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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王
日王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2.08.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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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

살아있는 神’은 있을까. 신앙적 관점에서는 있을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참 애매한 질문이다. 그러나 실
제로도 있는 모양이다. 일본이 천황이라고 떠받드는 그들의 ‘왕’이 바로 ‘살아있는 神’이다. 내용은 좀 다
르지만 북한을 3대 째 통치하는 김 씨들도 북한주민들에겐 ‘살아있는 神’이다. 달과 화성을 오가는 첨단 과
학기술 시대에 ‘살아있는 神’이 있다는 것은 시대적인 역설이고 우화이다. 일본이 북한의 세습체계를 욕하지만, 과연 나무랄 자격이 있을까 싶다. 일본 왕(이하 일왕)이 ‘살아있는 神’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 계
기는 한국과의 독도 영유권 분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엘 갔다 온 후 일왕의 방한문제와 관련,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한, 딱 부러지는 사과를 그에게 요구하면서 일본 열도를 들쑤시게 했다.

일본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다시 일본 왕의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는 형국인데 그 양태가 그들 왕에 대한 신성화 및 우상화이다. 일왕은 주지하다시피 일본인들에게는 신성불가침의 존재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전의 군국주의 시대까지만 해도 일왕은 ‘살아있는 神’인 ‘現人神’으로 여겨졌다. 그때까지 일왕에 대한 숭배는 일본제국주의 최고의 이데올로기였다.

일왕을 중심으로 한 맹목적이고도 무분별한 충성심은 전체주의적인 이념의 토대가 됐고, 이게 곧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된 사실은 역사가 대변한다. 일본은 섬나라 특유의 근성을 가진 나라이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는 ‘고립’이라는 지정학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근성을 갈고 다진다.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결속하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절대적인 충성을 근본으로 한 ‘大和魂’, 즉 ‘야마토 다마시’라는 이념이다. 이 이념에 고립을 탈피하고자 하는 ‘침략’ 근성이 더해진다. 이 결과로 나타난 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한반도 침탈, 그리고 태평양 전쟁 등이다. ‘야마토 다마시’라는 이념은 무섭다. 2차 대전 때 미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가미가제 특공대도 ‘야마토 다마시’로 세뇌되고 무장된 특공대다. 까까머리 어린 학생들이 급조된 훈련을 받은 후 정종 한 잔을 받아 마신 후 ‘덴노 헤이카 반자이!(천황 폐하 만세!)’를 외친다. 그리고 돌아올 기름이 없는 전투기를 타고 날아가 미 군함에 비행기와 함께 몸을 날린다. 사무라이 이래 일본 군국주의 군인들이 즐겨(?)했던 자살방법인 ‘하라끼리(할복)’도 이 이념의 산물이다. 일본 소설가로 극우 보수파였던 미시마 유끼오의 소설에 ‘할복’이란 작품이 있다. 일왕에 대한 극단적인 충성심의 표현으로 ‘하라끼리’를 택한 일본군 장교의 그 것을 묘사한 작품인데 차마 옮겨놓기 뭐할 정도로 소름이 끼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쓴 미시마 유끼오도 결국은 공개적인 ‘하라끼리’로 생을 마감하는데, 이 소설은 자신의 죽음을 암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은 이런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일왕의 신격화 움직임, 그리고 그에 더해 일왕을 그들의 ‘국가원수’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은 분명한 의도를 담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의 독도 영유권 뿐 아니라 러시아 및 중국과도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분쟁을 벌이려면 내부 결속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일왕을 다시 부추겨 세우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왕을 다시 내세워 결속을 다진다 해도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현재 국내외적으로 어렵다. 정치도 그렇고 경제상황도 어렵다. 아시아 근린국과 벌이는 영토분쟁 등에서 보듯 외교도 글로벌적인 관점에서 고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 발언에서 그 수위를 점쳐볼 수 있다. 이런 나락의 측면에서 그 돌파구로 일왕을 다시 내세운다면 일왕은 과거 2차 대전 패전국 처리과정에서 보듯 정치 외교 흥정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살아있는 神’이 아니라, 일본의 국내외 상황에 따라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만들어지는 神’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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