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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있는 대학에 할 일 많은 신임총장들
사연있는 대학에 할 일 많은 신임총장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8.27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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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한 과제 ‘산 너머 산’ … “소통과 화합, 잘 알고 있다”

유독 전환기의 기로에 서 있는 신임총장들이 있다. 전임 총장들의 시험대는 리더십이었다. 소통을 모르는 독단적인 총장, 이사회와 알력다툼 등 대학을 정치로 물들이는 총장, 교권 수호에 미온한 총장… 지난 학기, 한차례 휩쓸고 간 태풍을 막아내지 못한 총장들이 줄줄이 짐을 쌌다. 그 자리를 대신할 새 인물들이 출정 준비를 마쳤다. ‘사연 있는 대학에 할 일 많은 신임총장들’, 그들은 어떤 비책을 들고 나올까.

왼쪽부터 송희영 건국대 총장,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권오창 동아대 총장, 신승호 강원대 총장

건국대 ‘소통 임무’ 부여받은 ‘건국통’

2012년, 건국대의 봄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김진규 전 총장이 자초한 사상 초유의 ‘총장 불신임’ 사태를 한 학기 내내 겪었기 때문이다. 건국대는 지난 2010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를 영입해 생명과학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학제개편을 시도했다. 김 전 총장은 그러나 단과대학별 부총장제 도입, 연구업적평가·대학원 폐강 기준 강화 등 개혁과정에서 사사건건 교수들과 엇박자를 냈다. 평교수들과 호흡이 문제였다.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생략한 채 내린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교수들을 등 돌리게 했다. 여기에 내부비리와 부도덕한 사생활 등 자질론으로 불이 번져나가자 김 전 총장은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5월 자진사퇴했다.

김 전 총장의 자리엔 모교 출신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송희영 건국대 총장(64세, 국제무역학)은 대학행정 전문가로, 이른바 ‘건국통’으로 불린다. 건국대 출신의 송 총장은 모교 교수생활 30년 동안 기획처장만 3회를 했고, 부총장까지 지냈다. 지난해 ‘총장 불신임’ 사태를 지켜보면서 누구보다 속을 많이 끓였다.

다음달 1일부터 공식 일정에 들어갈 송 총장은 ‘소통과 화합’을 맨 앞에 내걸었다. 송 총장은 “지난 학기의 아픔과 진통은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화합으로 빠른 시일 내에 일소할 것이다. 환경부터 바꾸겠다는 말이다”라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진 않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무역전공자답게 대학재정 확충 방안이 최대 고민이다. 생명과학 분야 등 건국대의 기존 특성화 사업을 기반으로 공과대학, 로스쿨, 경영·경제, 영화·영상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송 총장은 “정부가 BK21·WCU사업에 이어 내년부터 7년간 4조4천억원을 지원키로 한 ‘글로벌 엑셀’을 준비하는 게 새학기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숙명여대 전임 총장-이사회 갈등, 봉합할까

건국대가 외부인사 총장과 평교수들 간의 다툼이었다면 숙명여대는 법인과 총장의 힘겨루기로 지난 학기를 보냈다. 올초 법인의 편법회계가 언론에 의해 불거지자 교과부는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 숙명여대 법인은 대학기부금을 법인계좌로 옮겼다가 다시 대학에 입금하는 수법으로 편법회계를 운영해 왔다. 법인은 지난 3월, 숙명여대의 ‘관행’을 언론에 흘린 장본인으로 한 전 총장을 지목, 긴급 이사회를 열어 1시간 만에 한 전 총장을 해임했다. 한 전 총장은 ‘총장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맞섰다.

양측의 법정 공방이 진행되던 지난달, 한 전 총장의 임기 만료로 차기 총장 선거가 치러졌다. 이 시기, 한 전 총장은 이용태 이사장을 비롯, 교과부로부터 승인이 취소된 이사진들이 총장 선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까지 총장 연임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치러진 ‘교수 투표’에서 황선혜 교수에게 10표차로 뒤져 총장 자리를 내줘야 했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58세, 영문과)은 지난 학기, 문과대학장을 지내면서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양측의 공방을 지켜봤다. 수습과정이 조심스럽다. 황 총장은 언론과 접촉을 모두 끊고, 보직인사를 단행하는 등 조직력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황 총장은 법인과 본부의 관계를 정상화 하고 새로운 정책 홍보 등에 본격적으로 나설 시기를 9월 중순께로 내다보고 있다.

동아대 논문 표절, 교수 파면 ‘수습해야’

지난 1일 취임한 권오창 동아대 총장(66세, 명예교수)은 안팎으로 풀어야할 과제가 굵직하다. 동아대는 올초 체육학부 교수로 있던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의 학위논문 표절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는데, 최근 논문표절의 화살은 권 총장을 향하고 있다. 동아대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표절이 의심되는 권 총장의 논문 3편을 꼽아 답변을 요구했다. 사진의 일부를 무단으로 도용하고 조작했다는 의혹이었다. 교협 측은 “자료 조작을 확인하지 않은 데 권 총장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고, 권 총장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공식 해명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교권 문제로 꼬인 매듭을 풀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0년 정휘위 동아대 이사장 퇴진을 요구했다가 ‘파면’된 교수협의회 전·현직 의장 조관홍, 강대우 교수의 복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다. 지난해 부산지방법원은 “정 이사장이 뇌물수수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두 교수의 파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복직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권 총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은 곤란하다”면서도 “몇몇 교수와의 소송은 소통과정에서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어서 좀 더 낮은 자세로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 소송 중인 교수들의 수업권을 회복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대 국립대 첫 공모제 총장

외부의 압력으로 전환기를 맞은 대학도 있다. 학생 수 2만3천여명, 교수 1천여명의 대규모 대학 강원대다. 지난해 교과부에 의해 ‘구조개혁중점추진대학’에 선정됐다. 올해 국립대 중 첫 ‘공모제’ 총장이 새학기 기수로 나서게 됐다.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총장 선출제도를 바꾼 첫해인 올해, 11명이 공모에 참여해 각축을 벌였다.

신임 신승호 강원대 총장(56세, 물리학과)은 대학 이미지 개선작업부터 착수했다. ‘르네상스 KNU’를 기조로 내걸고 지역거점 국립대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신 총장의 밑그림은 ‘전국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그려져 있지만, 3개 캠퍼스간 화합과 강원권 지역사회와 협력에 주력할 계획이다.

예컨대 교수와 학생의 개별 면담을 학교 밖 지역봉사단체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새터민 가정의 자녀들의 공부를 돕는, 일종의 교육기부의 개념에서 현장체험을 독려하려고 한다. 교수와 학생이 현장에서 함께 봉사하면서 개별 면담이 이뤄지는 구조다. 신 총장의 말마따나, “강원대 캠퍼스는 강원도다.”

대학의 기본 방향은 질적 수월성이다. “대학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수월성으로 어떻게 바꿔나가느냐다. 대학의 질이란 교수는 우수한 연구를 하고, 학생을 잘 가르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도 규모가 큰 대학을 붙들고 있어서 (지역사회가)뿌듯해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에 이해를 구하고 있다.”

교수평가도 지표중심에서 탈피하려는 계획을 잡고 있다. “교수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지표가 정해지면 알게 모르게 지표 중심으로 (연구 경향이) 바뀐다. 지표화하지 못하는 것도 일부 포함돼야 한다. 동료평가나 ‘사람이 하는 평가’다.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더라도 지표중심의 평가는 바뀌어야 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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