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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는 반드시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비전 제시해야”
“차기 정부는 반드시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비전 제시해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8.2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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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에 재선된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

최근 몇 년 새 전문대학의 위상 강화와 발전상은 눈부실 정도다. 학장에서 총장으로 명칭이 바뀐 데 이어 학교 이름에 ‘대학교’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산업체 경력 없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은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간호과에 4년제 수업연한을 도입해 향후 전문대학에서 수업연한 다양화가 필요한 학과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었다. 나아가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고등직업교육연구소를 설치해 전문대학 교육의 질적 평가와 중요 정책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기초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0년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이 14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에 취임한 이후 일어난 변화들이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총회에서 임기 2년의 15대 회장에 재추대됐다.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회장에 맞서 후보로 나선 총장이 한 명도 없었다. 두 번째 임기 시작(9월 5일)을 앞둔 이 회장을 지난 14일 만났다.

·일시 및 장소 : 2012년 8월 14일 오후 4시 인천재능대 총장실

·대담 : 최익현 편집국장  /  ·정리 :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 지난 6월 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재추대됐다.

“한마디로 ‘달리는 말에선 기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전국 총장들 사이에서 형성된 것 같다. 특히 올해는 대선과 맞물려 전문대학을 위한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할 시점이다. 차기 정부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선 주자들에게 우리의 정당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재추대는 이런 과제와 함께 얼마 전 발표한‘고등직업교육 육성 및 발전을 위한 어젠다’를 적극 진행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성과를 꼽자면.
“전문대학의 정당한 방향설정과 올바른 자리매김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이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되는데, 먼저 학장에서 총장으로 명칭이 바뀐 것과 연동해 대학‘교’란 교명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이다. 또 ‘산업체 경력 없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설치를 통해 더욱 다양하고 깊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간호과에 4년제 수업연한을 도입해 향후 전문대학에서 수업연한 다양화가 필요한 학과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었다. 나아가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고등직업교육연구소’를 설치해 전문대학 교육의 질적 평가와 중요 정책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기초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것 같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노력을 알아 줄 때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한눈에 확 달라지는 엄청난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전문대학이 아예 ‘교’자 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구나, 전문대학에도 4년제 학과가 있구나, 전문대학만의 특성화된 과에서 학사학위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은 확실히 전달된 것 같다. 전문대학이 이런 요건도 갖추고 있었구나 하는 점이 알려졌다는 것이 큰 변화라 생각한다.”

△지난 6월 총회에서 ‘고등직업교육 육성 및 발전을 위한 어젠다’를 제시했다. ‘어젠다’는 어떤 내용인가.
“크게 5가지로,‘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고등직업교육복지 실현’, ’고등직업교육 체제 정비로 능력 중심사회 구현’, ‘중소기업·현장실무 중심의 전문인력 양성으로 청년실업 해소’, ‘평생직업교육 강화로 다양한 계층의 직업안전망 확보’, ‘직업교육훈련기본법 제정으로 교육과 훈련 통합’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협의회 산하 고등직업교육연구소에서 세부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각 대선주자의 교육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핵심은 대만처럼 전문대를 4년제 과학기술대로 개편하자는 것인 것 같다.
“대만은 2000년 들어 모든 전문대학을 4년제 과학기술대로 개편하고, 고등교육 체계를 연구 중심 일반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포함하는 직업중심 과학기술대학으로 나눴다. 이 모든 작업이 정부의 주도로 진행됐다. 특히 일반대와 과기대가 4년 및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도록 해 산업현장에서 학벌에 의한 차별을 두지 않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 큰 의미로 보인다. 벤치마킹할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 결국 전문대를 4년제로 바꾸자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일반 대학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또 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학과에 따라서 4년까지 수업연한에 자율성을 주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1년 과정도 진행하는 학제 유연성 체제 확립을 준비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오히려 일반대학이 전문대학 따라잡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전문대학의 학과를 다수 개설해 학생을 모집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일이 마치 전문대학과 일반대학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는데, 각자의 위상에 맞게 그 역할을 규정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 전문대가 구조조정의 주 타깃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구조조정은 전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4년제 일반대학을 포함한 전체 대학의 공통 고민사항이다. 부실대학의 구조조정과 퇴출에 대해선 찬성한다. 그러나 중요하게 전제돼야 할 것은, 확실한 퇴출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은 더욱 기형적인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고, 학생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예를 들면, 일부 대학에서는 ‘학교에는 가지도 않았는데 졸업장 나온다’는 말이 있다. 교육이 아니라 학위 장사인 셈이다. 따라서 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퇴출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단, 구조조정을 정부 주도로 하면 잘 안 될 것이다. 퇴출 방안의 하나로 각 지자체 산하의 개발공사 등 지방 공기업이 폐쇄되는 대학의 땅과 시설을 인수한 뒤 재개발하는 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정부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사학법인을 해산할 때 설립자에게 대학 재산의 일부분을 가져가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설립자들이 대학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것이다. 이런 퇴출 경로가 마련돼야만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 전문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9988’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1%가 대기업이다. 그 중소기업의 88%가 전문대학에서 수학한 학생들이 일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의 허리를 담당하는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우리나라 산업인력의 공급처로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소외계층 학생들에 대한 배려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게다가 2년 만에 졸업하고 취업도 더 잘 되는데 관심은커녕 푸대접만 받아 왔다. 요즘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지원 정책에서 ‘先취업 後진학’이 꾸준히 시행되면서 고졸 취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전문대학 졸업생에 대한 취업 지원이다. 고졸 취업 정책의 성공과 정착은 전문대 지원과 맞물려야만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 그렇다면 전문대 정책, 어떻게 세워야 한다고 보나.
“먼저, 소질과 적성을 간과한 현행 입시체제의 개선과 고도화 된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전문대학 관련법을 정비해서 교육과정 운영이 다양화 되도록 수업연한을 1년에서 4년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칭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이 요구된다. 셋째, 사회 양극화에 따른 가난의 대물림으로 인해 소외계층 자녀에 대한 사회안전망 장치의 개선이 필요하다.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그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 대학평가나 재정지원에서 정부에 바라는 것은.
“정부의 전문대학에 대한 정책 방향과 재정적 지원에 대해서는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24.7%가 전문대학 학생들이지만, 정부의 전체 고등교육 예산 5조4백억원 중 전문대학 지원금은 7.7%에 불과하다. 직업교육은 국가의 고민과 체계적 지원이 없이는 제대로 된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 얼마 전 손학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발표한 전문대 등록금 폐지, 전문대학을 정부지원 직업대학 체계로 개편 등은 차기 정권에서도 심도 깊게 고민해 봐야 할 교육정책일 것이다. 또 향후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라 성과 위주의 구조개혁보단 대학 경쟁력 및 지역 균형적 기능이 보완되도록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가장 집중할 과제는.
“차기 정부에서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비전과 실천적 어젠다가 발표되리라 믿는다. 이를 위해 회장으로서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기우 회장은…
1948년생. 부산고를 나와 안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경성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교육부에서 교육환경개선국장, 교육자치지원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과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거쳐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역임했다. 2006년 7월부터 인천재능대 총장으로 있다. 2010년 9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14대 회장에 취임한 데 이어 지난 6월 15대 회장에 재추대됐다. 새 임기는 오는 9월 5일부터 2년이다.

대담=최익현 편집국장, 정리=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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