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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교장’이 될 겁니다”
“학생들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교장’이 될 겁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2.08.30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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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맞은 오성삼 건국대 교수, 인천 송도고교 교장으로 초빙

정년퇴임하고 인천 송도고등학교 교장으로 가는 오성삼 건국대 교수
“입시학원이 아닌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학교, 성적 때문에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올해 8월, 정년퇴임을 맞은 오성삼 건국대 교수(65세, 교육공학ㆍ사진)가 고등학교 교장을 맡아 ‘교육현장 혁신’에 나선다. 오 교수는 10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 송도고등학교의 학교장 공모에서 21대 1의 경쟁을 뚫고 교장으로 선임됐다.

“만약 교장을 공개모집하는 이유가 대학 진학률을 높이고, 특히 일류대 진학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지금의 저는 부적격자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외면 할 수 없는 인문계고등학교의 대학진학의 문제는 교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을 격려하고 교수-학습지원 체제를  강화해 해결해 나가겠지만, 교육학 교수 출신 교장의 꿈은 송도고 입학자 중 성적 하위 25% 학생들의 담임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오 교수는 30년 넘는 교직생활 가운데 25년을 건국대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강의해 왔다. 교육대학원장을 세 차례나 맡았고, 건국대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장도 지냈다. 오 교수는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이 아닌 뒤처진 학생들도 포용할 수 있는 ‘다양성 교육’에 주안점을 둬왔다. 그의 교육철학이 고교 현장에서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을까.

오 교수는 “학생들 모두 월등한 성적과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학교교육보다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인정받는 ‘다품종 소량 생산’식의 교육 시스템이 정착돼야 행복한 교육이 확립되고, 이것이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대학입시 준비에 지쳐가는 학생들에게 여유를 찾아 주고 싶어요. 대학입시 준비에 다소 여유가 있는 고1학년생들은 하루일과 중 오후 3시부터 30분간 전 학년이 담임선생님과 교실에서 ‘티타임’을 갖도록 추진하고 싶습니다. 나른한 오후, 잠시 책을 덮고 학생과 교사가, 그리고 학생과 학생들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차 한 잔의 여유를 통해 고등학교 저학년 시절 자기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 주고, 요즘 우리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문제도, 인성교육의 문제도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오 교수는 1학기와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을 수요일에 끝나도록 일정을 조정해 학기 중간에 ‘목금토일’ 연 4일을 쉴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우리네 인문계 고교의 연간 학사운영이 너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쉼을 통한 재충전과 자기성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오 교수는 우리 교육현장도 공부시간의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교육의 질을 통한 효용성과 교육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교육정책도, 학교 현장에도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창의’와 ‘인성’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가두어 놓고 창의적인 생각과 인성에 대한 생각의 틈조차 주지 않고 뺑뺑이 돌리듯 하면서 어찌 창의 교육이 이루어 질 것인지 이해가 잘 안갑니다. 창의적인 생각은 여유와 조금은 게으름의 바탕 위에 살아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사중심의 학교운영’도 주요 혁신과제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교사중심의 학교운영’을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교사들이 배제되는 상황 하에서는 그 어떤 변화도 실패 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지니고 있습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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