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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지방대를 살리려면
[대학정론] 지방대를 살리려면
  • 논설위원
  • 승인 2002.07.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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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30 13:55:32
지방대를 살리자는 얘기는 너무 자주 들어서 이제는 빛 바랜 상투적인 구호로 전락한 듯하다. ‘그래, 지방대도 살려야지. 그렇지만 수요자인 학생들이 서울로 몰리는 걸 어떻게 하란 말이야. 지방대들이 특성화를 통해 지역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지.’ 지방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반응도 대강 이런 상식적인 수준에서 맴도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영호남의 지역사회연구소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운동은 좀더 근본적인 진단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이제 한계에 도달해 앞으로도 수도권 과밀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가 전체의 구조적 모순이 치유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되리라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를 들지 않더라도 남한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천5백만명이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기형적 구조는 균형적인 경제발전은 고사하고 통일에도 엄청난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이러한 대도시 과밀 현상은 지역단위에서도 반복 재생산되고 있어 앞으로 몇 십년 후에는 수도권과 몇 개 대도시만 남고 나머지 지역은 텅 빈 공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환경 오염과 인구 과밀로 인한 각종 문제로 인간이 살 수 없는 ‘도시의 정글’로 변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심각한 현상의 일부가 바로 지방대의 생존 문제이다. 지방대를 살려야 한다는 명제는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에만 관련된 것은 아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역이 공동화하고 지방대가 무너지면 결국은 수도권의 대학들도 현재와 같은 호황을 누릴 수는 없고 심각한 생존문제에 직면하리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대학도 하나의 생명체인 이상 어느 정도 이상으로 몸집을 무한정 부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룡이나 맘모스 같은 거대 동물이 왜 멸종됐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방자치, 지방분권보다 중요한 것은 자원의 지방분산이다. 지방에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지방대에 지역의 인재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말이다. 현재처럼 수도권에 일자리가 몰려 있는 이상 지역의 인재들이 서울로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행정기관과 연구기관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종전의 정책수준보다 훨씬 차원이 높은 국가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대통령의 선거공약 첫머리에 지역문제가 올라야 한다.

우선 지방대 교수들과 지자체의 장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있었으나 보다 조직적이고 폭넓은 운동이 필요하다. 또한 수도권의 교수들과 학자, 언론기관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호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정책 방향을 돌리도록 시민운동 차원의 압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지방대에서 자조적으로 회자되는 ‘주사파 교수’(주 4일만 지방에서 보내는 교수)라는 말이 사라질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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