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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갈등 ‘조장’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여전히 갈등 ‘조장’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 최익현 편집국장
  • 승인 2012.07.16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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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간을 잠시 되돌려보자. 6월 14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오세빈, 이하 사분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경기대의 정이사 체제 전환 문제를 매듭지었다. 종전이사인 손종국 전 총장의 복귀를 시사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지난 12일 사분위는 전체회의를 개최해 학교법인 경기학원의 정이사 6명을 선임 의결했다. 이 자리에서는 학교법인 덕성학원의 정이사 7명도 함께 선임 의결했다.

경기대의 정이사 및 임시이사 명단에는 정이사(6명) 손희자, 박두복, 김통, 김태준, 염태영, 박승철, 임시이사(1명) 이진석 씨가 올라 있었다. 이 가운데 손희자, 박두복, 김통은 구재단측 인사다. 손희자 씨는 손 전 총장의 누나다. 김태준, 염태영은 학교 구성원이 추천한 인사다. 교과부는 박승철, 이진석을 각각 정이사, 임시이사로 파견했다. 구재단 복귀를 반대해온 경기대측 한 교수는 “교과부가 파견한 박승철, 이진석 씨는 모르는 분들이다. 면면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애초 구상은 종전이사 4명, 학교구성원 2명, 교과부 1명이었다. 결국 사분위의 최종 결정은 ‘교과부 2인’으로 가닥을 정리한 것이다. 이렇게보면 사분위는 기막힌 선택을 했다.

‘妙手’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학내 분규가 예상되는 가운데, 어느 한 쪽의 머릿수만 키워주지 않겠다는, 얼핏 보면 균형 잡힌 방안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현재 사분위를 가리켜 이른바 ‘제3기 사분위’라고 부른다. 대통령이 3명을, 대법원장이 5명, 국회의장이 3명의 사분위 위원을 각각 추천한 현 사분위는 올해 1월 20일 출범했다. 애초 사분위가 출범할 당시, 사분위가 사학분쟁을 조정하고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사학분쟁을 ‘助長’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조장을 가리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분위 위원들이 법학 교수, 법무법인 대표, 부장 판사 등으로 구성됐는데도 이런 우려는 불식되지 않았다.

지난 12일 사분위가 내린 최종 결정에는 ‘苦心’의 흔적이 전혀 없지는 않다. 종전이사 3명, 학교구성원측 2명, 그리고 교과부가 파견하는 2명이라는 기막힌 분할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苦心한 모양새’는 갖췄지만, 이 선택으로 경기대는 한층 복잡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고심에 진정성이 깃들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여전히 數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경기대 사례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속속 구재단이 복귀한 대학들의 경우를 보면 외형적인 균형을 갖추는 데 꽤나 고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분위 위원들이 대학 현장을 가봤다면, 지금 이들 대학들이 어떤 갈등과 고뇌 속에 들끓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종전이사의 권한을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에 대한 깊은 성찰도 같은 무게로 중요하다. 지금 사분위 결정을 보면 이들에겐 여전히 이런 깊은 고민이 결여돼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차제에 대학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교육 전문가’들로 ‘사분위’를 구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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