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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세계와 개인적인 삶의 비밀이 만났을 때
끔찍한 세계와 개인적인 삶의 비밀이 만났을 때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2.08.27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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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신간_ Diaries by George Orwell

<교수신문>은 2학기 개강호부터 ‘해외신간’ 코너를 신설합니다. 다양한 학술서와 지금 논쟁의 중심에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해외신간’은 독자와의 교감을 위해, 지면 편집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지금 논쟁중인 해외신간을 추천해주시거나, 2백자 원고지 8매 분량으로 직접 소개하는 기고글도 환영합니다. editor@kyosu.net

 

『1984년』, 『동물농장』의 작가인 조지 오웰(1903~1950)은 일상을 포함해 정치·전쟁·계급·빈곤·언어 등 인간과 관계된 모든 주제의 명철한 관찰자였다.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 언론기고문 등은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런 관찰의 귀착점은 그의 사상과 작품이지만, 일차적인 관문이 있다. 바로 일기이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가 남긴 자료를 볼 때, 그가 일기를 집중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1931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28세 때부터이다. 그 때부터 일기를 써 죽기 4개월 전인 1949년 9월까지의, 11권의 일기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조지 오웰이 남긴 일기를 엿볼 수 있는 『Diaries』가 최근 미국에서 처음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오웰의 일기가 물론 처음 책으로 나온 것은 아니고, 또 처음으로 알려진 것도 아니다. 오웰의 일기는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첫 발간됐다(박스글 참조). 그리고 그에 앞서 2008년, 오웰을 기리는 웹 사이트 ‘오웰 프라이즈(Orwell Prize)’에서 오웰의 일기를 기간별로 게재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한 권의 단행본이라는 것과, 일기 중 필요한 문맥에 대한 정보와 보충설명이 담긴 각주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일기는 켄트 지방에서 홉 따기(Hop-Picking) 등 순회 노동의 체험담을 담고 있다. 파리와 런던에서의 밑바닥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그의 처녀작 르포르타주 『파리와 런던의 바닥 생활(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이 출간(1933)되기 2년 전으로, 이 작품의 소스가 됐다.

두 번째 일기는 잉글랜드 북부에서의 노동자 시절의 것으로, 이는 1937년 『위건 부두로 가는 길(The Road to Wigan Pier)』이란 소설 작품의 소재가 됐다. 세 번째 일기는 그의 모로코에서의 생활을 담은 기록이다. 그리고 6권 까지는 2차세계대전 발발과 그 전쟁에 대한 느낌을 담은 일기이다. 그밖의 다른 일기에는 그의 아내 에일린이 사망한 후 1946년 심신 치료차 머문 스코틀랜드 주라(Jura) 섬에서 보낸 나날이 기록돼 있다. 주라 섬에서 오웰은 낚시 등 취미생활을 즐겼으며, 바로 이곳에서 그의 대표작인 『1984년』을 집필했다. 오웰의 일기 11권 중 이 책에 수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오웰은 반파시스트 사회주의자로서 1936년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다. 그 이듬해 바르셀로나 전투에서 목에 총상을 입는다.

이 과정에서 오웰의 정치적 신념에 변화가 온다. 스페인 혁명을 가로막는 세력이 좌익임과 함께 소련 스탈린주의의 본질을 간파했고, 이에 스페인을 탈출한다. 이때의 환멸의 기록이 『카탈로니아 찬가(Homage to Catalonia)』(1939)이다. 이 과정을 오웰은 2권 이상의 일기로 남겼다. 그러나 그 일기는 그의 생존 시 소련 비밀경찰로부터 탈취당해 현재 모스크바 비밀문건 기록소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웰은 『일기들』에서 그의 작품들에 녹아있는 정치 및 사회적 현안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정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모로코와 런던 외곽의 월링턴, 그리고 스코틀랜드 주라 섬에서의 전원생활에 대한 기록도 많다. 그 시절 기록들의 일부인 1938년 11월 4, 5, 6일의 일기엔 달걀 얘기 만 나온다. “11.4. 38: One egg. 11.5. 38: One egg. 11.6. 38: Two eggs.” 이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전보 문구처럼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인데서 오웰의 또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피터 데이비슨(Peter Davison)이 편집과 일러스트레이트를 맡았다. 이 책은 출간된 그 주에 <뉴욕타임즈>의 ‘타임즈의 책(Books of Times)’에 선정됐다. Liveright Publishing Corporation 출간, 하드커버 597 페이지, 39.95달러

 


 

2010년 6월 영국에서 펭귄북 모던클래식으로 출간된 『George Orwell Diaries』역시 1931~1949년 사이의 작가 자신의 사적이면서도 공식적인 사건들을 적고 있다. 특히 2차대전 발발 전 잉글랜드를 여행했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작가가 직접 솎아낸 일기가 발표됐을 때, 전문가들은 “이 끔찍한 세계에 맞서 대단히 비밀스러운 개인의 삶을 병치하는 오웰의 일기 選은 우리를 매우 몰입하게 만든다”라고 소개했다. 영국 <가디언>지 북코너의 니콜라스 레저드도 1931~1949년 사이의 일상적 삶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헌신적이고 근면한 소작농이었던 오웰의 촌스러운 삶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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