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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西사유방식 차이에서 새로운 지식 분류체계 모색한다
東西사유방식 차이에서 새로운 지식 분류체계 모색한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8.2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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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 출범

플레밍과 2극 진공관, 마르코니와 무선 전신, 증기기관의 개량. 성공적인 융합의 세 가지 실례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성공 사례가 있다. 위 사례가 융합에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첫째로, 사전에 목표가 명확했고, 둘째로 그 목표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순수기초과학의 메카, 고등과학원 초학제 연구단은 어떤 목표로 융합연구를 진행할까.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은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가 3년 단위의‘독립연구단’을 맡았고, 홍성욱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가 1년 단위의‘올해의 주제’연구를 담당한다.‘올해의 주제’연구단은 현재 오는 9월 첫 심포지엄을 준비 중이다.

과학자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초학제 연구단도 타 융복합 연구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김상환 교수는“기존의 융복합 사례를 보라. 공통관심사라도 예술인, 과학자, 인문학자가 말 섞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말만 통섭이고 융합이지 끝없는 평행선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초학제 연구단이 그런 어려움을 피하고 내실 있는 연구를 위해 상당한 기획력이 필요하고, 참여 연구자의 수준도 높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비빔밥의 맛을 결정짓는 고추장의 역할을 자처한다. 3회를 지난 심포지엄에서 김 교수는 과학자와 인문학자 사유의 인식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초학제 위해서는 분과학문 태동기 고찰해야

2012년 5월에 출범한 고등과학원 초학제 독립연구단의 대주제는‘분류, 상상, 창조-사유 패러다임의 교차분석과 새로운 학문방법 및 지식 개념의 모색’이다. 주로 동서 사유 패러다임의 교차연구, 근대적 지식 개념과 과학적 방법론 재검토를 통해 학문의 방법론과 지식 개념의 새로운 분류를 모색하는 작업에 천착한다.

현재 초학제 독립연구단의 프로그램은 총 5개다. 첫째, 고등과학원‘초학제 심포지엄’이다. 독립연구단이 주축이 돼 연 4~5회의 심포지엄을 3년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3회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제1회 심포지엄은‘학문 융합과 새로운 방법의 모색’을 주제로 홍성욱 교수가‘융합’이라는 말의 몇 가지 용례를 정리했다. 홍 교수는 기존 학문예술사에서 있었던 성공적인 융합 사례 분석을 통해 이질적 요소들의 결합을 통한 창의적 융합의 창발성을‘벡터모형’을 통해 설명했다. 논평과 토론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김철구 연세대 교수(물리학)는 자연과학과 타 학문과의 융합을 위해서는‘정량화된 공통 언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석만 경희대 연구원(종교학)는“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등 기존 학문의 분류체계를 위협하는 초학제연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근대 과학 성립기에 대한‘비판적 체화’의 과정이 필요하며, 한국에서 서양과학적 분류 체계를 수용하는 역사적 맥락에 대한 성찰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고 분과학문의 태동시기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요구했다.

지난 6월에 열린 2차 심포지엄은‘사유 패러다임의 문화적 차이와 학문의 방법’을 주제로 열렸다. 「사유 방식의 동서 차이는 유효한가?」발제에서, 박혜경 성신여대 교수(심리학)는 문화간 사고체계의 차이를 입증하는 다양한 실험심리학적 사례들을『생각의 지도』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동서 사유방식 충돌·교차로 새로운 학문론 모색

이어진 논평과 자유토론에서는 정연교 경희대 연구원(철학), 김시천 경희대 연구원, 김항 연세대 교수(문화사상사)가“세계화가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사유방식의 동서 차이를 실체적으로 전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비판적 논점을 견지했다. 반면,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예술철학), 심경호 고려대 교수(한문학),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물리학)는“세계화에 의한 새로운 문화적 보편화에의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되어 온 동아시아적 사유방식과 서유럽적 사유방식 사이에는 주목할 만한 차이가 발견되며, 그런 차이를 비교하는 맥락에서 근대 서양 과학적 분류체계와 방법론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논점을 유지했다.

앞선 두 심포지엄이 융합의 정의와 학문의 방법론에 관한 개론서의 역할을 했다면,‘ 사물의 분류와 지식의 탄생 1: 역사적 관점에서’를 주제로 열린 3차 심포지엄은 각론으로 접어드는 자리였다. 특히 3차부터는 향후 3년 간 독립연구단의 주제 연구를 위해 채택한 '동서 교차, 충돌을 통한 융합'의 방법에 따라 세부 주제별로 동아시아학 전문연구자와 서유럽학 전문연구자를 동시에 발제자와 논평자로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초학제 심포지엄의 규모를 축소한‘독립연구단 세미나’이다. 세 번째 프로그램인‘인디트랜스 세미나’는 여러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분야별 주요 쟁점들을 매월 공통 주제어에 따라 발제하고 자유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시천 연구원, 박영선 고등과학원 연구원(예술과 기억담론), 최강신 이화여대 전임강사(스크랜튼학부), 오준호 동의대 교수(매체예술)등이 구성원이다.

넷째로‘패러다임 세미나’가 있다. 창조적 해석가능성이 무한한 동아시아 문화권의 1차 문헌을 독해하고 대화함으로써, 동서간 학문융합의 가능석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그룹 세미나다. 이동철 용인대 교수(동양철학), 이찬웅 이화여대 HK교수(들뢰즈와 영화철학), 김상록 서울대 연구원(현상학) 등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위 세 가지 세미나는 모두 월간 행사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고등과학원 초학제 렉처’가 있다. 독립연구단의 연차별 주제에 적합한 국내외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을 초청, 강연을 듣는다. 초학제 심포지엄과 독립연구단 세미나의 고정 멤버 인문사회학자들이 발제를 맡은 과학자와 질문 토론하는 방식이다. 이기명,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물리학과)의「현대물리학과 분류의 문제」강의가 그 시작이다. 초학제단이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주목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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