사회책임투자지수) 펀드’에 넣고 있다.

아오키 마사히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업은 사회와 다양하게 교류하면서 함께 진화하는 존재’라 했다. 기업이란 원래 사적으로 자금을 출자해 상업성을 지향하는 이윤 지향적 조직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 추구에 따른 폐해로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붕괴의 위험에 직면해 있고, 사회적으로는 큰 갈등과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경제적 상황이나 환경, 그에 따른 이념 변화나 사회의 긴요한 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착한 자본주의, 따뜻한 자본가, 선량한 기업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은 약자의 배려나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경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책 마련까지 요청받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G20 정상회의 전후로 인류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여기에는 사회에 대한 행복과 기업의 행복이 일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업은 사회적 자산이므로, 가능한 한 영속하는 것이 종업원, 주주, 채권자의 행복과 직결된다. 대기업 도산에 따른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엄청난 손실과 종업원의 피 눈물 나는 고통은 IMF를 겪으면서 많이 봐 왔다. CSR은 바로 이러한 기업의 운명과 직결된다.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은 수백 톤의 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영역은 인권·환경·노동·사회·투명성·지배구조 등이다. 초기에는 환경 영역에서 시작해 투명성이나 지배구조로 이어지고, 오늘날에는 인권과 노동 영역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 기업도 이제 CSR에 관련된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 유엔, 선진국, 개발도상국, 산업계, NPO, NGO가 함께 참여해 만든 국제적인 룰을 ‘우리는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 혹은 단발적인 기부행위나 자원봉사 활동으로는 안 된다. 회사가 휘청거릴 만큼 거액의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전 위기관리시스템이 보장돼야 한다. 핵심은 시스템을 얼마나 적절하게 갖출 것인지, CSR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해관계인 사이의 정당한 이익 조정은 오늘날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전체 삶의 질의 향상이자 공정사회 실현의 길이다. 그것이 사회 갈등을 극복·조정·봉합하는 길이기도 하다. ‘착하게 돈 벌기’가 더 이상 기업의 구두선이될 수 없다.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들도 ‘선량한 시민’이 돼야 한다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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