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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호 새로나온 책
655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2.09.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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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 존 도커 지음, 신예경 옮김, 알마, 356쪽, 17,500원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인문학 연구센터의 연구전담 교수인 저자는 ‘새로운 제노사이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개인 간의 사적인 폭력이 아니라 집단 간의 폭력을 중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체적 폭력을 비롯해 언어와 문화, 생각, 관념, 개념, 서사, 이미지 등에 내재한 폭력을 포함한 집단 간의 폭력을 환기하고 설명한 것이다. 저자는 또한 왜 집단 폭력이 존재하며 지금과 같은 형태를 띠는지 혹은 이토록 두드러지고 만연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근대성에만 찾으려는 경향을 비판한다. 가능한 한 멀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영장류동물학, 진화론, 세계 역사까지 두루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고대와 고전 시대의 서아시아와 지중해 지역에서 창조된 텍스트를 길고 자세하게 분석했다.

■ 내적 오리엔탈리즘 그 비판적 검토, 전성곤 지음, 소명출판, 388쪽, 28,000원

기타 사다키치를 비롯한 네 명의 근대 일본지식인들의 사상적 구도와 그 내적영역의 핵심적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그들의 역사적 배경과 세계관을 들여다보면서 일본내부의 근대 사상구도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탐구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내적 오리엔탈리즘이란 개념을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잠재적 오리엔탈리즘’과 ‘명백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사상적 레토릭에서 빌려온다. 이 네 명의 일본 지식인들은 각각 역사학, 인류학, 고고학, 민속학이라는 서구학문을 수용하는 데 있어 ‘학제적’ 소통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천황’ 중심주의라는 일본 내부공동체 이데올로기를 내부와 외부로 확대시켜내는 ‘내적 오리엔탈리즘’에 빠졌다. 저자는 바로 이 부분에 착안, 논지를 전개했다.

■ 다시 만들어진 신, 스튜어트 카우프만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496쪽, 25,000원

『다시 만들어진 신』은 과학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세계관을 통해서 자연적 신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복잡성 이론가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목표는 활기 없고 차가운 우주에 어떻게든 ‘신’을 끼워 넣으려 하는 대신에 우리가 신성하다고 여기는 것들(창조성, 의미, 목적이 있는 행동 등)의 신성이 사실은 우주의 내재적 속성이며, 과학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속성이라고 주장한다(그는 이것을 ‘자연적 신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제안한다). 그 과정에서 카우프만은 세포 생물학에서 경제학, 철학 분야에 걸치는 새로운 발상을 제안할 뿐만 아니라,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견을 제안한다. 과학에서 창발성의 진정한 역할을 이해하려면 세포 작동 과정에서부터 경제 성장 방식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세계 학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깊이로 진행되는지 엿볼 수 있다.

■ 부정변증법 강의, T.W.아도르노 지음, 이순예 옮김, 세창출판사, 460쪽, 39,000원

테오도르 W.아도르노의 철학은 독일 관념론 전통을 현대 자본주의 세계체제와 맞대결시키는 긴장으로 점철돼 있다. 이 철학적 긴장의 결과로서 독자적인 방법론으로 제출된 게 이 책이다. ‘부정(negative)’은 관념론의 찬란한 전통에 우쭐했던 의식철학의 자기반성이다. 이는 자신에게 남은 가능성이 무엇이고 한계는 어디에 있는지 재검토하기 위해 일단 동일성 사유의 관성을 중단하라고 요청한다. 가능성은 오직 변증법적 사유뿐이다. 이 책은 아도르노가 프랑크푸르트대에서 1965~66년 겨울학기에 열었던 강의에 토대를 뒀다. 그는 『부정변증법』을 저술하는 동시에 강의를 진행했다. 그러므로 이 강의록을 통해 아도르노의 해설로 『부정변증법』과 저술 과정이 어떠했는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사회분업론, 에밀 뒤르케임 지음, 민문홍 옮김, 아카넷, 722쪽, 40,000원

프랑스 사회학을 연 막스 베버와 함께 고전사회학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는 에밀 뒤르케임의 대표 저서 『사회분업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 출간됐다. 19세기 말 문명의 전환기에서, 현대 산업사회의 등장에 걸맞은 새 도덕성과 가치관을 찾아야 한다는 ‘도덕사회학’ 목표를 가지고 집필된 책이다. 사회분업의 발달은 사회 성원 간 상호의존 관계를 심화시킴으로써, 전통사회의 집단지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기계적 연대’와는 구분되는 ‘유기적 연대’ 즉 개인의 존엄성과 그 권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사회 성원 간의 호혜적 평등한 관계를 낳는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개인주의가, 전통적 종교를 대체하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보편적 시민종교의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도덕사회학이라 불리는 뒤르케임의 문제의식은 21세기 후기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찾아야 한다는 한국 지식인 공동체의 문제제기와 이론적 문제의식을 같이한다.

■ 스웨덴 공중보건 250년사, 얀 순딘·샘 빌네르 지음, 신영전·박세홍 옮김, 한울, 312쪽, 25,000원

스웨덴 남동부에 있는 린셰핑대의 보건의료학과 내 건강과 사회학부의 명예 교수인 얀 순딤과 그의 동료 빌네르 교수가 함께 쓴 책이다. 이 책은 20세기 동안 스웨덴이 스칸디나비아 복지국라라는 명칭을 어떻게 얻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18세기 이래 스웨덴 사회의 뿌리와 그 발전 과정을 탐구한다. 저자들은 이를 탐구함으로써 한 사회가 복지, 건강, 약자 돌봄을 위한 수단을 어떻게 조직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서 급격한 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야기하는 긍적적, 혹은 부정적인 영향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 과정과 문제, 개선책의 보편적인 패턴을 보려는 연구자들, 정치가들, 복지 담당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 주자어류선집, 미우라 구니오 역주, 이승연 옮김, 예문서원, 504쪽, 30,000원

『주자어류』는 주희가 많은 문인들과 나눈 대화 혹은 편지를 집대성한 것이다. 『주자어류선집』에서 저자 미우라 구니오는 『주자어류』 속 주희의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 주자학 속의 주희와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의 주희를 강조하면서 여러 면에서 주희의 모습을 보여 주려 한다. 원전을 재구성한 흐름에서 설명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일반 개설서보다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주희의 매력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한 구절에서부터 구절의 구성, 단어의 의미 등 특유의 꼼꼼함으로 원전을 해석해 읽는 이로 하여금 주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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