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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쟁점들
[기자의 눈]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쟁점들
  • 교수신문
  • 승인 2002.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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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논리와 상아탑
“입시, 정원조정, 등록금 인상, 교육과정 개편 등 대학 운영의 모든 것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대신 대학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더욱 확대해야 된다. 특히 사립대의 국고보조금은 사립대 총 예산의 10%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10년간 하계 총장 세미나에서 빠짐없이 등장했던 발언들이다. 그만큼 ‘대학의 자율성 제고’와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는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교육계의 뜨거운 현안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되려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강도 높게 제기됐다. 엄영석 동아대 총장은 “IMF 이후 도산한 많은 금융기관과 대기업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것처럼, 만일 대학들이 도산한다면 정부는 방관할 수만은 없어 막대한 공적자금을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사립대의 국고보조금을 적어도 10% 선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엄 총장은 “교육목적 이외의 목적에 자금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기존의 규제를 완화하고 기여입학제를 허용하는 등의 대학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큰 틀거리에서 보면 주된 초점은 대학의 자율성과 정부의 지원 강화로 모아진다. 그러나 매년 쟁점이 되는 사안들이 동일하지는 않다. 최근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나름의 자구책 마련’에 큰 방점이 찍히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불과 5∼10년 전만에도 주요 쟁점은 대학총장직선제 문제, 사학육성진흥법 제정, 교육부의 입시 정책 등에 모아졌지만, 최근에 이르러서는 국제화·정보화에 발맞춘 대학의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이 주된 화두가 된 것이다. 대학이 상아탑을 고집하며 ‘경쟁원리’의 도입을 회피하는 처사는 사회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전제 아래, 대학 총장의 이미지도 점차 ‘경영자’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교수업적평가제 강화, 교수계약·연봉제 도입, 기여입학제 허용, 학과 통폐합 등의 학사 구조조정과 행정조직 개편, 국립대의 법인화와 정리통합, 대학의 영리사업 허용, 기업형 대학의 도입 등이 이슈화되고 있다.

이중 숭실대 총장은 “이번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논의되는 것들을 두루 살펴보았을 때, 주객이 전도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면서 “대학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과 교육이라는 큰 목표 아래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접근하는 것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총장은 “무엇을 위한 대학의 자율성인지,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지 따져볼 시점”이라며 지나친 경제중심주의적 사고가 지닌 위험성을 꼬집었다.

좋든 싫든 시장의 논리가 대학교육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대학의 재정난을 해소하거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는 주장들이 과연 정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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