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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67 비타민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67 비타민
  • 권오길 강원대 명옉수·생물학
  • 승인 2012.07.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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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라 했거늘 ‘독성’이 있었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오! 당신은 나의 비타민!’, ‘비타민 같은 당신!’, ‘지친 영혼을 위한 비타민!’…. 그렇다, 삶에 활력(vitality)을 불어넣는 것에 산소, 사랑, 비타민들이 있다. 도대체 비타민이라는 것이 뭐기에 높고 고상한 사랑에 비유한단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비타민은 대수롭지 않거나 헤프게 여길 물질이 아니라는 것.

암튼 수많은 학자들이 오랫동안 비타민 수수께끼 풀기에 전력투구를 했으니, 1906년 영국의 생화학자 홉킨스(Frederick Hopkins)가 영양소에는 에너지를 내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그렇지 않은 무기염류, 물 말고도 비타민이라는 보조영양소가 있음을 확인했다. 1912년에 풍크(Casimir Funk)는 각기병(beriberi)을 예방하는 현미에는 질소함유물인 아민(amine)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vital amine’ 즉, ‘vitamine’이라 명명하기에 이른다. 그 뒤에 죽 vitamine이라고 써오다가 ‘아민’이 들지 않는 비타민들이 더러 알려지면서 vitamine에서 아예 ‘e’자를 빼고 vitamin으로 쓰게 됐다. 요새는 비타민은 합성하기도 하지만 식물이나 세균을 이용해 싸게 뽑기도 한다.

정말이지 우리가 생존하는 데는 수천 가지의 물질들이 필요하며, 그 모든 것을 모조리 식물에서 얻어야 하는 우리들 허깨비 동물은 그들에 종속하는 기생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학자들에 따라서 우리가 얻는 음식으로는 비타민이 태부족하니 꼭 알약으로 보충해야 한다고 우기는 쪽, 한편 음식에 온갖 것이 죄다 들었으니 번거롭게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는 두 부류가 있다. 물론 필자는 전적으로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사실 우리 식단으로 비타민 부족이 있을 수 있으니 애어른 할 것 없이, 특히 노약자는 애써 비타민을 먹고 싶을 때마다(꼬박꼬박 아님) 섭취함이 마땅하다. 그것이 부족하면 제아무리 맛 나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로 가지 않는다(‘최소율의 법칙’ 참조). 또한 건강은 음식을 편식 않고 골고루 잘 먹는 데 있다. 음식들은 나름대로 제각기 다 다른, 특수성분이 든 것이니 밥상에 오른 허접스런 반찬마저 먹어 제처야 한다.

비타민은 크게 보아 자그마치 13종이 있는데, 4가지의 지용성(fat soluble, A·D·E·K)을 비롯해 9가지의 수용성(water soluble, 8종류의 B와 C)이 있다. 그리고 비타민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발견한 순서에 따라 A, B(B1, B2, B6, B12), C, D… 등으로 매겨나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비타민이란 어떤 물질인가. ①비타민은 특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동물의 몸에서 만들 수 없기에서 植物(食物)에서 얻어야하고, ②수용성비타민은 좀 과용해도 소변에 녹아 나가버리지만 넘치게 섭취한 지용성비타민은 몸에 오래 머물고 까탈을 부리며, ③물, 미네랄과 함께 에너지가 들어있지 않고, ④비록 몸의 구성 물질은 아니지만 여러 물질대사를 도우며, ⑤효소(apoenzyme)의 助酵素(coenzyme)가 되고, ⑥대개 몸에서 금세 그 기능을 잃기에 연달아 보충해야 하며, ⑦미소량이면 되기에 음식의 0.00002~0.005%면 족하다고 한다. 참고로 비타민을 먹으면 소변이 샛노래지는 것은 리보플라빈(riboflavin:B2) 탓이다. 

사람도 이례적으로 그나마 스스로 몇 가지 비타민대사에 관여하니, 비타민 B의 일종인 비오틴(biotin)과 K는 대장(결장)의 세균들이 만든 것을 흡수하고, 살갗의 에르고스테롤(ergosterol)이 자외선을 받아 비타민 D로 바뀌며(‘sunshine vitamin’이라 함), 식물에 든 베타카로틴(beta carotene)을 간에서 비타민 A로 전환하고, 트립토판(tryptophane)이란 아미노산을 나이아신(niacin:B3)으로 만든다.

과유불급이라 했거늘, 이른바 ‘過비타민증(supervitaminosis)’이다. 이를테면 우유를 오랜 동안 과음하거나 햇빛을 넘치게 받으면(그것이 부족한 겨울 북극사람들은 비타민D 알약을 일부러 먹음) 지용성인 비타민D가 몸에 쌓여 혈액에 칼슘농도가 짙어지면서 느닷없이 콩팥에서 石灰化(calcification)가 일어나 尿石이 생기니 이런 것이 바로 비타민의 독성이다. 늘 센 태양을 받고 사는 흑인들의 피부가 새까만 것은 피부암(melanoma) 예방도 하지만 보다는 비타민D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그랬구나! 다 까닭이 있고만 그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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